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는 이희진 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모 씨가 20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안양동안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한형기자
일명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 씨의 부모 살인 사건이 주범과 공범들의 엇갈리는 주장에 따라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유일하게 검거된 주범격 피의자인 김모(34) 씨는 자신이 공범 3명을 고용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씨의 부모는 공범들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집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제압하려는데 저항이 심했고, 그 때 갑자기 옆에 있던 공범 중 한명이 남성(이 씨의 아버지)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여성(이 씨의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며, 나는 죽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살해까지 할 계획은 없었는데 이들이 우발적으로 이 씨의 부모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칭다오로 도주한 공범 3명 중 1명마저 혐의를 부인하고 나서면서 살인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살인 사건이 이 씨 부모의 집안에서 발생해 김 씨와 공범 3명만이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동포 공범 A 씨는 최근 국내에 있는 지인에게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위챗)을 통해 "우리가 하지 않았다. 억울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서 '우리가 하지 않았다'는 A 씨 등 공범들이 이 씨의 부모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또 "경호 일을 하는 줄 알고 갔다가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해 황급히 중국으로 돌아왔다"는 취지의 말 또한 덧붙였다.
하지만 A 씨의 주장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공범들 가운데에는 국내에 가정을 꾸린 이도 있었다. 그런데 경호 일을 하는 줄 알고 갔는데 김 씨가 갑자기 이 씨의 부모를 살해했다고 그날 바로 7천만 원을 훔쳐 다 같이 중국으로 도주한 점이다.
김 씨의 주장 또한 많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김 씨는 이 씨의 아버지가 2천만 원을 갚지 않아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2천만 원 때문에 공범 3명을 고용했다는 것 조차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김 씨의 계획과 달리 공범들이 우발적으로 이 씨의 부모를 살해했다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죄를 덜 수 있었다. 그런데 김 씨는 이 씨 부모의 시신을 유기하고 5억 원과 차량까지 훔쳤다.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상황은 김 씨와 공범들이 사전에 함께 강도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김 씨와 공범들이 살인 혐의를 서로 떠넘기는 이유는 살인 혐의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결국에 진실은 이들만이 알고 있다. 때문에 공범들이 국내로 송환되지 않는 이상 경찰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양측의 주장과는 별개로 그동안 확보한 증거들을 토대로 내주 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