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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다룬 영화 '생일', 감독과 배우들이 했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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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다룬 영화 '생일', 감독과 배우들이 했던 고민

    [현장] 영화 '생일' 언론 시사회
    이종언 감독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새 상처 생기지 않길 바랐다"
    설경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 정도 고민"
    전도연 "이 슬픔이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영화 '생일'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정일, 순남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 (사진=NEW 제공) 확대이미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상업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이 내달 3일 관객들을 찾는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아들 수호(윤찬영 분)를 잃은 정일(설경구 분)과 순남(전도연 분), 동생 예솔(김보민 분)이 수호의 생일 모임에서 당사자를 추억하며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생일'의 포스터가 공개되고 영화 정보가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반응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너무 최근에 일어난 일을 영화 소재로 삼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던 '세월호'에 아직도 이념의 잣대를 대는 일부 몰지각한 세력이 있어, 영화가 온전히 읽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종언 감독은 끝내 글을 썼고 영화를 만들어냈다. 각각 정일, 순남 역을 맡은 주연배우 설경구와 전도연도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려 '생일'이 완성될 수 있었다.

    서울 광화문 세월호 천막 철거가 시작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생일'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어진 기자간담회는 이종언 감독과 설경구, 전도연이 영화를 만들면서 했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감독은 지난 2015년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곳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그때 '생일'이란 작품을 구상했다.

    이 감독은 "그때 당시 (참사가)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많은 매체에서 세월호 피로도 얘기가 나오는 것에 마음이 안 좋았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떨까, 이 모습을 봐도 그러실까 싶어서 저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들려는 마음은 확고했다. 작게 만들든, 크게 만들든.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크게 만들기를 선택했다. 놀랍고 감사한 건, 제가 작게나마 써서 가져갔을 때 만들겠다고 한 제작자들,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 여기 계신 두 분(설경구-전도연)은 말할 것도 없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스태프들도. 스태프들도 대단한 용기를 내 최선을 다했다"고 부연했다.

    오는 4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생일'을 연출한 이종언 감독 (사진=NEW 제공) 확대이미지

     

    이 감독의 가장 큰 걱정은 '생일'이란 이 작품이 새로운 상처가 될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저런 노력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상처가 생겨나질 않길 바라는 게 가장 컸다. 늘 만드는 과정 안에서 조심스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설경구와 전도연도 '생일'이 수락하기에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며 각자 했던 걱정과 고민을 털어놨다. 우선, 설경구는 "고민이 없었다고 하면…"이라고 잠시 말끝을 흐린 뒤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일정상 '생일'을 촬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설경구는 오히려 책(시나리오)을 보고 나선 생각을 고쳐먹었다. 본인 표현에 따르면 "스케줄을 조정하더라도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설경구는 "이 참사 후에 시인은 시를 썼고, 소설가는 소설을 썼고, 추모하는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저희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오히려 왜 (그동안)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 정도 고민하다가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생일'을 고사했다가 시간이 흐른 후 참여를 확정했다. 전도연은 "저도 설경구 씨와 같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이 슬픔이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고사도 했다 하지만 굉장히 진정성 있는 이야기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제가 용기를 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이후 18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두 배우는 서로에 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설경구는 "전도연 씨한테 책 보냈나, 뭐라고 했나 물어봤다. 못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정말 좌절했다. '그럼 이걸 누가 해요?' 했다. 한 열흘 있다가 제작사 대표님한테 다시 연락이 왔다. 전도연 씨가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정말 좋았다. 정말 정말 좋았다. 이거로도 답이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어릴 때 작업해서 그런지 되게 친오빠 같은 느낌이 있었다. 순남과 정일은 익숙한 부부관계인데, (제가) 믿고 그 감정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제가 어떤 감정을 풀어내도 그걸 받아주는 설경구 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편한 연기는 아니었지만 믿고서 연기를 쏟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설경구 씨가) 든든히 친오빠처럼 순남을 지켜주고 우뚝 서 있어 주었다"며 웃었다.

    영화 '생일'의 한 장면 (사진=NEW 제공) 확대이미지

     

    마지막 인사를 부탁하자 설경구는 "저희들이 초대한 생일 모임에 많이 참석해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민적인 트라우마가 있는 참사이니, 각자 다 아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 영화에서도 상처 받은 사람들이 상처 받은 사람을 또 위로하고 같이 위안을 받는다. 이런 작은 물결이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전도연은 "저는 감독님이 이 작품을 만들려고 했을 때, 만들었을 때, 만들고 난 지금도 '다 같이 붙잡고 울자고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아픔을 딛고서 다시 잘 살아보자는 힘이 생길 수 있는 영화였다고 저는 믿는다. 저희 영화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언 감독은 "여러분들에게도,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화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 '생일'은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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