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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에게 "돈은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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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준열에게 "돈은 다가 아니다"

    [노컷 인터뷰] '돈' 조일현 역 류준열 ②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돈'의 조일현 역을 맡은 배우 류준열을 만났다.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돈'(감독 박누리)은 말 그대로 '돈'에 관한 이야기다.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과정에서 수상한 거래를 눈치챈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조우진 분)이 이들을 좇는다.

    극중 조일현은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평범한 신입사원이다. 그러다 상사 유민준(김민재 분)의 제의로 번호표를 만나게 되고 거래를 시작한다.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 조금은 위험하게 느껴지는 제안을 하나씩 완수하며 일현은 달라진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그런 일현을 두고 "굉장히 바른 친구"라며 번호표를 만난 건 "순간의 실수"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간이 작아서 번호표의 제안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 극중 일현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일현은 번호표가 시킨 일을 하면서부터 큰돈을 만진다. 처음에 탐탁지 않게 여기고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판이 큰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류준열은 일현과는 달랐다.

    류준열은 "다 부자가 되고 싶겠지만 배포 차이 아닐까. 저는 간이 작아가지고 (번호표와 거래한 후) 뒤에 올 것들에 대해 책임지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그 제안 자체를 안 받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게 정의롭고 이런 느낌이라기보단, 간이 작아서"라며 "삶을 길게 놓고 보면 (정석대로 가는 게)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일현이 언제쯤 멈췄어야 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일단 유민준을 만나는 게 포인트라고 본다. 고급 멤버십 이런 데로 데려가는데 전 거기 자체를 안 갔을 것 같다. 공짜로 가면 (나중에) 뭐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빚을 지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류준열은 "시작을 안 하지 않았을까. 술 먹고 난동 부린 다음에는 다시 사죄의 말씀 드렸을 것 같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하고"라고 전했다.

    다만 류준열은 일현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그는 "일현이는 바르게 자란 친구다. 우성이(김재영 분)가 얘기했을 때 '그건 불법이다, 절대 안 된다'고 하지 않나. (번호표를 만난 건) 순간의 실수인 것 같다"면서 "애초에 실수를 안 하는 게 좋지만, 실수하면 빠르게 돌아오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류준열에게 '돈이란 무엇인가'

    일현(류준열 분)은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나면서 돈에 집착하는 인물로 변해간다. (사진=쇼박스 제공)

     

    '돈'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이니만큼, '돈' 얘기가 안 나올 수 없었다. 류준열은 전날(6일) 언론 시사회에서 현금을 뽑아놓고 오랫동안 들여다보면서 '돈이란 무엇인가'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돈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는지 궁금했다.

    "그냥 돈에 대해서 바르게 생각해야겠단 맘이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다행히 저 나름대로는 돈을 좇기보단 뭔가 더 큰 무언가가 있겠거니, 하고 일하고 사람도 만나고 있어서요. 일현이가 가진 감정, 했던 실수를 보며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죠. 영화 찍는 내내 느꼈던 것들을 관객분들도 느끼시길 바라요."

    사람이 망가지는 게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러니까 그게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가 포인트인 것 같다. 돈에 끌려다니느냐, 내가 돈을 끌고 다니냐 이런 차이인 것 같다"며 "통장 잔고가 얼마 없더라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고, 일확천금이 있더라도 돈에 쫓기는 사람이 있듯"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충무로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배우로 발돋움했으나, 류준열에게도 무명 시기는 있었다. 이때 짓궂은 질문이 나왔다. 가장 힘들었던 때 통장 잔액이 얼마까지 내려갔냐는 것.

    류준열은 "0원"이라며 "저는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여행도 가고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돈과 관련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다며 "아버지가 늘 말씀하신 것처럼 '분수대로 살자'는 게 신조라서…"라고 웃었다.

    류준열이 생각하는 '돈'이란 무엇일까.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돈은… 좋은 영화다"라고 답해 폭소가 터졌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내놓은 답은 명료했다. "돈은 다가 아니다." 영화를 2번 보면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바가 더 잘 보인다는 팁도 전했다.

    ◇ 류준열이 말하는 '돈'의 배우들, 그리고 박누리 감독

    류준열은 '돈'에서 유지태, 조우진과 함께 연기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류준열은 '돈'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본인이 영화를 끌고 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를 돋보이게끔 만들어주신 선배님들에게 참 많은 빚을 졌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래서일까. 동료 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더 반짝였다.

    "저는 학교에서 지태 선배님 영화를 틀어놓고 공부한 적이 있어서 (영화에서 이렇게 만나니) 되게 독특했던 것 같아요. '이런 인연이 있구나!' 하고 감격스러웠어요. 유지태 선배님은 본인의 마스터피스랄까, 대표작이 있으면서 배우 생활하시는 분이고요. 지금까지 온 것보다 앞으로 더 많이 하실 분이라서 감동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우진이 형 같은 경우는 정말 씬 안에서 찰떡같은 호흡이라고 해야 할까요? 서로 응원을 했어요. 신선했달까요. 어떤 대사를 하면 '이거 되게 좋다' 하고. (웃음) 그래서 되게 찰떡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돈'은 범죄물이긴 하지만 분위기가 무겁지만은 않다. 언론 시사회 때도 여러 번 웃음이 터졌을 정도로 코믹한 요소가 들어있다. 특히 조일현과 한지철의 투닥거림이 재미있다. 두 사람의 코미디 호흡이 좋았다고 하니 류준열은 "아, 그렇게 보셨나"라며 반색했다.

    류준열은 "만들면서 뿌듯했던 것 같다. (우진이) 형도 '우리가 잘 가고 있구나' 하고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연기하는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을 많이 만들어주셨다"고 밝혔다.

    '돈'으로 입봉한 박누리 감독과는 '양질의 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영화 자체가 뭐가 문제고 뭐가 잘 되어가고 있고 앞으로 숙제가 뭘까 등 영화 얘기를 했다.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던 것 같다"는 게 류준열의 설명이다.

    이어, "('돈'이) 첫 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배려를 잘 해 주셔서 그런 게 탁 티가 나지 않았을까. 이 영화에서는 감독님뿐만 아니라 특히 스태프들과의 관계가 유달리 좋았던 것 같다. 어려운 상황에서 으쌰으쌰했던 순간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 '돈'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한 관전 포인트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제공)

     

    인터뷰 당시 '돈'은 개봉을 약 2주 남긴 상태였다. 영화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이 영화가 '돈 아깝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류준열은 "이 시대의 청년, 돈을 갖고 고민하는 분은 누구나 굳이 시간을 내서라도 봐야 하는 영화"라고 정리했다.

    류준열은 "돈을 벌고, 돈을 원하고, 돈 때문에 지치고… 이렇게 돈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보고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면 어떨까. 그럼 정말 후회하지 않고, 돈 아깝지 않을 그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그럼 극중 류준열의 어떤 모습에 주목하면 좋을까. 그는 "인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얼굴 자체를 좀 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늘 안으로 (감정을) 삭이고 보이지 않는 연기를 했다면 이번엔 확실히 다른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는 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눈이 많이 변하는 걸 스크린에서 확인해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팔이나 다리를 (주로) 사용하는 영화가 아니라서 눈코입, 얼굴의 느낌으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안면근육은 '써야지!' 하고 쓴 건 아니었지만. 똑같은 것 아닌가? 하실 수 있겠지만 첫 테이크부터 마지막 테이크까지 다 다르고 강약이 있어요. 아주 섬세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3월 12일('소셜포비아' 개봉일)이 지나가면 5년차에 접어든다"고 밝힌 류준열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이상하리만치 떨지 않는 비법이 무엇이냐고. 류준열은 "무대 밖 제 모습을 볼 기회가 없으셔서 그럴 수도 있는데, 사실 굉장히 많이 떨고 긴장한다. 애써 괜찮은 척할 뿐"이라며 웃었다.

    "카메라 앞에 서거나 무대 위로 올라가면 이상하게 안 떨리더라고요. 그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서요. 상황이 극한으로 갈수록 더 즐거운 것 같아요. (웃음) 해가 떨어지는 걸 보면 상황이 나오잖아요, 오늘 이거 다 찍을 수 있다 없다는 게. 급하게 찍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인상 써지는 게 아니라 더 막 즐겁게 웃음이 나와요. 그 시간에 맞추면 '아, 이 맛에 하나' 싶고요. 상황을 극한에 몰아넣는 스타일이에요, 괜시리. 좀 사서 고생하는 편이긴 한데 그런 게 몸 안에 있나 봐요."

    카메라 앞이나 무대에서 떨지 않는 것. 배우를 비롯해 모든 연예인의 희망 사항 아닐까. 연기를 시작한 후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데도, 조급함이 아니라 여유가 느껴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었나 보다. 일터에서 긴장하지 않는, 신기한 배우 류준열의 13번째 장편영화 '돈'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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