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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개정이 수업 축소로?…학생들 '부글부글'



교육

    '강사법' 개정이 수업 축소로?…학생들 '부글부글'

    "신입생들, 대학 교육 뭐라고 생각하겠나"
    "강의 줄어들어 수강 신청 페이지가 한눈에 보이더라"

    한 재학생이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붙은 대자보들을 지켜보고 있다.(사진=김명지 기자)

     

    이른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학생들로부터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불안과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량해고에 분노하는 대학 강사들의 네트워크(분노의 강사들)의 지난 12일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지난 1월 23개 대학교 비정규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수업권 침해 사례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강의 없어지고, 온라인 전환…"강사법 여파"

    졸업학점 축소로 강의가 사라지고, 교양 강의가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고등교육법에 따라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임 강사에게 법적 교원 지위가 부여되는 등 비정규 교수들의 처우 수준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라는 게 분노의 강사들 주장이다.

    강사제도개선과 대학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사공대위)에 따르면, 고려대는 오는 1학기 강의를 지난해보다 200여 개 줄였으며 연세대는 선택 교양 과목을 60%가량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 "강의 다양성 사라져…개설 과목 수 회복시켜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 연이어 붙어있는 20여 장의 대자보엔 '강사 생존권'과 '학생 교육권'이 나란히 놓였다.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중앙동아리와 개별 학부‧학과 단위에서도 "정의로운 대학에 다니고 싶다", "취지에 맞는 강사법 시행으로 교육권을 정상화해달라"는 호소문을 붙인 상태다.

    고려대 사범대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이번에 수강신청을 하는데 과목 수가 확 줄어들어 내릴 스크롤도 없더라"며 "졸업을 하기 위해 꼭 들어야할 과목이 있는데 수강 가능 인원이 적게 열려 걱정되고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고 말했다.

    미디어학부에 다니는 조은경(26)씨는 "신입생들이 '이게 정말 대학 수업인가' '원래 이렇게 다양하지 않은 건가' 생각할 것 같다"며 "우리 학부의 경우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웹 기획 등 실습이 중요한데 공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와 '분노의 강사들'은 지난 15일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학기 개설 과목 수를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측은 "본부에선 강사법 시행에 따른 학사 관련 지침을 내린 게 없다"며 "수업 과목 수는 수강 신청이 다 끝나고 확정된 후에야 지난해와 제대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의 축소 바람이 불어닥친 연세대에서도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연세대 생명과학공학과에 재학 중인 A(21)씨는 "지난해에 들었던 좋아하는 수업이 올해 없어졌더라"며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는 건 학교의 당연한 일인데, 서명이든 뭐든 학생들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세대 4학년 이경근(22)씨는 "강사법으로 인해 벌써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고 친구들과 얘기를 나눴다"면서 "원래 있던 강사님들도 많이 학교를 나가신 거로 알고 있는데, 대학원 진학까지 고려하는 입장에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우려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많아 이번 달이나 다음 달 사이에 교무처와 기획처와 함께 하는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측은 "강사법이 통과되기 전, 이미 1년여 동안 논의한 끝에 지난해 결정 내린 시대 상황과 수요를 고려한 학사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총학, 개설 강의 현황 조사…강사들 "이번 학기 강사 2만명 자리 잃어"

    아직은 '칼바람'을 실감하지 못하는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불안감을 표했다.

    숙명여대에 다니는 3학년생 B(21)씨는 "잘 가르치기로 이름 났던 선생님의 수업이 이번에 개설이 안 된 걸 보고 강사법 시행과 관련된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측은 "지난 1일 교무처장 면담을 통해 졸업 학점이나 개설 강의 수 축소 등의 학제 개편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총학생회 차원에서 개설 강의 현황을 조사 중"이라며 "결과에 따라 활동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분노의 강사들' 등은 이번 달 말쯤 전국 각 대학에서 일어나는 해고 등 강사 구조조정과 학습권 침해 실태를 비롯한 조사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어진 간사는 "이번 학기 준비 과정에서 2만 명에 가까운 대학 강사들이 자리를 잃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런 양적인 변화는 결국 대학 교육의 질적인 저하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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