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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설거지=이벤트? 성 고정관념 강화하는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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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설거지=이벤트? 성 고정관념 강화하는 예능

    방심위, 여성컴학회와 함께한 '방송 프로그램의 양성평등 실태조사' 발표
    남성 출연자 수, 여성의 1.7배… 진행자나 고정 출연자도 남성이 더 많아
    성 역할 고정관념 재생산, 여성성-남성성 왜곡 및 과장
    외모 중심주의, 여성 대상화, 남성 중심적 사고에 따른 성차별 표현 등
    tvN '선다방', SBS '백년손님', 올리브 '밥블레스유' 긍정 평가받아

    지난해 6월 9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의 한 장면 (사진='동치미' 캡처)

     

    "남자는 여자 없으면 안 돼, 애야, 아무것도 못 해, 아무리 돈이 있고 권력이 있어도 부인 없으면 안 돼." _ SBS '미운 우리 새끼'(2018년 6월 10일)

    (남편의 멘트를 부인이 칭찬하자) "어디서 건방지게 평가를 하고 있어?"
    / (자신과 이야기하던 도중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남편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디 일어나서 나가?" _ KBS2 '살림하는 남자' 시즌 2(2018년 6월 6일)

    예능 프로그램이 성 역할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등 성차별적 내용을 다수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는 지난해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를 통해 실시한 '방송 프로그램의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상파(KBS·MBC·SBS)와 종합편성채널(JTBC·TV조선·채널A·MBN), 전문편성채널(tvN·MBC every1)에서 2018년 5~6월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분석 대상 프로그램은 KBS2 '안녕하세요',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 2,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 2일', '개그콘서트', MBC '라디오스타', '선을 넘는 녀석들',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오지의 마법사', SBS '미운 우리 새끼',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백년손님', '런닝맨', '집사부일체',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한끼줍쇼', '아는 형님', '효리네 민박' 시즌 2, TV조선 '얼마예요?', '모란봉클럽', '별별톡쇼', '어촌캠프',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나는 몸신이다', '도시어부', '이제 만나러 갑니다', MBN '엄지의 제왕', '아궁이', '속풀이쇼 동치미', '알토란', tvN '숲속의 작은 집', '짠내투어', '코미디빅리그, '선다방', MBC every1 '시골경찰' 시즌 3, '비디오스타', '주간아이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총 39개였다.

    이 예능 프로그램들의 출연자 성비를 살펴보니, 총 970명 출연자 중 남성은 608명으로 62.7%였다. 여성은 362명으로 37.3%였다. 남성 출연자는 여성 출연자의 약 1.7배였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거나 진행하는 등 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 비율 역시 남성이 더 높았다. 총 진행자 92명 중 남성은 58명, 여성은 34명이었다. 고정 출연자 653명 중 남성은 435명, 여성은 218명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차별적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있다'가 48개(61.5%)였고, '없다'는 30개(38.5%)였다. 성차별적 유형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의견 주장(52.5%)이었고, 비하와 비난(27.9%), 혐오폭력(6.6%)이 그 뒤를 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성차별적 내용은 '성 역할 고정관념 재생산'이었다. 육아·살림·요리는 여성의 몫이고, 여성은 남편과 자녀의 보조자이며, 가부장제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식이었다.

    (표=방송 프로그램의 양성평등 실태조사 보고서)

     

    MBN '속풀이쇼 동치미'(2018년 6월 9일)에서는 '남편이 집안일을 모르는 척하는 이유가 있다?'는 주제로 남성 출연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나눴다. 이때 한 출연자는 아내를 위한 하나의 이벤트로 설거지를 했을 뿐인데, 아이들 등교 준비까지 자신이 하도록 아이들을 동원해 부추겼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 출연자들도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는 것은 아내를 도와주는 차원에서 이벤트성으로 하는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방청객들은 가사노동을 하는 남성 출연자들에게 '착한 남편', '가정적인 남편'이라며 호응했다.

    보고서는 "가사노동은 여성의 당연한 역할임을 전제하면서, 남성이 가사노동을 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로 재현해 성 역할 고정관념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편 채널에서 주로 방송되는 집단 토크쇼 대다수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아내이자 며느리의 위치에 있는 여성 출연자가 가정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부장적 문화에 따른 부당한 대우나 차별적 위치 등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시어머니 혹은 남편 입장을 대변하는 출연자들은 지극히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아내이자 며느리로서의 여성 역할을 강조하고 가족을 위한 여성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식의 대응을 펼친다. 이런 재현은 갈등 구도에서 여성에게 강요된 성 역할을 보다 자극적으로 다루면서, 성 역할 고정관념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한다"고 비판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2018년 6월 10일)에서는 한 여성 출연자가 "남자는 여자 없으면 안 돼"라며 "나이 들어 봐. 약 챙겨주고, 병원 같이 갈 사람이 최고다, 그거 중요해"라고 했다.

    보고서는 "여성의 내조와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남성들을 미숙하거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는 불완전한 존재로 강조하면서, 이러한 불완전성을 채워주는 역할이 여성의 몫임을 강조한다. 이때 여성은 남성을 위한 도구적 존재이자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위치지어진다"고 밝혔다.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 2(2018년 6월 6일)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실제 부부관계인 남녀 진행자가 서로 대화하던 중 아내가 남편의 멘트를 칭찬하자, 남성 진행자는 "어디서 건방지게 평가를 하고 있어?"라며 말을 가로막았다.

    또한 허리가 아파 힘들어하며 매실청을 담는 아내를 보며 남편이 "이제 끝났으면 밥 차려!"라고 하거나, 자기가 이야기하던 중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편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디 일어나서 나가?"라고 하는 장면도 나왔다.

    보고서는 "이런 장면들은 가정 내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가부장적 권력 질서를 지키지 않거나 이를 위협하는 여성은 응당 남편의 꾸지람을 듣고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식의 위계적 서열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TV조선 '얼마예요?', SBS '미운 우리 새끼', SBS '정글의 법칙',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 2 (사진=각 방송 캡처)

     

    KBS2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대화가 필요해'는 가부장제를 아예 중심 소재로 삼아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쓴다. 보고서는 "코너 전반에 걸쳐 남편은 아내를 일방적으로 윽박지르며 혼을 내고 명령하는 등 가부장적 태도를 더욱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웃음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남성의 모습은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예능 프로그램 속성상 웃음과 재미를 유발하는 소재로 보다 과장되고 희화화시킴으로써 그 심각성이 가려질 수 있으나, 은연중에 가부장주의를 지속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왜곡·과장된 방식으로 여성성과 남성성 강조(빨래를 툭툭 내던지는 남성 출연자를 '상남자'라고 치켜세우고, 뱀을 무서워해 사냥에 실패한 남성 출연자에게 '소녀 감성'이라고 하는 것) △외모 중심주의(여성 출연자에게 '김태희급 미모', '미모 실화냐'라고 하기, 예쁘고 날씬한 여성과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을 비교하며 웃음을 주는 개그 코너 등)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걸그룹에게는 애교와 섹시 댄스를 시키는 것 등) △남성 중심적 사고에 따른 성차별적 표현(직업 앞에 '여' 자를 붙이는 것, 여성 연예인은 직업을 정확히 표기하지 않고 '주부'로 범주화해 소개 등) 유형이 있었다.

    보고서는 tvN '선다방'과 SBS '백년손님' 등 성평등 관점에서 개선된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보고서는 '선다방'을 "기존 재현 방식과는 달리, 남성의 스펙이나 여성의 외모를 강조하기보다는 특별한 인위적인 장치 없이 담담하게 출연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진행자들 역시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에 기반해 출연자를 평가하거나 지적하는 모습 등은 크게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방송된 SBS '백년손님'은 장모와 사위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그동안 가족 서사가 고부 관계 중심으로 재현됐던 것에 반해, 남성들의 처가살이를 통해 장서 관계 의미를 조명하는 차원에서 소위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 사회의 고정관념과 그 관계에 따른 불편함을 넘어서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일정 부분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런 부분은 일부 에피소드에 국한돼 있다는 점을 덧붙이기도 했다.

    40~50대 여성인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현재 장도연 추가)이 출연한 올리브 '밥블레스유'도 긍정적인 사례로 언급됐다. 보고서는 "이 프로그램을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강조하지 않고, 여성 출연자 개개인의 특성과 매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밥블레스유'에 등장했던 이영자의 수영복 차림 장면을 들어 "몸매에 상관없이 수영복을 입은 여성 출연자들이 등장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는 사회가 규정해 놓은 획일화된 '아름다움'이 아닌 평범하고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등장시킴으로써,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성을 제시할 수 있는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고 바라봤다.

    성평등 관련 긍정적 유형의 프로그램으로 소개된 올리브 '밥블레스유' (사진='밥블레스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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