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갈길 먼 특수고용직 노조…"노조다" vs "아니다" 논란

뉴스듣기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밴드공유하기



기업/산업

    갈길 먼 특수고용직 노조…"노조다" vs "아니다" 논란

    뉴스듣기

    2018년 연말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원 160여명을 무더기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다. 이 사건은 택배노조 인정을 둘러싼 노사간 지리한 공방의 결정판이다.

    2017년 11월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이 택배노조에 노조설립신고필증을 교부하면서 사업자와 노동자의 애매한 중간지대에 있던 택배기사들도 노동조합을 설립, 회사측을 상대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조가 설립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대한통운과 택배노조는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지 못했다. 노조측이 사측을 향해 "노조와의 교섭에 나서라"고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노조를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까닭이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이한형 기자)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서 특고직에 노동 3권을 보장해준다고 했고 노조설립필증이 나왔다. 그런데 회사가 현안에 대한 교섭자체에 응하지 않았고 덩달아 대리점도 교섭에 나오지 않은거다. 노조는 1년동안 교섭을 요구해오다 대한통운 사법처리에 맞춰 파업에 나섰다"고 밝힌바 있다.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지만 상대인 사측이 반응하지 않으니 자연히 불협화음이 날 수 밖에 없고 노조는 파업으로 응수했다.

    택배노조는 2018년 6월30일, 7월18일~19일, 11월21일~28일까지 노조설립 첫해인 지난해에만 3차례나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사측에 대한 가장 큰 요구조건 역시 '노동조합 인정'과 '분류작업 개선' 이었다.

    정부의 택배노조 인정은 골프장 캐디와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에게 한줄기 빛과도 같은 기대를 안겼지만 노조인정을 두고 지리한 노사 공방전을 거듭한 지난 1년은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택배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택배업계의 논리는 간단하다.

    택배회사-택배대리점, 택배대리점-택배기사 사이에 맺어지는 택배업무 위수탁계약은 '법인 대 법인' 또는 '법인 대 사업자'간의 계약이지 고용과 피고용의 계약관계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A택배업체 직원은 11일 노조측의 교섭요구와 관련해 '하도급법 조항'을 거론, "원청이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교섭에 나서는 것은 현행 하도급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즉 노조측의 교섭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도급법 18조는 "원사업자는 하도급거래량을 조절하는 방법 등을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의 경영에 간섭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택배업계에서 노조가 가장 먼저 생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4월27일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내며 특고직 노조를 인정한 행정부의 결정이 옳은 지 그른 지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나섰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소송의 세부내용은 이렇다. 택배노조가 지난해 회사측과 대리점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양측이 응하지 않자 노동위원회에 제소했고 노동위가 '교섭명령'을 내렸는데, 이에 사측과 대리점이 불복해 재심을 요구한 것이다.

    노동부가 2017년 택배노조에 노조설립필증을 발급해줄 당시에도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의 이중적 성격 즉 사업자이자 노동자로서의 특징을 동시에 가진 점을 고려했지만 '노동자로서의 특성이 더 강하다'고 판단해 필증교부를 결정했었다.

    그러나, 택배업계는 이같은 정부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택배기사의 '사업자성'을 나타내주는 몇가지 근거들을 제시한다.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개인사업자 ▲이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세금혜택 ▲택배물량과 시간, 근무형태를 정하는 자기결정권 ▲업무를 매개로 알바 등 타인과 고용계약 가능 등을 근거로 꼽고 있다.

    예를들어 '택배물량과 시간의 자기결정권'의 경우,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이 강요되는 것처럼 말들이 나오지만 혼자서 처리하기엔 물량이 많아서 줄일지, 물량이 많더라도 다 처리해서 더 많은 소득을 가져갈 지를 결정하는 건 택배기사들 자신이라는 것이 사측의 논리다.

    "택배기사들의 이런 중층적인 지위를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섣불리 노조설립필증을 내줘 지속적인 교섭요구가 나오는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택배협회 관계자는 주장했다.

    택배업계가 다각적으로 반노조전선을 구축하고 나선데는 노조와 다수 택배기사들의 견해가 다르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물품 분류와 노동시간축소, 이를 관철하기 위한 파업투쟁이 기사들의 피해로 이어지다 보니 현장기사들의 노조에 대한 반대감정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택배 종사자의 성격규정을 둘러싼 노사간 입장차이가 워낙 첨예해 2017년말 택배노조 설립 이후 양측은 접점없는 주장과 설전을 계속하며 극강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를 인정한 정부도 노조측의 SOS를 다소간 어정쩡한 스탠스에서 바라보고 있는 상황, 법원의 판결은 택배업계는 물론 특수고용직 종사자 전체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 판결이 나올때까지는 노사대립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네이버채널 구독 이벤트

    추천기사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이 시각 주요뉴스

    김현정의 뉴스쇼

    정관용의 시사자키

    에디터가 추천하는 꼭 알아야할 뉴스


    많이본 뉴스

    투데이 핫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