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절충 묘수에도 진퇴양난' 최저임금 수정안 논란 확산



경제 일반

    '절충 묘수에도 진퇴양난' 최저임금 수정안 논란 확산

    정부, 약정휴일은 빼고 법정휴일은 지키는 묘수로 수정안 추진
    경영계·노동계 모두 '절반의 패배'에 불만 남아
    현실 반영하면서도 최소한의 논리적 정합성 갖춘 성과는 남아

     

    최저임금 기준 시간을 놓고 정부가 법정주휴일 대신 약정휴일을 제외하면서 노사 양측의 요구 사이에서 '209시간'의 절충점을 찾아냈다.

    하지만 노사 모두 정부 수정안에 반발하고 있어 관련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휴수당에 기업 인건비 부담 늘어난다? 65년 지속된 제도 안 지킨 것이 문제

    애초 최저임금 기준 시간에 주휴수당과 시간을 나란히 넣어 계산하는 것은 30여년 동안 정부는 물론 산업현장에서도 계속된 관례였다.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규정되는데, 통상 노동자들은 주급이나 월급을 주로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려면 노동시간으로 월급을 나눠서 실제 받는 시급을 구해야 한다.

    이러한 '시급=월급/노동시간'의 공식에서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산입대상이 아니지만, 주·월급을 받는 노동자는 대부분 받기 때문에 기본급에 산입해 지급되는 것이 관례다.

    이 때문에 노동부도 복잡하게 분자인 기본급에서 주휴수당을 발라내 따로 계산하는 대신 아예 분모인 노동시간에 주휴시간을 더해 한꺼번에 나눴다.

    문제는 현행 최저임금법령에는 월급을 단순히 '소정근로시간의 수'로 나누도록 했을 뿐, 주휴시간이 여기에 포함된다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큰 논란으로 불거지지 않았던 이유는 대다수 영세사업장에서는 주휴수당과 시간 모두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2011년 노동계가 주휴수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사회적 이슈로 일으키기 전만 해도 정부의 느슨한 단속 아래 소규모 상업장에서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됐다.

    지난해 10월 알바노조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40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에도 92%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답할 정도다.

    하지만 법정주휴수당은 새로 도입한 제도가 아니라 1953년 근로기준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보장된 제도로, 1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며 개근한 노동자는 누구나 반드시 받아야 하는 수당이다.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활용한 것 역시 노동부가 수십 년 동안 행정해석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고용주에 새로운 인건비 부담이 생겨났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동안 대부분의 영세사업장이 불법을 저질렀던 셈이다.

     

    ◇고연봉 대기업도 최저임금 미달…주휴시간 포함 여부에 임금 월 60만원 차이나

    대부분 법정주휴를 지키는 대기업의 경우에도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춰 최소한으로 지급하고 상여금 등으로 벌충하는 기형적 임금체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노사 모두 기본급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주휴수당에 대한 관심도 부담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지면서 신입사원에만 5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는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조차 최저임금 위반 판정을 받아 삽시간에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특히 경영계는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해 계산하면 최저임금은 이미 1만원 대를 넘어선다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대법원은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주휴수당은 계산식에 넣되, 주휴시간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제외하도록 판결하면서 관련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계산식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같은 기업이 같은 노동자에게 같은 임금을 주더라도 최저임금 위반 여부가 갈린다.

    내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씩 주5일 일하는 노동자가 최저시급으로 정확히 일한 노동시간만큼만 임금을 받으면 8350원에 174시간을 곱해 145만 2900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새로 추진하기로 한 수정안대로 법정주휴시간을 넣으면 한 달 209시간 일한 것으로 계산해 174만 5150원을 받아야 한다.

    애초 정부가 추진했던 시행령 개정안은 노사가 정하는 약정휴일시간과 수당도 포함하기로 했는데, 통상 토요일과 일요일 매 주 이틀씩 쉬는 점을 감안하면 243시간을 곱해 202만 9050원이 최저월급이 된다.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인상되기 전인 2017년 최저임금인 6470원을 기준으로 할 때는 약 45만원이었던 금액 차이는 내년에는 무려 약 60만원에 육박하다보니 노사 모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 절충안 내놨지만…노사 모두 절반의 패배에 불만 팽배

    결국 정부는 노사 양측 요구를 절반씩 받아들여 주휴수당과 시간 모두 포함하되 약정휴일은 빼도록 법령을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노동자가 일하지 않는 주휴시간은 당연히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총은 시행령 수정안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핵심은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 그 자체"라며 "금번 시행령 개정은 이러한 실체적 진실을 정면 외면하고 불합리한 기업 단속 잣대를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 수정안에 대해 "약정 휴일 부분은 노사협약을 맺는 대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부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헌법소원 등 강도 높은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노동계는 오랜 논의 끝에 준비한 시행령을 경영계 압력에 갑자기 수정한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같은 임금을 두고 적용하는 법에 따라 계산방법이 달라지게 된 셈"이라며 "시행령을 다시 수정한 것은 사장 주머니에서 나갈 통상임금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한 번 노동자 주머니로 들어간 최저임금은 최대한으로 뻥튀기 해달라는 재벌 요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입법예고까지 한 사안을 기재부가 기업과 사용자단체의 로비를 받아 뒤집으려고 한 것은 절차적, 실체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장과 법령 통일성 갖춘 계기…저임금 노동자에겐 불리하지 않을 결과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법으로 정한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산입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애초 목표는 달성했다.

    또 수당과 시간을 '따로국밥'으로 계산하는 대신 법정주휴와 약정휴일 모두 각각 수당과 시간을 한꺼번에 더하거나 빼면서 최소한의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셈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센터 최진수 노무사는 "대법원은 주휴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지만, 수당은 고정적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산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주휴수당은 개근 조건에 따라 지급 여부가 갈리므로 논리적으로 따지면 둘 다 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오랫동안 노사정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관례 아래 기본급과 통합해서 지급하던 상황에서 오히려 법원 판결로 혼란을 부를 수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실태를 인정하는 가운데 균형을 맞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저임금위원회, 국회 등은 모두 현행 조건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인상수준을 결정했다"며 "그동안 통용되던 계산 방식을 바꾸려면 경영계가 그만큼 임금을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약정휴일의 경우 수정안에서 제외될 전망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에게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노무사는 "약정휴일의 실례를 보면 창립기념일이나 국공휴일 등 상시적으로 있지 않은 경우여서 주휴수당과 성격이 다른 면도 있다"며 "다만 약정휴일도 유급휴일로 인정하던 현실 탓에 산업현장에서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조가 없거나 노동자 힘이 약한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의 경우 약정휴일 자체를 거의 챙기지 않는다"며 "약정휴일을 넉넉히 챙기는 사업장이라면 대부분 노사 협의를 통해 큰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