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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때문에'' 눈 앞에서 버려지는 장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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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규정 때문에'' 눈 앞에서 버려지는 장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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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 두 개 중 한 개 우선사용 ''인센티브제'' 장기활용 걸림돌

    대기자만 2만 명에 이르는 등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만 우리나라의 한 해 뇌사기증자는 200명 남짓에 그치는 등 장기이식의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존재한다.

    그런데 장기 기증을 유도한 병원이 기증자의 신장 두 개 가운데 하나를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인센티브 제도가 오히려 기증장기의 활용을 가로막는 것으로 드러났다. CBS는 이에 따라 뇌사 장기기증의 실상을 짚어보고 장기 기증을 활발히 하기 위한 방안들을 이틀에 걸쳐 살펴본다. 7일에는 첫 번째 시간으로 뇌사자 장기 기증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뇌사자 장기 기증에 대한 수요가 빗발치는 가운데 병원들의 뇌사자 장기 기증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인센티브 제도가 도리어 쓰지도 못한 장기를 버리게 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규정 때문에…'''' 기증받은 췌장 그 채로 버려져

    지난 달 10일 새벽, 순천향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뇌사환자를 옮겨와 장기 이식 시술을 하던 한덕종 교수는 기증 받은 뇌사환자의 장기 가운데 췌장을 쓰지 못한 채 버릴 수밖에 없었다.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뇌사자를 발굴한 순천향 병원과, 뇌사자를 시술한 서울대병원이 일종의 인센티브로 신장 한 개를 우선 기증받게 되어 있다. 때문에 신장을 기증받는 것이 우선이 되어 췌장과 같은 다른 장기는 버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덕종 교수는 ''''췌장을 단독으로 이식해야 할 환자들이 없는 상태에서 당뇨병과 신부전증을 함께 앓고 있어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아야 할 환자들은 신장을 먼저 기증받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상태가 나빠져도 더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신장 인센티브 제도 때문에 버린 췌장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한 교수는 이어 ''''생긴 장기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니냐''''며 ''''환자의 상태보다 인센티브를 주는 규정을 우선시 하는 현행 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장기 기증에 대한 인센티브가 생긴 것은 지난 2003년부터.

    심각한 장기매매를 근절하고 장기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지난 2000년 2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 시행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서 뇌사자 등록과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지만 뇌사기증자는 오히려 급감했다. 1998년 125명, 1999년 162명에 달하던 뇌사기증자는 법 시행 뒤 64명으로 줄었으며 2002년 36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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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식대기 순서에 따라 공정하게 장기를 분배한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장기이식병원의 잠재뇌사자를 발굴하고자 하는 병원의 의지는 현저히 줄어들었던 것.

    이에 정부는 2003년도부터 잠재뇌사자를 발굴하는 장기이식 병원에 뇌사 기증자의 신장 한 개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인센티브제 도입 이후 서서히 증가 국면에 들어선 뇌사장기기증자 수는 올 초 고 최요삼 선수의 뇌사 후 장기 기증으로 한달에 30명 꼴로 뇌사기증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지난 달 들어 처음으로 10년 전 뇌사기증자 수를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대신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미봉책을 시행해 양적인 성장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지선 팀장은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자 임시방편으로 법을 바꾸고 있다''''며 ''''잠재뇌사자를 발굴한 병원에서 적출된 모든 장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법안이 상정됐다 보류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이식협회 관계자도 ''''국립장기기증센터가 10년 동안 생체기증자수를 늘리는 데 공헌한 바는 있지만, 그 이전의 뇌사기증자 숫자로 돌리기 위해 들어간 돈이 얼마인가. 인센티브는 병원이 아닌 환자 가족들에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 잠재 뇌사자 신고의 의무화…한국 ''걸음마 단계''

    뇌사자 장기기증의 활성화를 위해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관계 기관에서도 장기 기증자 가족을 배려하고 효율적으로 뇌사자를 관리하는 장기구득기관의 도입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장기이식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민간기구인 UNOS(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에서 지휘·감독 하고 있으며 각 주마다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장기구득기관(OPO, Organ Procurement Organization)이 뇌사자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잠재뇌사자에 대한 신고가 의무화 돼 있어 병원에서 뇌사가 될 수 있는 환자(잠재 뇌사자)를 신고하지 않으면 보험 혜택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미국의 OPO는 전국에 58개가 있으며 이 가운데 50개는 독립형태로, 나머지 8개는 병원부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OPO는 기증 실적에 따라 4년마다 갱신된다.

    미국의 OPO에서는 뇌사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에서 출동해 뇌사자 가족을 설득하고 잠재 뇌사자를 평가하고 장례절차와 사후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계명대에 이어 올해 서울대에서 병원부설 형태의 장기구득기관을 시범 운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상태.

    국내에서 최초로 뇌사자 장기 이식 수술을 했던 한덕종 교수는 ''''현재 환자를 맡고 있던 의사가 뇌사기증자 가족에게 ''''뇌사이니 기증을 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가 하루아침에 환자 가족을 상대로 기증을 설득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독립적인 장기구득기관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장기기증 묵시적 동의방식'' 도입 필요성 제기



    스페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기기증에 대한 묵시적 동의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의 경우 장기기증을 원하는 사람만 희망등록을 하고 있지만 스페인 등에서는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돼 관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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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선진국 간의 격차와 정서적 이유로 아직까지 장기기증 희망 등록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뇌사 절차를 간소화 하고 장기기증을 위한 코디네이터들을 늘리는 등 뇌사 기증 활성화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관계자는 ''''독립적인 장기구득 기관 설립에는 예산 등의 문제가 뒤따르며 장기구득기관 시범 사업 예산 자체도 제한적''''이라며 ''''화장(火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현재 국민의 60%가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있듯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뇌사 장기 기증자 수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사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 1년 사망자 25만 명 가운데 1%인 2천 5백 명이 뇌사자로 추정되는 상태. 장기 기증에 대한 법적 뒷받침과 사회적 인식 마련을 바탕으로 뇌사자 장기 기증을 통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길 바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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