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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개, 돼지냐" 대구시 희망원 폐지 방침에 장애인단체 반발



인권/복지

    "우리가 개, 돼지냐" 대구시 희망원 폐지 방침에 장애인단체 반발

    장애인단체 "다른 수용 시설로 내모는 꼴"
    대구시 "합의서에 올해 폐지 명시돼 있어"

    7일 대구희망원 대책위와 장애인 단체가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의 희망원 폐지 방침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류연정 기자)

     

    대구시가 오는 12월 말까지 대구시립희망원 내 장애인 거주시설을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장애인 단체가 '인간 존엄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비리척결 대책위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이하 희망캠프)는 7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의 일방적인 희망원 폐지 통보를 비판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5월 희망캠프와 합의서를 작성하고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을 조건으로 한 시설 폐지를 약속했지만 불과 1년 만에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의사 표현을 하기 힘든 장애인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원치 않는 시설로 옮겨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대구시가 거주 장애인 72명을 대상으로 탈시설 욕구를 조사했는데 이 중 현 시설에 잔류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사람이 14명, 응답이 불가하거나 답하지 않은 사람이 23명으로 나타났다.

    희망캠프는 절반 가까이가 시설 폐쇄를 원한다고 답하지 않았는데 시가 일방적으로 시설 폐쇄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갈 곳 없는 장애인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실제로 탈시설을 희망했거나 타 시설로 희망을 원한 장애인들이 자유 의사에 의해 답을 했는 지 의문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단체는 "대구시의 무책임한 행정조치로 인해 대다수가 이름만 바뀐 다른 수용시설로 재입소하게 될 것"이라며 "대구시가 과거 희망원 사태로 상처받고 희생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구시의 입장은 달랐다. 대구시는 1:1 면담을 통해 거주인들의 의사를 파악했고 무응답자들의 경우 최대한 자립을 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립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자립을 돕겠다고 등을 떠미는 것도 문제 아니냐고 반박했다.

    아울러 타 시설로 옮기는 장애인에 대해서도 추적 관리를 계속해 탈시선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겟다고 밝혔다.

    두 번째 쟁점은 시설 폐지를 결정한 과정에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5월 희망캠프와 합의서를 작성했다.

    올해 말까지 희망원을 폐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거주인의 탈시설 지원 목표 인원을 70명으로 정했다. 희망원의 운영방향에 관해서는 희망캠프 등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책위와 희망캠프는 해당 합의 이후 10명의 장애인만 자립에 성공해 아직 약속이 완전히 이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합의서에 적힌 시설 폐지 기한이 연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전날(6일) 대구시가 사전 연락도 없이 기습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희망원 폐쇄와 관련해 장애인 단체가 어떤 의견도 개진할 수 없었고 겨우 일방적인 통보만 들었다는 거다.

    반면 대구시는 "합의서에 명시된 폐지 기간에 맞춰 추진하고 자료를 낸 것이라서 기습적 결정이라는 말은 다소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희망원 내에는 노숙인 재활시설과 장애인 거주 시설이 함께 있어 장애인 거주 시설 서비스의 질이 다른 민간 시설보다 떨어질 우려가 있다. 그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다른 시설로 갈 수 있게 돕거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와 대구시의 입장 차가 큰 만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동안 권 시장이 이들 단체의 요구를 지난 선거 공약에 반영하지 않았고 선거 유세 중 장애인 부모와 물리적 충돌을 빚은 후여서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장애인 단체 회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대구시와 권영진 시장을 비판했다.

    휠체어를 탄 채 분노를 금치 못했던 박명애 희망캠프 공동대표는 "우리가 개, 돼지냐. 대구시가 힘 없는 사람들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냐"고 항의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은 "대구시는 탈시설로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가면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희망원에서 지난 1년 동안 42명이 죽어 나갔다. 인간의 존엄과 개인의 자유가 짓밟히는 시설이 사회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단체는 "대구시의 반인권적인 행정조치를 규탄한다. 대구시는 다른 시설로의 강제 전원을 철회하고 탈시설 지원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향후 전국 장애인 단체와 힘을 모아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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