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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PD 성희롱, 일자리 못 구할까 참고 넘어 갑니다'



사회 일반

    '메인 PD 성희롱, 일자리 못 구할까 참고 넘어 갑니다'

    방송계갑질119 '89.7% 성폭력 피해경험 있지만 80.4% 참았다'

    - 고용불안&개선의지 없을 것 같아 신고 안 해
    -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 회식 자리 성추행
    - 가해자는 방송사 임직원, 피해자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 신고센터& 노조 통해 엄벌촉구, 고용안정 도모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4월 19일 (목)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방송계갑질119 김혜진 활동가(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 정관용> 방송 제작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가운데 9명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 참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죠. 바로 어제 방송계갑질119 또 방송스태프노조준비위원회가 함께 발표한 내용인데요. 직접 들어봅니다. 방송계갑질119의 활동가로 지금 일하고 계신 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김혜진 상임집행위원을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김혜진>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 설문조사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진 겁니까?

    ◆ 김혜진>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2일까지 방송계갑질119 오픈 카톡방에 공지를 하고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입니다. 모두 223명이 응답을 하셨고요. 여성이 209명이 응답을 하셨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방송계에서 일하시는 분 전수조사라기보다는 스스로 설문에 응하신 분들의 답을 분석한 거로군요?

    ◆ 김혜진> 맞습니다.

    ◇ 정관용> 응답한 223명에 정규직 직원들이 많아요? 아니면 비정규직 작가들이 많아요?

    ◆ 김혜진>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작가 분들만은 아니고 촬영하시는 분들이나 드라마 스태프 분들도 좀 계십니다.

    ◇ 정관용> 그런데 대다수는 비정규직이고 또 직종 중에서는 작가가 가장 많습니까?

    ◆ 김혜진> 아무래도 작가 분들이 좀 많으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물론 그러니까 직접 설문에 적극적으로 응하신 분들이고 비정규직분들의 대답이다라는 걸 감안해서 듣더라도 10명 가운데 9명이나, 정말 그렇습니까?

    ◆ 김혜진> 네. 89. 7%에 달하는 분들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을 해 주셨습니다.

    ◇ 정관용> 어떤 성폭력이요?

    ◆ 김혜진> 이분들이 직접 본인들이 당한 성폭력을 써주셨는데요. 한 백 분이 넘도록 직접 그 내용을 써주셨습니다. 보면서 저희가 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다른 성폭력도 마찬가지겠지만 위계관계나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사례들이 굉장히 많아 보였습니다.

    ◇ 정관용> 그렇겠죠.

    오른쪽 김혜경 상임집행위원 (사진=방송계갑질119)

     


    ◆ 김혜진> 이를테면 지방촬영 때 여성에게 단독방을 주지 않고 남성과 같이 방을 쓰게 한다거나 그 자리에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일을 벌이거나 아니면 상사가 몰래카메라를 찍었고 그걸 신고했는데 제보자만 다른 곳으로 보냈다거나. 또는 성관계를 거부해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하시는 작가분도 있으시고요. 특히 술자리 문제가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부장님 옆에 막내 작가를 앉히고 춤을 추게 한다거나 메인PD가 강제로 성추행을 하는 이런 일들이 굉장히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성폭력의 유형들이 있지 않습니까? 성적 농담 아니면 정말 폭행 이런 식으로 유형 별로 분류해 보니까 어떻게 되던가요?

    ◆ 김혜진> 아무래도 그러니까 직접적인 성폭력보다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 성적 농담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의 성추행 이런 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누가 이런 성폭력을 저지른답니까?

    ◆ 김혜진> 대부분이 방송사 임직원들이고요. 제작사 소속이거나 혹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의 임직원분들 주로 높은 직급분들이 많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방송사나 영상제작사의 정규직 직원들.

    ◆ 김혜진> 그렇죠.

    ◇ 정관용> 그런 사람들이 비정규직 프리랜서 이런 분들을 이런 식으로 일삼더라.

    ◆ 김혜진> 네.

    ◇ 정관용> 그래서 그런 성폭력을 당하고 어떻게 했답니까?

    ◆ 김혜진> 참고 넘어간다는 응답이 80. 4%나 됩니다.

    ◇ 정관용> 저런.

    ◆ 김혜진> 대부분이 그냥 참고 넘어가시는 거죠.

    ◇ 정관용> 왜 참고 넘어가는지 물어보셨죠?

    ◆ 김혜진> 네. 크게는 세 가지 정도로 답변을 하셨는데요. 가장 많은 답변은 고용형태상의 신분상 불이익 때문이다라고 많이 이야기를 하셨어요. 아무래도 비정규직이다 보니 이런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에 다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겠다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혜진> 두 번째가 문제 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이제 이런 일들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는 거죠. 또 약간 특이한 게 아무래도 방송계다 보니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못했다라는 응답도 많은데요. 이 방송계 자체가 굉장히 좁은 인적 네트워크로 구성이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 찍히면 다시는 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다들 알고 계시는 거죠. 그러다 보니 참고 넘어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참고 넘어간다가 무려 80%가 넘는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뭔가 문제 제기 하신 분들이 좀 일부 있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문제제기를 했더니 해결이 어떻게 됐답니까?

    ◆ 김혜진> 해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훨씬 더 많고요. 만족스럽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가 행위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조사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응답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 정관용> 이런 피해를 당했을 때 공식적으로 신고하거나 할 그런 창구, 신고센터 이런 것들은 마련돼 있답니까?

    ◆ 김혜진> 이를테면 최근에 드라마 제작 현장을 중심으로 성폭력 예방 가이드를 마련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가이드를 보면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다 외부 여성단체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부 신고센터가 표기돼 있지 않은 거죠. 그런데 회사 안에 없는 건 아니고요. MBC나 SBS가 최근에 클린센터나 윤리경영신고센터 이런 걸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여기를 통해서 신고하라고는 하지만 이 창구가 없다고 답변하시는 분들이 73. 5%나 되거든요. 다시 말하면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기에 신고할 자격이 없다는 응답도 15%가 넘습니다. 다시 말하면 외부 인력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자격 자체가 안 된다고 느끼고 계시는 거죠.

    ◇ 정관용> 성폭력은 만연되어 있고 그걸 당해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이런 거로군요?

    ◆ 김혜진> 그렇죠.

    ◇ 정관용>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걸?

    ◆ 김혜진> 사실 최근에 촬영 현장에서 성폭력 예방 가이드도 만들고 이런 노력을 많이 기울이시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기울여도 이게 현실적으로 변화하는 느낌이 없는 이유는 도대체 이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이 문제를 제대로 요구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혜진> 그러니까 문제를 해결하려면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함께하는 성폭력 신고센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분들이 신분상의 불이익을 느끼지 않아야만 이 문제를 제대로 신고를 할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김혜진> 그리고 그런 문제가 있을 때 확실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처벌하겠다는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되냐에 대해서 89. 2%가 처벌을 강화해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각 방송사들이 사규에 따라서 과감하게 징계하고 그리고 이렇게 신고 된 내용에 대해서 원칙을 가지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을 해 줘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는 한데요. 문제는 이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분들이 신고를 할까라는 걱정이 듭니다. 그만큼 알려졌을 경우에 본인의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인 거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혜진> 그런 점에서 신고센터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조직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 정관용> 지금 방송스태프노조준비위원회 만들어져 있죠?

    ◆ 김혜진> 맞습니다. 바로 이런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 정관용> 노동자분들 참여하시겠다는 의사를 가진 분들은 많죠?

    ◆ 김혜진> 네. 거기 대부분이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기꺼이 가입하겠다고 답변을 하셨는데요. 63% 정도가 이렇게 답변을 하셨습니다.

    ◇ 정관용> 노동조합이 빨리 좀 발전하기를 기대해 보고요. 아까 말씀하신. . .

    ◆ 김혜진> 방송사도 전향적으로 해결을 할 생각을 해야 되는 거겠죠.

    ◇ 정관용> 아까 말씀하신 외부의 성폭력 신고센터라든지 하는 등등 빨리 좀 이루어져야 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혜진> 고맙습니다.

    ◇ 정관용> 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김혜진 상임집행위원이었습니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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