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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이어 김포·서울코인 나오나?…블록체인 지역화폐 잇따라 등장, 왜?



IT/과학

    노원 이어 김포·서울코인 나오나?…블록체인 지역화폐 잇따라 등장, 왜?

    기부·봉사 등 사회적 가치 시장가치로 '환산'
    위·변조 불가 '안전' 지역화폐 발행·환전소 운영비 대폭 절감

     

    블록체인 기반 지역 화폐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노원구청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역 화폐를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KT도 경기도 김포시에 전자형 블록체인 지역 화폐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화폐의 유통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산업 전반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블록체인이 지역 화폐에도 도입되는 것이 주목된다.

    ◇ '노원' 자원봉사 1시간에 700원…사회적 가치 시장가치로 '환산' 가맹점 2배 급증

    지난 2월 1일부터 서울시 노원구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어 지역 화폐 '노원(NW)'을 상용화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 화폐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화폐가 종이 지역 화폐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1노원(NW)'은 1원의 가치를 가진다. 자원봉사 1시간 하면 700 노원을 받는 방식이다. 물품을 기증하거나 기부를 해도 받을 수 있다. 판매액, 기부액 각각 10%를 '노원'으로 받는다.

    회원 한 명당 최대 5만 원까지 적립 가능하다. 유효기간은 3년. 구민들은 'NW'으로 공영주차장 등 공공가맹점 43곳과 서점, 카페, 학원, 카센터 등 136개 민간 가맹점에서도 쓸 수 있다. 단순히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책도 사고 머리도 하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거나 학원도 다닐 수 있다. 다른 지역 구민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 다만, 노원구 내에서 봉사 활동을 하거나 물품을 기증해야 'NW'을 받을 수 있고 구내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

    반응은 뜨겁다. 시행 한 달을 맞은 지난달 초 기준, 노원구에 따르면 NW 가입 회원이 4400명에 달하고 가맹점도 100여 개에서 한 달 만에 2배로 급증했다. 가입 회원들에게 총 4100만 NW이 지급됐고 이중 400만 NW이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소비됐다.

    거래액뿐만 아니라 노원구 자원봉사센터에는 지역 화폐 및 봉사참여 방법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게 구청 측 얘기다. 재활용품 기부율도 약 20% 정도 증가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대응하면서도 시장가치로 반영하기 힘든 자원봉사나 기부 등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했다"면서 "구민이 직접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KT-김포 지역 화폐, 앱만 깔면 '끝' 결제 즉시 계좌로 '입금' 간편·안전·소득증대↑

    KT와 자회사 KT엠하우스는 지역 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지역경제를 살리면서도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및 결제시스템 전자화 구현에 나선다. 특히 블록체인을 5대 중점 과제로 선정하고 박차를 하가는 KT 기술력에, 모바일 상품권 등 온라인 커머스 분야 선두주자인 KT 엠하우스의 전문성이 더해져 지역 화폐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포부다.

    KT의 이번 사업은 올해 11월 김포도시철도 개통을 앞둔 김포시와도 뜻이 맞았다. 철도가 개통되면 사실상 서울생활권에 편입되는 김포시는 지역 경제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그러나 지역 화폐가 있으면 지역 소비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별도의 실물화폐가 아닌 블록체인 기반 지역 화폐가 발행되면 관리나 유지비용도 거의 들지 않아 예산도 아낄 수 있다. KT와 김포시는 이르면 9월, 늦어도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다만 김포 지역 화폐는 NW과는 취지와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다.

    NW은 자원봉사나 기부 등을 통한 공동체 강화가 주요 목적이다. NW으로 식사도 하고, 교육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1만NW을 가지고 있어도, 1만 원짜리 물건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가맹점마다 정해놓은 NW 사용기준율에 따라서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기준율 10% 가맹점에서 1000원짜리 물건을 살 경우, 100NW만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 900원은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 NW 사용기준율은 최소 2%에서 최대 50%까지로 가맹점마다 모두 다르다.

    NW을 받은 가맹점주 역시 NW을 현금으로 바꿀 순 없다. 자신 또한 구내 서비스 이용자로 NW을 쓸 수 있어 소득 증대보다는 지역 공동체 강화 성격이 좀 더 큰 셈이다.

     


    KT가 검토 중인 김포 지역 화폐는 말 그대로 지역 내에서 금액 그대로 실물 화폐처럼 쓸 수 있다. 가맹점주도 결제 즉시 '현금'으로 정산받는다. 소득증대가 가능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측면이 보다 크다. 가맹점 역시 지역 맛집뿐만 아니라 학원, 미용, 정육, 세탁 등 골목상권 모든 상점을 아우른다.

    KT-김포 지역 화폐의 구체적인 결제 및 정산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역 화폐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아 QR코드 형태로 결제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소비자는 스마트폰 앱 하나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결제하고, 상인들도 별도의 포스나 단말기 등을 사거나 구비하지 않아도 된다. 결제금액은 곧바로 점주의 은행 계좌로 송금된다. 기존 지역 화폐처럼 환전소에 갈 필요도 없는 셈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실물 종이 화폐 제작과 환전소 운영에 들어가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발행처가 불분명한 지역 화폐의 위·변조도 막고, 공무원 강매나 소위 '상품권 깡'도 근절해 이른바 '자생적 수익구조' 구축에 쉬운 측면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KT 엠하우스 관계자는 "현재 모바일 상품권이 일종의 간편결제 수단이 되고 있는 만큼, 지역 상품권으로 대표되는 지역 화폐를 비롯해 보다 폭넓은 전자결제 시장으로 확장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 화폐, 아동·청년수당 등에 수백억 책정 지자체 도입 활발…'서울코인' 주장도

    지역 화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캐나다, 독일 등 세계 각국 3000여 곳에서 사용 중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역 화폐를 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는 56곳에 달한다. 조폐공사를 통해 발행된 지역 화폐 규모는 3100억 원에 이른다.

    시흥화폐 '시루'를 비롯, 포항사랑 상품권, 안양사랑 상품권 등은 국내에서 제법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 화폐로 꼽힌다. 포항사랑 상품권은 지난해에만 1275억 원이 발행 및 유통됐고 가맹점만 1만 3000곳에 달한다. 안양시는 올해 1월부터 지역 화폐를 아동수당 및 청년수당으로 지급할 예정인데, 이 규모만 약 100억원에 이른다. 시흥시는 지역 화폐를 공무원복지 포인트로 3.8억원, 아동수당으로 약 240억원을 책정했다

    정부는 올해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의 하나로 지자체의 상품권 발행을 권장하기로 했다. 연내 상품권 도입과 활용에 관한 근거법 제정과 함께 각종 지원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같은 지역 화폐 활성화 방안 추진과 국내 기업의 블록체인 기술이 맞물리면서 김포시뿐만 아니라 상당수 지자체가 블록체인 기반 전자형 화폐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블록체인 기술은 일부 한정된 곳에서 사용되던 지역 화폐의 한계를 극복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종이·상품권을 활용했던 기존 지역 화폐는 실질적인 시행범위가 협소하고 지속성 차원에서 한계를 나타낸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KT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발굴 중인 국내 IT기업들도 지역 수요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지자체와 접촉하면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 화폐 거래량 증가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정산-대사 등의 자원을 절감하고 보다 높은 보안성과 효율성을 지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크다.

    이같은 추세에 블록체인 기반 '서울 코인'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한 세미나에서 "서울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블록체인 기술로 서울 화폐를 만들면 직접적인 예산 투입 없이 서울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코인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자원봉사자의 열정을 경제 에너지화해서 지하철도 탈 수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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