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야생조류→가금류' 반복되는 AI 감염…지금껏 뭘 했나?



사회 일반

    '야생조류→가금류' 반복되는 AI 감염…지금껏 뭘 했나?

    닭과 오리 AI 증상 나타나야 겨우 감염된 사실 알아…사전 파악 '손놔'

     

    또 다시 가금류, 오리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둘러 조기진화를 지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잇따라 대책회의를 여는 등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AI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반응은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똑같은 원인 분석과 사후 대책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데 있다.

    올해도 이미 지난달 10일 충남 서산 간월호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H5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지난 20일까지 전국 하천에서 28건의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징조가 나타났지만 결국은 막지 못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난달에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그동안 어떤 예방대책을 추진했던 것일까?

    ◇ 되풀이되는 철새 유입…반복되는 AI 발생에 똑같은 사후 대책

    전국의 모든 닭과 오리 농장들은 출하 시점이 되면 도계장으로 가기에 앞서 해당 자치단체에 출하신고를 한다. 그러면 자치단체 가축방역기관은 농장에서 혈액검사를 하거나 닭과 오리를 실험실로 가져 와 PCR이라고 하는 유전자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이번에 AI가 발생한 전북 고창의 오리농장(1만2500마리 사육)의 경우도 전북도 동물위생시험소가 지난 17일 오리 5마리를 실험실로 가져 와 시료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통상 AI 바이러스가 닭과 오리의 체내에 들어가면 최대 21일 동안 잠복기를 거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창 오리농장은 지난달 29일 이후에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달 10일 충남 서산의 간월호 주변에 있던 야생조류 분변(저병원성 판정)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서울과 경기, 강원, 충남, 전북, 전남 등 전국에 걸쳐 야생조류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무더기로 검출되던 시점과 일치한다.

    정부의 주장대로 야생조류에 의한 AI 전파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조심했어야 했는데도 해당 오리농장이 AI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막지 못했던 것이다.

    2014년 1월16일 AI가 그랬고, 지난해 11월16일 AI도 야생조류 분변에서 바이러스 검출을 시작으로 가금류 농장에서 발병했는데, 이번 AI도 똑 같은 과정과 전철을 밟았다는 점에서 정부와 가금류농장의 방역활동에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농가 같은 경우는 예를 들면, 그물망이 찢어졌다든지 관리가 소홀한 부분이 역학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며 "(이 농장을 관리해 온) 계열화사업자(참프레)에 대해서도 주의를 다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방안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 철새 탓만 하다가 확산…닭과 오리 검사 방치

    정부는 이처럼 AI가 반복해 발생하는 원인은 철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중국과 시베리아 등지에서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가 우리나라로 들어와 옮긴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하천 등지에 떨어져 있는 야생조류 분변에 대해서 검사를 강화한다. 올해도 수 천 건의 분변을 수거해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대해서는 분변검사를 하지 않고, 출하 전에 시료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금류는 방역 프로그램에 따라서 예찰을 통한 관리를 하고 있다"며 "통상 육계는 30~35일, 오리는 40~45일 정도 키운 뒤 출하하기 때문에 생존기간이 짧아서 출하검사 위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닭과 오리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고 있다가 출하검사 때나 겨우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전북 고창 오리농장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북도 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들이 해당 오리농장을 방문했을 당시 죽은 폐사체가 없었고 별다른 AI 의심증상도 없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오래 전에 감염됐다면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났을 것인데 증상이 없었다는 것은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결국, 닭과 오리농장주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닭과 오리가 AI에 감염됐는지도 모른 채 마구 이동하면서 그동안 수평 전파가 이뤄져 왔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는 "철새는 애초부터 AI바이러스를 항상 보유하고 있지만 99.9%가 저병원성으로 닭과 오리에 옮기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철새가 원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AI가 발생한 고창 오리농장과 관련해 방역당국이 직선거리로 250m 떨어진 동림저수지에서 19건의 야생조류 분변을 채취해 검사했으나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문제는 우리나라에 이미 AI 바이러스가 산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저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닭과 오리에 감염되면 변이 과정을 거쳐 고병원성으로 발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따라서 "그렇기 때문에 AI는 정부와 농장주들이 철저하게 조심하고 방역해야 하는데 제대로 관리와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