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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증세' 주저하는 文정부…"이러다 물건너갈라"



경제 일반

    '부자 증세' 주저하는 文정부…"이러다 물건너갈라"

    찬성 여론 월등한데도 '소수 반발' 의식…집권 중반 넘기면 '동력 상실'

     

    문재인정부가 '부자 증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조세 정의 구현은 물론 각종 공약 재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거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 80% 이상이 부자 증세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는 만큼, 집권 초반 지지 동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달말쯤 내놓을 세법 개정안에는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 3대 세목의 세율 조정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 형평성 확보와 부동산 안정대책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 여부 역시 하반기 구성될 조세재정개혁위원회 논의를 거쳐 내년초에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정부는 각종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 과세구간을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고소득자에게 40%의 최고세율을 매기고 있지만, 대상을 '3억원 초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이같은 적용 과표 확대와 함께 40%→42% 최고세율 인상을 내건 바 있다. 따라서 세법 개정안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공약의 '절반'만 이행하는 셈이 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남근 변호사는 "정확히 얘기하면 '과표 현실화'일 뿐, 세율을 그대로 두기 때문에 '부자 증세'라고 보긴 힘들다"며 "집권 초기에 갈등을 유발할 사안은 손대지 않겠다는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조세와 부동산 문제는 가능하면 논의를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며 "속도를 조절할 문제이지, 이렇게 논의를 뒤로 미루면 이 정부에선 안되는 걸로 봐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과 여당이 내세워온 '부자 증세'의 양대 목적은 △세수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복지 등 각종 공약 재원 마련 △조세 형평성 확보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로 요약된다.

    특히 '부자 증세'로 대변돼온 직접세 인상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기대가 정권 교체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직접세 인상에 소극적인 것은 최근 불거진 경유세 논란에서 보듯, 증세에 대한 일부 반발 여론과 조세 저항 가능성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세 인상을 외면한 채 담뱃세나 경유세 같은 간접세 인상에만 매달리는 모양새야말로 가장 우려할 상황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부자 감세' 비판을 받은 종부세·법인세를 원상회복하고 소득세도 올릴 필요가 있다"며 "그 필요성은 지난 10년간 다수 국민의 요구와 촛불 민심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직접세 영역에서 제대로 된 조세정의를 추구해야 간접세 논의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직접세를 건드리지 않고 자꾸 간접세 얘기만 나오면 정부의 증세 의지 부족이 오히려 조세 저항을 더 부추기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위원장은 "극소수층의 조세 저항이란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집권 초기에 넘어서야지, 중반으로 가면 힘들다"며 "지금 나오는 얘기로 보면 새 정부의 증세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소득 중심의 과표 현실화에만 방점을 찍다 보니, 소득이 잘 포착되지 않는 부동산 중심의 자산가에 대한 증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근 변호사는 "서구 유럽에선 부자 증세를 얘기할 때 주로 부동산 같은 자산에 세금을 물리는 게 중심"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이런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미적거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세의 60~70%에 불과한 공시지가에 세금을 물리는 부동산 과표도 문제일 뿐더러, 대다수 건물 같은 경우엔 그나마 이마저도 정비가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직접세 인상을 애써 외면한 세제 개편은 결국 조세 형평성 확보는커녕, 일자리 창출과 복지 등 각종 공약 재원 마련도 실패로 이끌 공산이 크다.

    현 정부가 내놓은 공약사항을 모두 이행하려면 5년간 178조원, 연평균 35조 6천억원이 소요된다. 정부는 △재정개혁으로 112조원 △세법 개정으로 31조 5천억원 △탈루 과세 강화로 22조 5천억원 △부가가치세 카드사 대리납부 등 과세 인프라 확충으로 7조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RELNEWS:right}특히 66조원의 세입개혁 조달분 가운데 올해와 내년 증세 수입분은 각각 8조원으로 최대한 작게 책정됐지만, 2019년부터는 두 배에 가까운 15조 5천억원의 증세가 당장 필요한 상황이다.

    오건호 위원장은 "최근 초과세수가 많이 걷히다보니 정부는 이걸로 충당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는 듯하다"며 "하지만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조세부담률이 낮은 걸 감안하면 제도 개혁을 통한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8.5%로 OECD 평균인 25%보다 7%p이상 낮다. 이 격차를 3%p만 좁히더라도 45조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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