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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쫓는 버스기사…난폭운전 부르는 배차(配車)



사회 일반

    시간을 쫓는 버스기사…난폭운전 부르는 배차(配車)

    • 2016-08-06 06:00

    ['돈'에 저당 잡힌 안전…서울→인천→경기, 버스 카스트①]

    지난달 17일 영동고속도로 5중 추돌로 41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는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안전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형차량 운전자의 연속 운전시간을 4시간으로 제한하고 최소 30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안전 강화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대책에서 근로기준법상 휴식시간이 사실상 보장되지 않고 있는 준공영제 미 시행지역의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CBS 노컷뉴스는 이에 따라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살인적인 운행실태 등 노동여건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시간을 쫓는 버스기사…난폭운전 부르는 배차(配車)
    ② 전국 사고율 1위 '흙수저 버스'…하루 414만 명 이용


    경기도 수원시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버스 운전기사들이 다음 배차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구민주 기자)

     

    "웃기는 건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이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신호위반은 물론 과속도 눈치껏 해서 부지런히 시간을 만들어 먹거나 쉬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경기 안양에서 서울을 오가는 강모(42)씨가 고백한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운행실태다.

    지난 5일 오전 6시30분 강씨가 안양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피곤이 덜 풀린 기색이 역력했지만 자신이 운행할 차량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점검을 하고 있었다.

    강씨가 버스점검을 마치고 운행에 나선 건 7시10분, 출발과 동시에 어느새 도로 위를 쏜살같이 달렸다.

    버스정류장에 승객이 없거나 타려는 기색이 없으면 무정차 통과는 기본이다.

    다만,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생들까지 방학을 맞은 요즘, 타고 내리는 승객이 적기 때문에 평소보다 운행시간 맞추기가 수월해 과속이나 신호위반은 평소보다 훨씬 줄었다고 귀띔했다.

    강씨가 안양의 차고지로 다시 돌아온 건 3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10시40분쯤, 곧장 구내식당으로 향한 강씨는 이날 점심메뉴인 잔치국수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워 버린다.

    보통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식사시간은 아침 오전 4시~7시50분, 점심 오전 9시30분~오후 12시50분, 저녁 오후 3시~7시30분 등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각자의 운행시간에 맞춰 짬짬이 먹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점심을 먹고 있다. 버스 기사들은 배차 시간 사이 쉬는 시간을 쪼개 점심을 먹는다. (사진= 구민주 기자)

     

    식사를 마친 강씨는 "단체협약을 통해 식사시간 20분은 보장돼 있지만 버스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지금 내 차 앞에 2대가 있는데 5분 간격으로 배차돼 있어 10분 안에 밥을 먹어야 운행시간을 빠듯하게 맞출 수 있다"며 서둘러 버스로 향했다.

    오후 6시 저녁식사를 마치고 운전대를 잡기위해 모습을 드러낸 강씨는 오전에 비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씨는 "밥은 겨우 먹었지만 쉬지 못하고 장시간 운전대를 잡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경련이 온다"며 "저녁식사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피곤이 몰려오고 9시쯤 되면 졸음을 참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살인적인 배차시간에도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어쩔 수 없다.

    1개 월에 최소 13일을 16시간에서 19시간씩 근무해야 기본급 65만 원을 보장받고 수당을 챙기는 잔업 중심 구조의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가 일을 마친 시각은 6일 오전 1시, 식사시간도 제대로 못 챙기며 19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았지만 잠깐 눈을 붙이고 또 다시 버스를 몰아야 한다.

    준공영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경기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일과는 강씨와 다를 바 없다.

    피곤에 절고 빡빡한 배차시간을 맞춰야하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손에 하루 이용객 414만 명의 안전이 맡겨진 셈이다.

    강씨의 동료 유모(37)씨는 "휴식과 식사를 위해 죽기 살기로 들어와야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며 "현장에서는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보다 업체의 배차시간이 우선이다. 안 지키면 지연운행이 되고 사유서를 쓰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박상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지역버스지부장은 이에 대해 "지도감독보다는 보조금 전달에 치우친 버스정책이 낳은 결과"라며 "완전공영제 도입이 안전과 서비스 질을 높이는 최선책이지만 준공영제 시행만으로도 일부 개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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