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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화학물질 범벅 '화학공화국'



보건/의료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학물질 범벅 '화학공화국'

    [화학공화국, 당신은 안녕하십니까①]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부터 흡입독성 향균필터, 실명을 야기할 수 있는 차량 메탄올 워셔액까지 생명을 노리는 화학물질제품이 도처에 널려있다. CBS노컷뉴스는 화학물질이 넘처나는 '화학공화국'의 현실을 조명하고, '사회 디톡스' 해법을 모색해 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김 씨의 생활 속에 자리잡은 생활화학제품들

     

    최근 여자친구에게 선물 받았다는 디퓨저로 방안 가득 재스민향이 넘치는 오전 7시. 회사원 김모(29) 씨는 기상과 함께 민트향이 가득한 가글로 하루를 시작한다.

    최근 할인행사로 구입한 샴푸를 비롯해 5~6가지 목욕용품을 사용해 샤워에 면도까지 마친 그는 다시 스킨과 로션, 선크림을 얼굴에 펴 발랐다. 데오도란트를 겨드랑이에 문지른 뒤 향수를 뿌렸고, 마지막으로 하루 수분을 보충해 줄 미스트를 가방에 챙겨 나왔다.

    회사에서도 중간중간 화장실을 갔다 올 때마다 핸드크림을 바르는 그는 최근 잦은 야근으로 인해 피로해진 눈에 '인공눈물'을 넣었다.

    퇴근 후 저녁은 간단히 인스턴트 라면과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즉석 밥'을 먹기로 했다. 소량 포장된 편의점 김치는 조촐한 저녁 밥상에 작은 위로가 됐다.

    잠들기 전 집안일을 빼놓을 수 없다. 맨손으로 뚝딱 설거지를 끝낸 뒤 내친김에 욕실 청소까지 했다. 락스 냄새가 다소 독했지만, 코를 막고 욕실 바닥과 변기를 구석구석 문질렀다.

    잠자리에 들었다.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지만, 김 씨는 걱정이 없다. 얼마 전 구입한 '무색무취' 모기향을 피워뒀기 때문이다.

    김 씨가 이날 사용한 화학제품은 디퓨저, 샴푸, 김치 방부제, 세제 등 20여가지.

    김 씨의 미스트에 함유된 '페녹시에탄올'은 중추신경 억제와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고, 탈취제 등에 들어간 프탈레이트는 성호르몬 분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치약에 포함된 파라벤은 발암 물질로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성미숙증이나 성조숙증을 야기할 수 있다.

    그는 "일생생활에서 당연하게 쓰는 물건들이어서 딱히 화학제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하루 수십 개 화학제품을 몸에 사용하는데, 아무것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좀 경각심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전하니까 시중에 유통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 화확물질 업체 3천개 '화학공화국'…어린이도 화확제품 무방비 노출

    김 씨의 사례처럼 화학제품은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화학제품에 대한 무차별적인 노출은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린이 실내화에서 유해화확물질 PVC와 납이 검출됐다. (사진=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

     

    시민단체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에 따르면, 어린이 실내화, 학용품 등 13가지 품목 235개 제품에서 '위험' 혹은 '주의' 수준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또 서울 지역에만 발암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26개, 전국적으로는 3천여개가 도심 등에 배치돼 있다.

    이 결과마저도 2012년 환경부가 선정한 1만 6천여개 업체 중 19.7% 업체들만이 공개한 정보를 토대로 조사된 것으로, 주변에 널린 화학물질 취급 업체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이동수 환경대학원 교수는 "배게, 소파, 휴대전화까지 화학제품이 들어있고, 유해성분도 매우 많다"며 "화학제품이 늘어나면서 이런 물질을 취급하는 업체도 덩달아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보를 환경부가 충분히 제공해야 못해 시민단체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유명무실 환경부 '생활환경 안전정보 시스템'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생활환경 안전정보 시스템'은 사실상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무용지물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생활환경 안전정보 시스템'은 생활화학제품과 화확물질, 관련 법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제품에 대한 화학물질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활화학제품 정보'에서 첫 번째로 소개된 방향제 A 제품의 성분에는 '향료 외'란 정보밖에 나오지 않는다.

    B 식품에 함유된 화학성분 표시란에도 '딸기 에센셜오일', '톱밥', '식용향료'라고만 단란하게 적혀있고, C 변기 세정제품 성분 표시란에는 '고급 알콜계(음이온, 비이온)', '계면활성제', '파인오일', '황산염', 청색염료' 등만 표기돼 있다.

    '식용향료'나 '알콜계' 아래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 다름 없는 셈이다.

    또 '생활화학제품 사고 검색'에는 생활화학제품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기보다 단순 안전사고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사고들만 가득하다.

    생활화확제품 사고 검색에서 소개된 화확제품 사고 사례 (사진=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

     

    특히 3,698명의 희생자(사망자 701명, 정부에 접수된 신고 기준)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에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에서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성분 공개를 꺼리고 있어, 정확한 성분표기가 사실상 어렵다"면서 "기업들이 화학 성분에 관한 정보를 보다 많이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환경부 소관이 아닌 식품의약처 관리 제품이어서 소개하지 않았다"며 "소관 부처에 따른 정보 공개나 화확성분 관련 정보들이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있어 개선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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