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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핀다는 건 무엇일까? 웃는 것이다"… 자연농 30년의 사색



책/학술

    "꽃 핀다는 건 무엇일까? 웃는 것이다"… 자연농 30년의 사색

    신간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은 저자 최성현의 일상 속에 머물다 간 사람과 자연과 시간이 남긴 메시지와 가르침, 그리고 거기에서 길어 올린 저자의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저자 최성현은 직장을 그만두고 산을 택했다.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일본의 자연주의 농부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쓴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을 읽고 그는 문명을 등지는 선택을 했다. 문명의 혜택을 최소화하고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지 자신을 통해 시험해보기로 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전화도 없고 이웃도 없는 깊은 산속에서 원시생활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숲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고 인간이 돌보지 않아도 씨가 움트는지 지켜보았다. 그렇게 그는 서서히 농부가 되어갔다.

    지난 10년 동안의 공부를 바탕으로 그는 본격적으로 자연농의 길에 들어섰다. 씨를 뿌리고 논밭의 작물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숲을 돌아다니고 글을 쓰는 시간이 이어졌다. 자연농은 성공적이었지만 양이 문제였다. 스스로 ‘농장’이라고 이름 붙인 땅은 크지 않았고, 땅을 넓히기에는 일손이 부족했다.

    그런데 그가 펴낸 책들을 보고 오지로 찾아온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소식도 없이 찾아와서는 며칠 동안 땀을 흘리고는 돌아갔다. 자연스럽게 저자를 중심으로 '지구학교'라는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오만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들, 생김새가 제각각인 사람들이 찾아와서는 땀방울을 기부했다.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은 그들의 이야기다. 상처받고 지친 나그네들이 삶의 의미를 찾아 먼 곳으로 와서는 자연 속에 머물고 땀을 흘리면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 이야기들. 이 책은 30년에 걸쳐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 외길을 걸어온 저자가 그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의 저자 최성현.

     

    책 속으로

    돌아보면, 내 인생의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은 시간을 잊었던 때들이다. 이 그림책 속의 아이처럼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닭이어도 좋고, 개미라도 좋고, 잠자리라도 좋고, 분꽃이라도 좋다. 시간을 잊는 것, 그것이 먼저다. _ p. 88,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

    오래 보아야 보이는 것이 있다. 겉만이 아니라 뒤까지 봐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고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다. 오래 알아봐야 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도 세상에는 많다. 사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알고 보면 수두룩하다. _ p. 101,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

    꽃 핀다는 건 무엇일까? 웃는 것이다. 남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간단하다. 함께 하는 사람과 하루 웃고 살았다면 하루 꽃 핀 것이다. 웃지 못했다면 꽃 피지 못한 것이다. _ p. 110, <어느 풀의="" 가르침="">

    눈을 감고 보면 어머니는 우주와 분리할 수 없다. 어머니와 우주는 하나다. 그러므로 아이는 우주가 낳는다. 아이는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를 먹고 살다가 죽어서 우주로 돌아간다. 온 곳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우주가 피우는 꽃이다. _ p. 115, <나무를 먹는="" 땅="">

    천국이라지만 내 뜻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다. 사람들은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천국에서 불평을 하지만 사실은 그래서 천국이다. 한번 자신의 생각을 지켜보라. 생각대로 되면 하루 안에 이 세상 다 망가진다. 우리의 생각은, 최소한 통제되지 않고 떠오른 생각은 착하지 않다. _ p. 124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나?="">

    탈이 나면 안다. 다만 걸을 수 있다는 게,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시원하게 똥과 오줌을 쌀 수 있다는 게 기적이라는 걸.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라는 걸. 그런데 그걸 모르고 살았다는 걸. _ p. 152, <암에 걸리면="">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사물의 실상에 다가갈 수 있다. 우리는 걸레를 더럽다고 알고 있다. 잘못된 견해다. 이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보면 걸레는 얼마나 성스러운 물건인가! 부디 걸레처럼 살고 싶다고 빌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걸레는 결코 더러운 물건이 아니다. _ p. 205, <걸레 하느님="">

    나는 그 주머니에 나를 넣는다. 죄 많은 나를 넣는다. 달리 길이 없다. 내 힘으로는 풀지 못한다. 그런 일이 있다. 지나간 일만이 아니다. 조심해도 날마다 죄를 짓는다. 그런 날 나는 그 죄의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느님의 주머니로 가는 길밖에 없다. 그 주머니에 나를 던져 넣는 길밖에 없다. _ p. 264, <기도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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