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미스터리한 사건의 다섯가지 법칙을 말하다



책/학술

    미스터리한 사건의 다섯가지 법칙을 말하다

    신간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발생 확률이 지극히 작은, 즉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들도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의외의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일련의 법칙들을 저자 데이비드 핸드는 '우연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우연의 법칙은 필연성의 법칙이다. 이는 쉽게 얘기하면 로또 복권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구입하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맞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우연의 법칙은 ‘아주 큰 수의 법칙’이다. ‘아주 많은 기회가 있으면, 아무리 드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0.01% 확률로 벌어지는 아주 희박한 일도, 전 세계의 70억 명 인구를 감안하면 반드시 어디에선가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세 번째 법칙인 ‘선택의 법칙’은 쉽게 말해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골라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한 ‘링컨과 케네디 암살의 공통점’ 같은 이야기가 그러한 것 중 하나다. 링컨과 케네디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 중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선택’하여 부각하고, 수많은 다른 자료는 버린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마치 두 사건 사이에 엄청난 ‘우연의 일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네 번째 법칙인 ‘확률 지렛대의 법칙’은, 초기의 미세한 차이가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발생시키는 경우다. 예를 들어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하면 미국에는 토네이도가 분다’는 유명한 ‘나비 효과’도 확률 지렛대 법칙이 작용한 경우 중 하나다. 그 외에도 파국 이론, 도미노 효과 등이 확률 지렛대 법칙과 관련이 있다.

    다섯 번째 법칙인 ‘충분함의 법칙’은 데이터를 해석할 때 그 ‘맞고 틀림’을 가르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오류를 뜻한다. 예를 들어 점쟁이가 “당신은 오늘 죽을 위기를 넘길 거야”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죽을 위기’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위험하게 달리는 차를 횡단보도에서 마주칠 수도 있고, 건강 검진에서 이상 징후를 통보받을 수도 있다. 밤거리에서 취객이 시비를 걸어올 수도 있고, 전기 제품을 만지다가 ‘찌릿’ 감전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경우를 다 ‘죽을 위기’로 이해한다면, 이 점쟁이의 예언은 ‘오히려 틀리기가 어려운’ 말이 된다.

    데이비드 핸드는 왜 인간은 그토록 세상을 ‘오해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그것은 처음부터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여러 잘못된 인지⋅해석 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후설명 편향’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예를 들어 ‘9⋅11’ 테러가 발생한 뒤 ‘사실 이 테러는 미리 예견할 수 있었어’라고 말하는 경우다.

    물론 사건이 벌어진 뒤에 돌이켜보면 많은 ‘징후’가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징후들은 당시에는 수많은 다른 신호들과 섞여 도드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징후들은 비로소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를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수많은 데이터 가운데 골라낸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그 테러를 예측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관계자들을 맹렬하게 질타한다.

    데이비드 핸드는 진화와 우주 생성 과정에서 벌어진 우연에 대해서 다룬다. 많은 사람(특히 종교인)이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체는 우연히 만들어질 수 없음을, 즉 ‘창조주의 설계’가 있었음을 강변한다. 더 나아가 이 우주 자체가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데이비드 핸드는 이런 주장에 하나하나 반박한다. 산의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은 설령 정확한 길을 모르더라도 몇 가지 규칙만 지키면 결국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진화는 이와 같은 과정이다. 창조주의 설계가 없었더라도, ‘자연선택’에 의해 생물은 조금씩 조금씩 진화해 가고, 그 결과 중 하나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우주도 마찬가지다. ‘우주는 인간에게 적합하게 만들어졌다’는 말은 사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주에서 인간이 발생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우주에 아예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무엇이 ‘적합’하고 ‘적합하지 않은지’에 대한 기준도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아주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지구와 같은 환경을 지닌 행성은 반드시 어디엔가 존재한다.

    이렇게 ‘우연의 법칙’을 모두 이해하면, 소위 ‘우연’과 ‘기적’이라 불리는 많은 일들이 ‘그럴 수도 있는 일’로 변한다. 이런 변화는 우리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좋은 꿈’을 꾸었다고 ‘로또복권’에 돈을 쏟아 붓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부터 점괘에 의해 기업이나 국가를 운영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더 나아가 종교나 미신을 믿지 않고도 세상에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아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일까지도 가능하게 된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