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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뒷돈 요구…기록 나쁜데 수영 국가대표 후 서울대



법조

    집요한 뒷돈 요구…기록 나쁜데 수영 국가대표 후 서울대

    수영연맹 비리 출발은 입시비리…국가대표 선발 대가로 뒷돈 의혹

    (사진=자료사진)

     

    학부모 A씨는 수영선수인 딸이 고3이던 2011년 여름, 대한수영연맹 상임이사이자 싱크로나이즈위원장이었던 김모(구속수감)씨로부터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니 돈을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딸의 기록이 좋은데 굳이 인사를 할 필요가 없지 않냐"는 말에 김씨는 "너무 이 세계를 모른다. 우리 클럽 잘 봐달라고 많이 내면 많이 내지 적게 내는 사람은 없다"고 타박했다.

    "검은 돈으로 대학에 가야 한다는데 차라리 재수를 하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다행히 딸도 동의했다. 돈을 못내겠다는 전화에 김씨는 "이미 교수들에게 자비로 돈을 다 줘서 반드시 돈을 마련해 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김씨는 거의 매일같이 전화해 돈을 독촉했다. 처음 25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요구액이 줄었다. 보다 못한 A씨의 친정어머니가 돈을 주겠다고 했다. 교수 1인당 300만원씩 2번과 200만원 등 총 800만원을 김씨 계좌로 보냈다. A씨는 "마치 사채업자 같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재판이 돼서야 비로소 한국 체대 교수들에게 돈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 국가대표 선발->'명문대' 입학, 악용한 간부들

    수영연맹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영계에서 '국가대표 선발은 명문대학 입학'으로 통한다. 대학 측도 선수 개인의 기록보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더 중요시하고, 면접에서 점수를 더 높게 주기 때문에 좋은 대학에 가려면 무조건 국가대표가 돼야 한다고 연맹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수영연맹 간부들에게 쉽게 악용됐다. 김씨처럼 학부모들에게 '교수 인사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결국 국가대표 선발비리와 상납고리의 출발은 '입시비리'였던 셈이다.

    국가대표 선발권을 가진 전무이사 정모(구속)씨의 측근들이 운영하는 수영클럽 선수들이 석연치않게 명문대에 입학한 과거 사례들은 지금도 연맹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사 박모씨가 운영하던 수영클럽 소속 선수 B는 전국대회 3위였는데, 2000년대 중반 갑자기 국가대표가 됐다고 한다. 국가대표는 서울대학교 입학으로 이어졌다. 한 연맹 관계자는 "기록도 안 되는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더니 결국 서울대에 입학하더라. 정말 유명한 사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는 그 종목에서 가장 빠른 선수가 아니면 될 수가 없는데 이상하다고 지도자들 사이에 말이 오갔다"고 말했다.

    한 선수도 "B가 서울대에 갈 때 국가대표 선수를 했었다는 점수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그런(명문대 입학) 힘을 부모들이 많이 알기 때문에 그 팀(박씨의 팀)에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선수 B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현재 B씨의 소속팀을 이끌던 박씨가 전무이사 정씨에게 국가대표 선발에 힘을 써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태환 선수의 스승 노민상 전 감독이 운영하던 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한 연맹 관계자는 "노 전 감독 팀에서 2000년대 중반 서울시 대표로 소년체전에도 나가지 못했던 선수가 어느 날 국가대표가 돼서 감독들끼리 어이없어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연맹 측에 문제제기가 이뤄졌지만, "꿈나무도 양성해야 하지 않겠냐. 경험을 많이 쌓게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 수영계 뒷돈 거래, 근본원인 '입시비리' 캐낼까

    수영계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식 부장검사)는 현재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고위 간부들 간에 월급 상납과 뒷돈을 주고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전무이사 정씨의 측근 이사 박씨와 김씨, 노 전 감독을 비롯해 이사 A씨 등이 정씨에게 상납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2000년대 이후 국가대표 선수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10~2013년 주요 국제대회 국가대표 선발비리 관련 특별 감사자료를 넘겨받는 등 전방위에 걸쳐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씨를 수차례 소환조사를 받았고, 구속된 전무이사 정씨에게 1억여원을 수시로 상납한 정황이 드러난 노 전 감독과 비슷한 의혹이 불거진 이사 A씨도 최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국가대표 선발비리가 단순히 국가대표를 둘러싼 이권 다툼 뿐 아니라, '입시비리'로 이어졌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어 관련 수사로 확대될 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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