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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갈이하고 '가짜 권위' 내세운 179명의 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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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갈이하고 '가짜 권위' 내세운 179명의 대학교수

    국·공립 대학과 서울 유명 사립대 교수들도 포함

    14일 검찰이 공개한 표지갈이 서적들. (사진=고무성 기자)

     

    전국 110개 대학의 교수 179명이 다른 교수가 쓴 전공 서적의 표지만 바꾸는 일명 '표지갈이'를 하거나 이를 묵인한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학 교수들이 표지갈이로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구공판 79명, 약식기소 105명 등 총 대학교수 179명을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불구속 구공판이란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식으로 형사소송을 제기한 것을 말한다.

    이들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출판사들과 짜고 38종류의 대학 전공서적에 대해 표지갈이를 하거나 이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국 110개 대학 소속 교수 182명 가운데 국·공립대 소속은 44명, 전직 교수 8명을 비롯한 사립대 소속은 138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는 고려대·연세대 등 서울의 유명 사립대 소속 교수들과 타 대학 9명의 학과장도 포함됐다. 6명의 교수가 적발된 대학도 3곳이나 됐다.

    2개 학과는 교수 1/3 이상이 적발됐다. 허위 저자로 등재된 서적이 3권인 교수가 5명, 2권인 교수는 21명이다.

    판을 바꿔가며 총 21명을 허위 저자로 등재한 서적도 확인됐다.

    호봉 승급, 재임용 심사 등을 위해 '표지갈이' 서적을 소속 대학에 연구 실적으로 제출한 교수 56명은 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구공판됐다. 국공립대학의 경우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2권 이상 서적에 허위 저자로 등재한 13명, 표지갈이 서적을 연구 실적으로 제출했다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철회한 4명, 원 저자로 표지갈이 서적 발간을 허락하고 허위 저자로도 등재한 1명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구공판됐다.

    이밖에 원 저자 23명은 벌금 300만 원에, 허위 저자 82명은 벌금 1천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

    해외 연수 중인 허위 저자 3명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중지가 내려졌다.

    지역별 대학 소속 원 저자는 광주·전라 7명, 인천·경기 6명, 대전·충청 6명, 서울 3명, 강원 2명, 대구·경북 1명 등 총 25명이다.

    허위 저자는 대전·충청, 31명, 인천·경기 27명, 광주·전라 26명, 대구·경북 23명, 강원 21명, 부산·경남 19명, 서울 11명 등 총 159명이다.

    원 저자는 허위 저자들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저자로 등재되거나 출판사에서 소장용으로 발간해 저작물을 공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저작에 일부라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교수 32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또 표지갈이 서적 38종류의 서적을 출판한 4개 출판사 임직원 5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구공판했다. 이들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4일 검찰이 공개한 원 서적과 표지갈이 서적. (사진=고무성 기자)

     

    적발된 38종류의 서적은 모두 이공계열(건축, 토목, 소방, 환경, 기계공학, 화학) 전공서적으로 주로 대학 구내 서점에서 소량으로 판매됐다.

    출판사들은 표지갈이 서적이라는 점을 숨기기 위해 표지 디자인 또는 책 제목을 일부 변경했다.

    검찰은 이번 '표지갈이' 범행이 허위 저자, 출판사, 원 저자 등 3자간 이해관계가 일치돼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위 저자는 표지갈이 서적을 연구 실적으로 제출할 수 있고, 저자로 등재된 서적을 강의교재로 사용해 제자들에게 학문적 권위를 내세울 수 있었다.

    연구 실적을 제출하기 위해 출판사 측에 단독 저자로 허위 등재한 표지갈이 서적을 출간할 것을 먼저 요구한 교수도 있었다.

    교수들이 제출한 연구 실적은 매년 교원 업적평가뿐 아니라 재임용, 승진, 전년보장 임용, 연구비 지급, 연구업적 우수교원 선정, 포상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대부분의 대학이 공동저서 보다 단독저서에 더 높은 연구실적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출판사에서 무단으로 본인 이름을 등재한 것이라고 허위 진술하거나 연구 실적으로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소속 대학을 통해 발각됐다.

    김영종 의정부지검 차장검사가 14일 오전 지검 소회의실에서 '표지갈이' 서적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고무성 기자)

     

    출판사들은 허위 저자로 등재해 주는 대신 교재로 채택하도록 요청해 전공서적 재고를 처리하는 등 판매를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표지갈이로 벌어들인 총 수익은 확인되지 않았다.

    원 저자는 출판사의 불법을 묵인해 교재 출판 기회를 확보하고 추가적인 인세를 취득할 수 있는 이익이 있었다. 인세는 교수 한 명당 최대 수백만 원이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교수 10여 명은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피했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최대 5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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