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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터널 옆이 숙소?' 지하철 청소노동자의 한숨



부산

    '지하터널 옆이 숙소?' 지하철 청소노동자의 한숨

    "비정규직이라 야박한가"토로, 교통공사측 "요청해 제공한 것, 차별대우 아냐"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장산지하철역 전동차 청소 노동자들이 지하터널에 맞닿아 있는 숙소에서 소음과 분진 등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부산CBS 송호재 기자)

     

    부산의 한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이 도시철도 선로에 맞붙은 숙소에서 잠을 자며 소음과 분진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 승차장.

    승차장 맨 끝 부분, 통행 제한 안내문 너머로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출입구가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작업복으로 보이는 각종 옷가지가 널려 있고, 안쪽 벽에는 몇 개의 사물함이 놓여 있다.

    중앙 마룻바닥에는 몇몇 청소 노동자들이 누워 쉬고 있다.

    알고 보니 이곳은 도시철도 2호선 전동차 청소 노동자들이 새벽 근무를 앞두고 잠을 자는 숙소.

    6명이 3개 조를 이뤄 근무하는 여성 청소노동자들은 사흘에 한 번씩 야간 근무가 있을 때마다 오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가량 이곳에서 잠을 잔 뒤 5시 10분쯤 아침 첫차를 청소하러 나선다.

    하지만 첫 근무를 기다리며 잠을 자는 장소라고 하기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청소 노동자들이 잠을 자는 마루의 양쪽은 석고 등으로 만들어진 간이 벽으로, 전동차가 지날 때마다 심하게 요동친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장산지하철역 전동차 청소 노동자들이 지하터널에 맞닿아 있는 숙소에서 소음과 분진 등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지하터널에서 들어온 검은 먼지가 가득한 환풍구. (사진=부산CBS 송호재 기자)

     

    열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 어두운 지하터널에서 날아온 먼지는 숙소 틈새로 불어 들어와 벽과 천장에 검게 붙어있다.

    노동자들은 잠에서 채 깨기도 전인 오전 5시 전, 선로를 정비하는 차량이 지나가면 소음과 냄새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노동자는 "첫차가 들어오기 한참 전 새벽, '디젤차'라고 부르는 선로 정비 차량이 나오면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깬다"라며 "선로에 기름을 바르는지 냄새도 심해 잠을 잘 상황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또 노동자들은 양쪽 선로 옆에는 하수구가 자리하고 있어 초겨울 철에도 악취와 모기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식을 위해 부산교통공사에 여러 차례 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차일피일 미뤘다고 말했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장산지하철역 전동차 청소 노동자들이 지하터널에 맞닿아 있는 숙소에서 소음과 분진 등에 시달리고 있다. 터널 외부와는 얇은 철판 하나로 가로막혀 있었다. (사진=부산CBS 송호재 기자)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 서숙자 지부장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근무하기 전 잠을 청하는 중요한 장소인데 환경이 너무 열악해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다"라며 "그럴 때마다 공사 측은 '공간'이 없어 이전이 힘들다는 대답만 반복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청소 노동자는 "다른 정규직원들에게는 장소를 쉽게 내어주면서 유독 우리 청소노동자들에게만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라 차별당한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 측은 해당 숙소는 처음부터 청소 노동자들이 원하는 장소였으며 최근 민원을 받아들여 개선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부산교통공사 김동환 홍보과장은 "노동자들이 지하철 역사가 생길 때부터 작업 특성상 선로와 가까운 곳에 숙소를 달라고 요청해 해당 장소를 제공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지난해 말 노조가 어려움을 토로해 내년 초 다른 장소로 숙소를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불편사항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불만에 즉각 대처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장소 협의를 위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차별 대우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측의 이러한 조치에도 청소 노동자들은 각종 처우에서 차별을 느끼며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토로하고 있어, 우리 노동계의 단면을 드러낸 사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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