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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미국판 '베테랑'+'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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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미국판 '베테랑'+'변호인'

    [노컷 리뷰] '스파이 브릿지'…시대의 아픔 외면 않는 '오뚝이'의 용기 길어 올려

    영화 '스파이 브릿지' 스틸컷(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명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스파이 브릿지'를 보면서 떠오른 두 편의 한국영화가 있다. 바로 '베테랑'과 '변호인'이다. 공교롭게도 두 편 모두 극장가에서 1000만 관객을 넘기며 스크린 밖 현실의 부조리를 반추하도록 도운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스파이 브릿지 역시 두 영화와 궤를 함께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이념 대립이 낳은 냉전, 그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진 실화에 바탕을 뒀다는 점에서 스파이 브릿지는 태생적으로 현실에 발붙인 작품이 될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핵무기 전쟁에 대한 공포가 최고조에 달한 1957년, 보험 전문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은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극우 세력이 정치·사회·문화적 영향력을 강화한 '매카시즘' 광풍이 일었다. 당시 전기 기술자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제조 기술을 소련에 제공했다는 간첩죄 혐의로 사형 당한 사건은 그 단적인 사례다.

    이렇듯 적국의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것은 자신은 물론 가족 전체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도노반은 여론의 극심한 질타를 받으면서도 아벨의 변호에 최선을 다한다. "변론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는 변호사로서의 신념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는 그렇게 시대의 부조리에 맞서 스스로 가시밭길을 걷는다.

    그런데 소련 상공에서 비밀리에 정보를 모으던 미국 CIA 소속 첩보기 조종사 개리 파워스(오스틴 스토웰)가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소련 측과의 협상에 직접적으로 나서길 꺼리던 미국 정부는 결국 도노반에게 민간인 신분으로 협상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 도노반은 소련 스파이 아벨과 미국 스파이 파워스를 맞교환하는 유래 없는 비밀협상에 나서게 된다.

    영화 '스파이 브릿지' 스틸컷(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스파이 브릿지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 특유의 낭만이 짙게 배 있다. 소위 인간애, 가족애로 부를 수 있을 법한 이념적 이상향 말이다. 이는 작가로서 자신의 신념과 경험, 대중적인 보편성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면서 걸어 온 그만의 길일 터이다.

    그럼에도 '쉰들러 리스트'(1994), '캐치 미 이프 유 캔'(2003), '터미널'(2004), '뮌헨'(2006) 등 다수의 실화영화를 연출하면서 그가 다듬어 온 캐릭터 구축법은 영화 스파이 브릿지를 통해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극중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은 정의감 넘치는 인물이 아니다. 극 초반 교통사고 보험 처리를 두고 그가 사석에서 상대편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신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보험회사 측의 변론을 맡고 있는 도노반은 상대의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며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는 깐깐한 성격을 지녔다.

    그의 깐깐함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뢰인의 무죄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직업적 소명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 소명 안에서 의뢰인이 적국의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아벨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변호사협회의 요구에 따라 떠밀리듯이 아벨의 변론을 맡은 도노반은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의 부조리와 정면으로 맞닥뜨린다. "미국 사법체계의 공정성이 시험대에 오를 거야. 생사람 잡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거든. 그 빨갱이의 변호를 맡게"라며 서류를 넘기는 회사 대표의 말은 도노반의 입장에서 직업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정해진 결과를 향해 질주하는 법정의 풍경과 권위적인 정부 관계자들의 언행 역시 그의 직업적 소명을 모조리 부정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 기로에서 도노반은 정면 돌파를 선택한다.

    "조국을 위해"라는 추상적인 말을 습관처럼 부르짖는 권력층(영화에 표현된 그들의 모습은 다소 코믹하다)에 편승하는 대신, 시대의 상황 탓에 스파이로 내몰렸을지라도 강한 신념과 예술적 감성을 지닌 한 인간을 믿고 지지하기로 한 것이다.

     

    영화 스파이 브릿지는 철저하게 주인공 도노반의 시선을 따라간다. 이에 따라 영화는 이해관계 앞에서 개인의 목숨을 안중에 두지 않는 잔인한 국가 권력의 민낯을 자연스레 고발한다.

    이 지점에서 아마도 영화 변호인의 "국가란 국민입니다", 베테랑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인상적인 대사를 떠올릴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베테랑의 서도철(황정민)과 변호인의 송우석(송강호), 그리고 스파이 브릿지의 도노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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