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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국정교과서, 미국 판례로 본 교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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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진국형' 국정교과서, 미국 판례로 본 교육은?

    6년 전 논문 뒤늦게 법조계 안팎에서 회자..."우리 법도 미국처럼"

    정부는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청사 교육부에서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정부가 지난 12일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고 밝힌 뒤 과거로의 회귀라는 비판과 함께 '후진국형' 교육이라는 지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법원의 판례를 토대로 '교육권'이라는 가치와 '정치적 중립성'을 논한 논문이 뒤늦게 관심을 받고 있다. '선진국형' 교육관이 담긴 판례들이 들어있어 현 국정교과서 논란에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법조계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는 논문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009년 발표한 '교과서검인정제도의 본질과 정치적 중립성-학생의 교육권에 관한 미국 판례들을 중심으로'이다.

    해당 논문은 전년도 10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역사교과서의 편향성을 없애겠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미국에 대한 비판적 서술을 담은 일부 교과서들에 대해 수정명령을 내린 뒤 나온 것이다.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교육은 '정보 전달을 포함하는 표현들의 광범위하고 종합론적인 집합'이며,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의 영역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 제31조 4항에 담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의 경우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판례를 보면 우리가 나아갈 길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관료의 자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입법부가 교육의 자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입법부가 교육의 내용과 양태를 법률로 확립하기만 하면 정치적 중립성도 모두 보장된 것으로 이해하는 결정들이 뒤따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선 주목할 판례는 연방대법원이 1969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표시로 검은 완장을 차고 온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징계가 타당한지에 대한 사건에서 내려진 위헌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학생들과 교사들은 학교 정문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포기하고 학교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밝혀 공립교육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는 없다고 못박았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또 다른 판례는 1975년 연방대법원이 심리한 뉴욕주 아일랜드트리교육구 교육위원회 사건에서 내려진 위헌 판결이다.

    당시 공립학교 담당 주정부기관인 교육위원회 교육위원들은 한 보수 학부모단체 회의에 참가해 "반미국적, 반기독교적, 반유대교적" 도서 9권을 선정했다. 이후 학교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전부 수거할 것을 명령했고, 이에 불복한 학생들이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교육위원회는 도서관 장서를 구성함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있지만 편협한 정치적 방식으로 행사돼서는 안된다. 우리 헌법은 국가에 의한 사상의 탄압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가운데 책 한 권은 건국공신인 조지 워싱턴이 노예소유주였다는 것을 지적해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한다며 하급심 재판 속행을 명하는 등 후속 조치를 내렸다.

    1980년 연방지방법원이 심리한 <미시시피: 분쟁과="" 변화="">라는 책에 대한 사건도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 노예제는 당시 첨예하게 정치적 다툼이 있었던 주제였다.

    주정부가 임명한 교과서검정위원회가 해당 책에 대해 "흑인과 노예 처우에 대한 묘사가 너무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검정을 거부하자, 법원은 위헌 판결을 내렸다.

    연방지방법원은 "국가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들은 특정 책이 논란이 될만한 견해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이를 검열해서는 안된다"고 설시했다.

    결론적으로 미국 법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국가가 정사를 세우려 하면 아니된다"는 시각을 담고 있다. 국가가 역사를 정해놓고 주입하려 해서는 안되며, 국민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 법원은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 학생(교과서 선정에 직접 참여할 경우)이 자주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권력분립의 원칙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의 당사자들이 역할을 나눠가짐으로써 국가는 검인정 절차를 밟고, 교사는 교과서 선택, 학부모는 학교 교육에 대한 선택을 하는 과정이 대등하게 성립돼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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