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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어머니·아버지! 이 아들, 힘들지 않습니다"



농구

    김주성 "어머니·아버지! 이 아들, 힘들지 않습니다"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걱정마세요, 이 아들 잘 뛰고 있습니다' 동부의 기둥 김주성(32번)이 3일 모비스와 챔프전 3차전에서 상대 문태영의 수비를 뚫고 돌파하는 모습(오른쪽). 왼쪽 사진은 김주성의 부모가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자료사진)

     

    언제나처럼 그의 부모는 관중석에서 아들을 응원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 아시안게임에서 두 번이나 번쩍거리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 자랑스러운 아들입니다.

    하지만 뿌듯한 표정으로만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어엿한 두 딸의 아버지, 한 집안의 가장이 된 아들도 어느덧 30대 중후반. 기량은 무르익을 대로 익었지만 갓 20살 조카 뻘의 어린 선수, 힘 좋은 외국 흑인 선수들과 몸을 부대껴야 하는 아들이 때로는 안쓰럽습니다.

    특히 올 시즌은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지난해 농구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시즌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 꼴찌였던 팀을 2위까지 이끌었습니다.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가운데 맞은 챔피언 결정전.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은 애처롭기만 합니다.

    동부의 기둥 김주성(36 · 205cm)과 그의 부모 김덕환(65) 씨, 이영순(57) 씨 얘기입니다.

    ▲"상심할까 전화도 못 해…다치지 말았으면"

    지난 2일 동부-모비스의 '2014-2015 KCC 프로농구' 챔프전 3차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김주성의 부모는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을 찾았습니다. 경기 전 훈련 때부터 한 순간이라도 놓칠 세라 아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열심히 몸을 풀며 슛을 던지던 김주성도 관중석의 어머니, 아버지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애정어린 미소를 담뿍 지었고, 부모는 손을 흔들며 더 큰 사랑과 믿음을 눈빛으로 차고 넘치게 보냈습니다. 이를 확인한 김주성은 다시 농구공을 잡았습니다.

    '안 다치려면 열심히 풀어야지' 동부 김주성이 2일 모비스와 챔프전 3차전에 앞서 워밍업을 하는 모습.(자료사진=KBL)

     

    2002-03시즌 데뷔해 벌써 13시즌째. 그러나 올 시즌 유독 아들이 힘에 부친 것 같습니다. 전자랜드와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탓일까요? 아버지 김 씨는 "(김)주성이가 힘들어 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어디가 아픈 것 같다"면서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부모의 눈은 또 다르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김주성의 분전에도 모비스와 챔프전에서 동부는 2차전까지 모두 졌습니다. 김주성은 1차전에서 33분 가까이 뛰며 10점에 팀 최다 10리바운드와 4도움을 올리며 골밑을 지켰습니다. 2차전에는 17분45초를 뛰었고 4점 2리바운드로 다소 부진했습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1차전에서 출전 시간을 27, 28분 정도로 맞췄어야 했는데 많이 뛰게 해서 체력이 떨어졌다"고 아쉬워 했습니다.

    누구보다 마음이 상했을 아들의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니 이 씨는 "오늘까지 전화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귀띔했습니다.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경기에 혹시라도 영향을 줄까였고, 아들이 부모 신경을 쓸까 봐서였습니다.

    부모는 "오늘은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응원했습니다. 경기 후 아들의 밝은 표정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제발 무리해서 다치거나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저 힘들지 않아요…다 같은 부모 마음"

    하지만 부모의 간절한 바람에도 동부는 3차전에서 또 졌습니다. 김 감독의 배려 속에 출전 시간을 조절한 김주성은 20분49초만 뛰면서도 17점 6리바운드로 활약습니다. 이날 양 팀 국내 선수 중 팀 공헌도가 1위였지만 72-80 패배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부모는 또 다시 아들의 미소를 볼 수 없었습니다.

    '죄송해요, 오늘도' 동부 김주성(32번)이 2일 모비스와 챔프전 3차전에서 패배를 안은 뒤 아쉬운 표정으로 코트를 빠져나오는 모습.(자료사진=KBL)

     

    다음 날 오후 체육관에서 진행된 동부의 훈련. 주장 김주성은 전술과 슛 훈련을 소화하면서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과연 김주성 본인은 어떨까요? 부모가 본 대로 힘이 든 걸까요?

    이에 김주성은 "부모님 눈에는 항상 내가 안쓰럽고 힘들어 보일 것"이라면서 "나도 아버지가 됐지만 어느 부모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여나 부모가 걱정할까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눈치였습니다.

    이어 김주성은 "체력 저하나 출전 시간 조절 등은 어떻게 보면 선수에게 창피한 일"이라면서 "챔프전은 단기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체력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유난히 힘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김주성은 "황진원 선배, 박지현, 윤호영에 나까지 4, 5년 전만 해도 수비 전술이 잘 맞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가드진에 젊은 선수들이 오고 지현이도 몸이 완전치 않아 이것저것 신경을 쓸 게 많아지기는 했다"고 올 시즌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동부 관계자도 "사실 올 시즌은 김주성이 거의 팀을 혼자서 2위로 이끈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올 시즌 김주성은 5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28분29초를 뛰며 11.9점 6.5리바운드 3.1도움 1.1블록슛 0.9가로채기를 기록했습니다. 수비의 위압감 등 김주성은 수치에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는 선수입니다. MVP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4차전에 더 무거워진 아들의 어깨

    '호영아, 너마저' 동부 윤호영이 2일 모비스와 챔프전 3차전에서 공을 다투다 왼 팔꿈치 부상을 입어 쓰러져 있는 모습.(자료사진=KBL)

     

    4일 열릴 4차전에서 김주성의 역할을 더 막중해졌습니다. 트리플 타워의 한 축인 윤호영(31 · 197cm)이 부상으로 출전하기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3차전에서 윤호영은 공을 다투다 왼 팔꿈치 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입었습니다. 3일 훈련도 거른 채 치료에 전념했습니다.

    데이비드 사이먼(204cm) 역시 전자랜드와 4강 PO에서 어깨 부상을 입어 몸이 완전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래저래 기둥 김주성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김주성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후배들을 이끌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4차전 각오를 다졌습니다.

    김주성의 아버지 김 씨는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지금도 걸음이 불편합니다. 어머니 이 씨도 척추측만증을 앓아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넉넉하지 못한 삶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고생해왔던 부모에게 김주성은 한국 최고의 선수로 올라서면서 큰 기쁨을 안겼습니다.

    과연 김주성이 다시금 자랑스러운 아들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그의 부모는 경기 후 아들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을까요?

    만에 하나, 동부가 시리즈를 내준다고 해도 그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김주성은 지난 12시즌처럼 올 시즌에도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하며 부모의 바른 가르침을 받은 훌륭한 선수임을 입증했으니까요. "어머니, 아버지! 이 아들은 힘들지 않습니다, 당신들께서 늘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이 환한 미소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김주성이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끈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 당시 그의 부모도 함께 하며 아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자료사진=KBL)

     

    p.s-김주성이 짐짓 큰 소리는 쳤지만 부모의 말대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김주성은 "챔프전에서 상대 무릎에 허벅지를 찍혀 좀 부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뛰는 선수나 감독은 몰라도 아버지, 어머니의 눈에는 자식이 아픈지, 안 아픈지 다 보이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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