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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사고났는데 운전면허 정지?



사회 일반

    자전거 사고났는데 운전면허 정지?

    사고 내면 운전면허에 벌점 추가, 횡단보도 사고는 10대 중과실로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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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에 사는 이모(39)씨는 최근 ‘기존 벌점(30점)에 15점이 추가돼 운전면허가 45일간 정지된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이씨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차량 사고를 낸 적도 없고 법규를 위반한 기억도 없어 경찰에 항의했다. 그러나 “올해 초 발생한 자전거 사고 때문에 벌점 15점이 추가됐다”는 경찰 답변에 이씨는 “자전거 사고가 자동차 운전면허 벌점으로 연결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2. A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노인을 치어 부상을 입혔다. A씨는 치료비를 공탁하는 등 노력했지만, 금고 7개월을 선고 받았다.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몰고 가는 것은 ‘10대 중과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 달러를 넘어가고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전거 출퇴근을 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합리적인 교통 법규가 자전거 운행 활성화를 가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이씨 사례와 같은 ‘자전거ㆍ자동차 벌점 합산제’다. 이씨는 “자전거를 몰다가 행인과 충돌한 잘못 때문에 벌금도 내고 치료비도 물어줬다”며 “자전거와 자동차는 별개의 승용물인데 왜 운전면허가 정지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법규상 자전거 사고라도 면허증 소지자는 벌점 등의 행정 처분을 받게 된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무면허자가 자전거 사고를 낼 경우에는 벌점을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형평에 어긋나는 법규”라고 말했다.

    자전거 운행자에게 불합리한 법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 우마차 등과 함께 자동차에 해당해 도로의 맨 오른쪽 차선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맨 오른쪽 차선은 버스와 택시가 수시로 멈춰 서서 차량 흐름이 가장 많이 끊기는 곳이다.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는 것도 문제다. 법규대로만 따진다면 자전거도 중앙선쪽 차선을 이용해 좌회전을 해야 하지만 교통 상황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가 나면 A씨처럼 ‘10대 중과실’에 해당해 실형을 피할 수 없다.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횡단해야 한다.[BestNocut_R]

    그렇다고 자전거를 타고 인도를 주행할 수도 없다. 인도에서 사고가 나면 통행구분 위반 책임을 자전거 운행자가 지게 된다. 설혹 보행자가 고의로 뛰어 들어 발생한 사고라도 부상과 손해에 따른 비용 전액을 자전거가 물어야 한다. 보도 통행방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금고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전국천만인자전거타기 운동본부 윤종락 대표는 “그동안 정부는 ‘자전거는 차량’이라고 규제만 할뿐 자전거 활성화에 필요한 여건 조성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횡단보도 옆에 자전거 전용 보도를 만들거나, 자전거 사고에 대비한 관련 보험 활성화 등의 조치를 정부에 촉구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한국일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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