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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속 네비게이션 연구' 노벨상 수상 의미



IT/과학

    '뇌속 네비게이션 연구' 노벨상 수상 의미

    • 2014-10-06 20:56

    장소세포와 격자세포 연구로 뇌 위치추적 메커니즘 규명

     

    2014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은 '뇌속 네비게이션'을 처음으로 찾아낸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존 오키프 교수와 부부 과학자인 노르웨이 마이-브리트 모서와 에드바드 모서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이 과학자들이 연구성과를 낸 이후 뇌의 위치추적 메커니즘이 점차 규명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임상적으로도 질환을 조기 발견하거나 치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연구성과를 정리해본다.

    ◈ 뇌 내비게이션 시스템 핵심 '장소세포' 발견한 존 오키프

    사람들은 흔히 길을 잘 찾는 사람을 두고 '길눈이 밝다'고 한다. 1970년대 영국 런던대(UCL) 교수로 재직 중이던 오키프 박사는 바로 '길눈이 밝은 사람'이 왜 있을 수 있는지를 뇌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낸 과학자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길눈이 밝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의 하나인 '장소세포(place cell)' 때문이다. 해마는 대뇌의 좌·우 측두엽 안쪽 깊숙이 자리한 기관으로 기억을 저장·상기시켜 '기억의 제조공장'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장소세포는 공간을 탐색, 기억해 구분할 수 있다. 또 장소를 옮기면 이 신경세포가 활성화돼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인식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서울의 택시 운전기사 머릿속에 서울시내 구석구석의 지도가 들어 있는 것과 비슷하다. 택시 기사가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 근처에서 골목길을 맞닥뜨렸다면 뇌 속의 장소세포가 신호를 보낸다. 또 도로 옆 전봇대를 마주쳤을 때는 다른 장소세포가 신호를 보낸다. 택시를 몰며 마주쳤던 여러 장소의 특정 사물이나 모양새가 각기 다른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오키프 박사는 이런 과정을 쥐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미로상자에 쥐를 가둔 뒤 행동을 관찰한 결과, 실험 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정한 위치에 가면 그전에 자신이 지나갔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멈칫거리는 행동을 보였다. 오키프 박사는 해마 속 신경에 위치정보가 저장됐기 때문에 쥐가 이런 행동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희섭 박사는 "오키프 교수의 장소세포 연구성과로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고 찾아가는 뇌 속 메커니즘이 설명될 수 있었다"면서 "이후 뇌질환과 관련한 후속 연구성과로 이어진 점을 고려한다면 노벨상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 네비게이션 위도·경도 역할 '격자세포' 발견한 모세르 박사 부부

    뇌의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있어 장소세포와 함께 핵심을 이루는 게 바로 부부 과학자인 노르웨이 마이브리트 모세르(여·50)와 에드바르드 모세르(51) 박사가 발견한 '격자세포(grid cell)'다.

    오키프 교수가 발견한 장소세포가 특정 지점이나 모양새 등에 관한 기억을 보관한다면, 격자세포들은 공간과 거리에 관한 감각을 제공한다. 예들 들면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공간상의 위치를 보여주는 위도와 경도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2005년 네이처에 발표한 동물실험 논문을 통해 격자세포의 비밀을 공개했다. 생쥐가 상자 안에서 먹이를 찾아 다닐 때의 뇌 신호를 분석한 결과 해마 바로 옆 내후각피질의 신경세포가 집단적으로 반응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같은 세포의 움직임은 위도와 경도선처럼 일정한 격자 모양으로 관찰됐다. 특히 이 격자세포들은 생쥐가 일정 간격으로 나눈 특정 지점을 지날 때만 작동했다. 상자속 생쥐가 아무런 규칙없이 움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알고 행동했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은 결국 이 격자세포와 장소세포가 서로 정보를 나눔으로써 사람이 길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길을 잘 잃어버리거나 특정 장소를 찾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2개 세포간 대화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못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양동원 교수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덕분으로 치매환자나 길을 잘 찾지 못하는 사람, 물건 두기를 잘 잊는 사람 등의 인지능력 저하가 설명될 수 있었다"면서 "질환의 궁극적인 치료에서부터 재활에 이르기까지 연구성과가 폭넓게 적용된다는 측면에서 노벨상 수상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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