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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죽은 내 아들 시신 7년째 냉동고에…"



사건/사고

    "군에서 죽은 내 아들 시신 7년째 냉동고에…"

    사망 경위도 모르는 억울한 죽음, 병역의무 이행 요구한 국가는 외면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오전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서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들이 병영 내 폭력과 가혹행위를 규탄하고 국방부 장관에게 사망한 군인들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전달 하려던 한 어머니가 굳게 닫힌 국방부 철문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군대에서 싸늘한 시신이 돼 돌아온 '금쪽같은' 아들. 오기채(70) 씨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아들만 생각하면 불쌍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만 흐른다.

    오 씨의 아들은 2007년 이라크로 파병을 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고 오종수 중위다. 하지만 오 씨는 아들의 시신을 7년 넘게 경기도 분당 국군수도통합병원 냉동고에 둔 채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차가운 곳에 누워있는 아들의 시신을 보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지만, 오 씨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 달에 한두 번 아들을 보러 병원에 가요. 병원 입구에만 들어서도 어쩌면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그 심경은 말도 못하죠"

    국방부는 아들이 총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사고 원인을 '자살'로 발표했다. 건강하고 밝은 성품을 지녔던 아들이었다. 이라크 파병에 자원할 만큼 군에 대한 애정도 컸다. 그런 아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국방부 합동조사에서 '탄약흔' 검사를 오 중위에게만 실시하는 등 의혹이 계속됐다. 수사 과정에서 처음 현장을 발견한 병사들 사이의 진술도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군은 타살 가능성에 대한 조사 없이 자살로 결론지었다. 오 씨는 군 조사단의 미흡한 수사와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7년 동안 시신을 인수하지 않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아들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현실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들이 구석 한편이라도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이에요. 난 아들이 명예회복만 된다면 보상금, 돈 이런 거 하나도 필요 없어요"

    2001년 아들(고 김영훈 이병)이 역시 군 복무 중 숨진 김상길 씨도 오 씨와 같은 이유로 아들의 유골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이 군에 들어가 조교로 발탁됐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대한 지 50여 일 만에 "아들이 옥상에서 투신해 자살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김 씨는 군의 수사 과정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병원에 있는 동안 새벽에 현장 검증을 다 한 거에요. 우리 애는 자살할 애가 아니라고,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했는데도 이미 사망 하루, 이틀 만에 '우리 군에서는 그런 일(가혹행위 등) 이 있을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더라고"

    김 씨는 "아들 허벅지에서 발견된 멍이 군 수사가 아닌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 구타의 흔적으로 인정됐다"며 군 수사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아들의 죽음이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묻히는 것은 더 마음 아팠다.

    "군에서 '순직'으로라도 인정을 해주면 유골을 찾아오겠다는 심정이에요.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에서 '순직 권고'까지 받았는데 결국에는 육군본부에서 다시 기각됐어요"

    사망 이유나 경위도 확실히 알지 못하고 병역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국가로부터 외면당한 억울함에 오 씨나 김 씨처럼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죽음이 수백 건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사망 후 1개월이 지났는데도 군에서 보관하고 있는 시신과 유골의 수는 180구에 이른다.

    주종우 '군·경 의문사 진상규명과 폭력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 회장은 "일단 장병이 사망하면 군 수사기관은 은폐와 축소를 시작한다. 시신을 찾아가지 않는 가족들은 장례를 치르지 않아야 명예 회복을 위한 증거라도 남는 것이라고 생각해 남겨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주 회장은 "재수사를 해 달라고 진정을 내면 대부분 돌아오는 것은 '초동 수사에 문제점이 없다'는 결과뿐"이라면서 "군대는 서로 동기고 위아래 기수고 또, '군대 안에서 일어난 일'이란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어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상시적인 군 의문사 조사 기구를 만들고 수사 과정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켜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RELNEWS:right}또, 의무복무를 하다 사망한 장병들을 모두 순직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군 인사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광진 의원은 "윤 일병 사건도 이렇게 이슈화하지 않았다면 군의 처음 발표대로 음식을 먹다가 사망한 것으로 묻혔을 것"이라며 "이러한 점 때문에 (많은 군 사망 유족들이) 군의 수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금처럼 유족들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방식 대신 의무복무 중 사망한 경우 당연히 순직 처리를 하되 군이 개인에 의한 사망을 입증할 수 있을 때 순직 처리되지 않도록 하는 군 인사법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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