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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상 어선화재, 왜 인명피해 늘었나



사건/사고

    제주 해상 어선화재, 왜 인명피해 늘었나

    • 2014-03-24 18:14

     

    24일 새벽 제주 차귀도 남서쪽 108㎞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화재사고가 사망 6명, 실종 1명 등으로 예상외의 큰 인명피해로 이어져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사고 해역에 초속 6∼9m의 바람은 있었지만 물결은 1∼1.5m에 불과하는 등 비교적 잔잔해 거친 기상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사고가 난 추자선적 유자망 어선 성일호(38t)는 지난 21일 오후 4시께 조기잡이에 나서 내달 5일 오후 8시께 제주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인 4명·인도네시아인 5명 등 선원 9명은 사흘간 조업을 마치고 잠이 들자마자 황급히 다시 일어나야 했다.

    조타실 외부 상단에서 불이 번지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한 선장 김모(37)씨는 자체진화가 어렵게 되자 조타실 밑에서 잠자던 선원들을 깨워 배에서 탈출하도록 지시했다. 선장을 제외한 선원들은 모두 구명동의를 입고 5분 만에 바다에 뛰어내렸다.

    선장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급했다. 뒤쪽에 가스통이 있으니까 그게 터지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어쩔수 없이 바다에 뛰어들라고할 수밖에 없었다. 뛰어들면 다른 배들이 왔을 때 구조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SOS' 구조 신고가 문제였다. 선장 김씨는 바다에 뛰어들기 전 해경과 인근 어선 등에 사고 사실을 알리려 했으나 화재 때문에 통신장비가 고장 나 전파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가까이서 조업하던 다른 어선들도 즉시 구조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었다. 유자망 어선은 조업의 특성상 근거리가 아닌 15㎞ 내외 떨어진 위치에서 각자 조업을 하기 때문에 다른 어선들이 사고 선박을 빨리 발견하지 못했던 것도 화근이 됐다.

    또한 사고 어선이 18년된 강화플라스틱(FRP) 선박으로 알루미늄 선박보다 화재에 매우 취약했던 점도 이런 인명피해를 부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장은 소화기로 불을 끄려 시도해도 금방 다시 불이 붙어 결국 진화하지 못하고 구명동의 없이 마지막으로 바다에 뛰어내린 뒤 스티로폼에 몸을 의지해 구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화재 발생 3시간 25분이 지난 이날 오전 4시 55분께 사고지점을 지나던 고려호가 불에 타고 있던 성일호를 발견, 제주어업정보통신국에 신고했고 뒤늦게 신고를 받은 제주해경이 구조함정을 급파했다.

    해경과 인근 어선들이 선원 8명의 구조를 완료한 시각은 화재 발생 6시간이나 지난 7시30분께였다.

    실종된 선원 전기철(50)씨를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은 구조되기까지 수온 14∼15도의 바닷속에서 6시간가량 구명동의와 스티로폼에 의지해 두려움에 떨었다.{RELNEWS:right}

    해경에 따르면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나 보통은 수온 10∼15도의 바다 속에서 6시간 정도를 견딜 수 있지만 모두가 무사하지는 못했다. 구조됐던 8명 가운데 인도네시아 선원 5명 전원과 한국인 선원 1명 등 6명이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해경은 "정확한 사망원인은 부검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신고가 늦어져 구조가 늦어졌고, 이로 인해 선원들이 오랜 시간 물에 빠져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저체온증과 폐에 물이 차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열대지방인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한국인 선원보다 추위에 약하고 뱃일을 한 지 1∼2년밖에 되지 않는 등 바다조업에도 익숙지 않아 한꺼번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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