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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로 번지는 '룰의 전쟁'…안갯속 정개특위



국회/정당

    풀뿌리로 번지는 '룰의 전쟁'…안갯속 정개특위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방에 기초의회 폐지 논란 가세…지역반발 확산

     

    지난해 12월 초 여야 4자회담을 통해 출범한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위원장 주호영)가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연말 국정원 개혁특위에 쏠렸던 관심이 정개특위로 옮겨온 형국이다.

    국정원 개혁을 놓고 일전을 벌였던 여야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 ‘경기 규칙’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지난 대선 당시 여야 공통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다.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지난 6일 ‘기초의회 폐지안’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여야의 셈법이 엇갈리는 가운데 지역사회의 반발까지 맞물리면서 여야간 제2라운드는 1라운드 못지않은 안갯속 혼전 양상이 되고 있다.

    ◈ '공천 폐지' 쟁점 3題…금권선거·참정권·여성진출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기초의원(시·군·구의원)에 대한 기초선거 정당공천은 지방선거가 부활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금지돼다 2006년 지방선거부터 시행됐다.

    위헌소송이라는 험난한 과정까지 거쳐 시행 중인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폐지하자는 요구는 하향식 공천의 폐해에서 비롯됐다. 당장 국회의원 선거 공천제를 건드릴 수는 없으니 기초선거 공천제부터 없애자는 것이다.

    가장 큰 논란은 돈을 쓰는 ‘금권선거’다. 폐지론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 등 중앙 공천권자들에게 돈을 바치는 공천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유지론자들은 공천으로 후보를 걸러내는 기능이 없어지면 돈을 앞세운 토호들이 활개를 치고 정치브로커들이 발호하는 ‘금전 선거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참정권’과 ‘여성 의회진출’ 문제도 쟁점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정개특위 공청회에서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정치적 다양성을 저해하는 영호남의 일당지배 문제를 공천제의 폐헤로 지적했다.

    반면,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여야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은 정치적 오발탄의 성격이 있다”면서 참정권 침해와 여성 등 정치적 소수자의 의회 진출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지적했다.

    또한 2003년 헌법재판소가 기초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정당표방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4조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도 공천 폐지 반대의 근거로 들었다.

    찬반 양측은 공천제 민주화, 복수공천제(유지론), 정당표방제, 여성명부제(폐지론)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 엇걸린 여야의 셈법…새누리의 딜레마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일찌감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을 확정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의 70%를 점유한 만큼 공천제 폐지가 이번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추락한 정당 지지율을 힘과 조직을 가진 ‘현역 프리미엄’으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 당의 높은 지지율이라는 무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공천 폐지로 봉쇄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공천제 폐지를 약속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에게 공천제는 폐지하려니 지방선거가 걱정되고 유지하려니 공약 파기 비난이 우려되는 ‘계륵(鷄肋)’이 된 셈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출구전략이 ‘기초의회 폐지’다.

    ◈ '기초의회 폐지'…촉발된 풀뿌리 논쟁

    지난 6일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특별시·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를 불쑥 들고 나왔다.

    당장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유지를 위한 물타기이자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정개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도 우려를 표시했다.

    기초의회 폐지는 정개특위 공청회에서 김용호 인하대 교수가 제시한 기초의회 선거제도 개선방안 중 하나다. 특별시와 광역시에 한해 기초의회를 폐지해 광역의회로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행정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 자신도 민주성 약화를 단점으로 지적한대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헌법에도 위배된다. 헌법 제118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의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앞서 지난 3일 류지영 의원 등 14인 명의로 서울특별시의 자치구 및 광역시의 자치구·군은 통폐합해 행정구 및 행정구·군으로 하는 내용의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특별시·광역시의 기초단체를 지자체가 아닌 행정구역으로 격하시켜 위헌 소지를 사전에 피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전국 지방의회, 단체장,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는 들끓고 있다. 전국 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의회 폐지는 헌정질서 파괴 행위”라며 “대도시 주민들의 참정권을 축소시키는 풀뿌리 민주주의 말살 정책의 표본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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