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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장 도전하는 스물아홉 3학년 황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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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총학생회장 도전하는 스물아홉 3학년 황라열

    비 운동권으로 부총학생회장 후보와 단둘이서 출마, "타성에 젖은 총학을 학생에게 돌려주겠다"

    황나열

     

    "총학생회를 책임지는 자리로 만들겁니다."

    2006년도 49대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출사표를 낸 황라열(종교학3).

    서태지 같은 모자를 눌러쓴, 얼핏보면 음악을 좋아하는 대학생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올해 나이 스물아홉. 또래들은 고시공부다 취업준비로 분주할 시기에 그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섰다. 일단 6학기밖에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충분자격이 된다.

    기존 경쟁 후보들의 평균나이는 23~4세. 전통적인 운동권 학생조직에서 나온 다른 세팀의 후보는 잘짜여진 선거전략과 조직이 가동돼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황라열은 같은 과 부총학생회장 후보 송동길(종교학3, 26)과 함께 단둘이 2주간의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진심어린 진정성으로 학생들 가까이에 다가서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기존 후보들과도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신만만한 눈빛과 태도를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순진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무모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본관 앞. 선거 시작을 알리는 공동 발족식이 열리는 가운데 황라열-송동길 후보를 만났다. ''서프라이즈 선거본부'' 내건 구호는 ''아홉가지 변화''다. 여타후보처럼 선거공약이 되는 셈이다.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첫번째 공약. 책임지는 총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선거 직전에 ''만약 자신의 선본이 당선되어 총학생회를 이끌고 가더라도 공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책임지고 학교를 자퇴한다''내용이다. 자신들 뿐만아니라 다른 후보들에게도 동참하기를 권유했다. 한 선본 진영이 동의했으나 아직 모두에게 동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아홉가지 변화라고 내건 공약중 또 다른 것은 총학생회의 재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일일 결산 공개(그간 반기별 공개), 서울대 축제 폐지를 통해 단대 간 경쟁체제의 축제문화 활성화 등이다. 더 이상의 공약은 전략상 공개 못하겠다고.

    ◑운동권도 비 운동권도 아닌 반운동권

    황라열은 지난 1999년 비운동권 출신의 ''광란의 10월'' 선거본부가 당선되어 활동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운동권 선본과 반대되야만 한다는 강박속에서 대중적인 인기에만 영합해 결국 학생들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2001년 다시한번 비운동권 선거본부 ''백지선본''의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오히려 비운동권에 대한 반감은 더해졌다.
    나열

     

    "운동권 계열 후보들이 보여줬던 기성사회 선거판의 구태의연한 방식 답습과 비운동권의 포퓰리즘적 학생 회유 방식 모두 부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비운동권마저 갖고 있던 선거 조직을 모두 포기하고 두명의 후보만으로 모든 것을 고민하는 결정하는 방식으로 학생들과 ''접속''하고자 한다."

    ◑ 치열하게 살아온 경험, 학생회 활동에 새바람 불러올 것

    황라열이 29살이 되기까지의 이력이 독특하다. 음악과 춤에 심취해 외국어고등학교를 꼴찌로 졸업하면서 괴짜 별명을 얻었다.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군대를 마치기 직전 어머니가 보낸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편지에 자극받아 군대서 틈틈히 다시 공부했다.

    고려대 의예과에 특차로 입학한 것이 99년. 그러나 어머니는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그는 정작 해보고 싶은 공부를 위해 다시 서울대 종교학과에 2000년 입학했다. 목사인 아버지로부터 일찌감치 독립해 나온 나열은 인디밴드 ''노블리스 오블리제(NOL) 리더로 활동하면서 작사 작곡 편곡에 노래까지 원맨 밴드로 주류 음악에 대항하며 나름 주체적인 자기 찾기를 계속해왔다. 생계를 위해 아홉개의 과외부터 찌라시 돌리기, 나이트 클럽 DJ, 삐끼, 동대문 옷가게 지게꾼, 합기도 사범 등 50여가지의 다양한 부업을 하면서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치열한 정글을 맛봤다.

    "휴학과 복학을 거듭한 이유는 공부에도 게을리 하고 싶지 않아 학비벌어 한학기 다니는 식으로 규칙성을 만들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함께 총학생회 선거를 나선 송동길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함께 동고동락하며 서로의 이상이 같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정신으로 돌아갈 것

    현재 라열은 학생신분말고도 두개의 대표 직함을 갖고 있다. 음악 기획사 (주)유마인드와 게임업체 (주)엑스페이스 대표이사다.음악 기획사라고 하면 당연히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키운다는 일반적인 패턴이지만 라열은 달리하고 있다.

     

    가능성있는 신인에게 기회를 주고 비록 자신이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뮤지션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질때까지 뮤지션을 지원하는 역할일뿐 억지스러운 스타만들기에 주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학 학생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학생회는 학생들을 이끌고 자신들의 주장과 이념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내려꽂는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그것조차 순수한 학원내에서의 권력화 현상이다. 우리는 학생의 눈높이에서 진정 학생으로 생활할때 필요한 고민과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풀어나가고자 한다. 우리조차 이를 실천하지 못하면 자퇴로서 책임을 질 생각이다. 그것은 내자신의 인생 철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책임감이란 문제로 귀결된다.

    ''꿈꾸는 자''만이 가질수 있는 특유의 에너지가 넘치는 라열. "해야는 한다고들 생각하는데 굳이 하지는 않는 것, 저는 웬지 그런게 제가 가야 할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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