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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텃밭의 '몰표'…갈수록 고착화하는 '진영투표'



대구

    영호남 텃밭의 '몰표'…갈수록 고착화하는 '진영투표'

    출구조사 결과 지켜보는 국민의힘 대구·경북지역 후보들. 연합뉴스출구조사 결과 지켜보는 국민의힘 대구·경북지역 후보들. 연합뉴스
    예상했던 대로다. 이번에도 똘똘 뭉쳐 국힘을 밀어줬다.

    22대 총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 유권자들은 대구 12명, 경북 13명의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들을 국회로 입성시켰다. 박빙 판세를 보였던 경산시에서만 43% 대 42%로 조지연, 최경환 후보가 박빙 선거전을 펼쳤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65~70%를 넘는 압도적 지지를 몰아줬다.
     
    4년마다 반복되는 선거지만 등장인물과 선거구도, 공약만 달라질 뿐 결과는 똑같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란 말이 절로 실감난다. '영호남에서는 구도가 바뀌는 선거전은 있을 수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TK라고 야당 성향 유권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대놓고 여당의 실정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집권당에 대해 넘치는 친근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고 연령이 높을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물론 필자의 주관도 포함됐다.
     
    왜일까?
     
    선거가 끝난 뒤 대구에 거주하는 나이가 지긋한 한 유권자에게 물었다. "왜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지 궁금한데요?"

    그의 답은 명쾌했다. "나라가 흔들리니까 여당(국힘)을 찍어 주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해서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야당 폭주를 견제하려고 찍는 거지요" 그는 참여하는 산악회의 분위기도 전해줬다. "우리 모임에서도 하나 같이 걱정을 합니다. 정부가 뭐든 지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될까봐 걱정들이 많아요"
     
    기자의 지인에게도 물어봤다. "쏠림현상이 여전한데 선거결과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선거 결과가)예상대로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공약은 별로 안본다. 무작정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대로 표를 행사하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답은 생각없이 투표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머릿속에 내재화된 신념 같은 걸 기반으로 투표를 한다는 취지로 이해가 됐다.


    CBS취재진이 지난 5일 사전선거를 하고 나온 대구 중구지역의 유권자들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당시의 질문은 "후보자의 공약을 주의깊게 보셨냐"였다. 한 투표자는(50대 남성)"공약은 안보고 찍었다. (내 성향이)보수니까 나라가 잘 살려면 보수(후보)를 뽑아줘야 해서 뽑았다"고 대답했고, 여성 유권자(30대) 역시 지지성향이 보수여서 거기에 맞는 후보를 선택했다는 답을 했다.
     
    이 지역의 모든 유권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투표방향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투표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쪽으로 생각이 미쳤다. 자유민주연합이 돌풍을 일으키며 대구에서 8석을 얻은 15대선거 때 신한국당은 2석에 그쳤다. 직후인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1석을 석권했고 17대 때도 대구의 전체 의석을 한나라당이 가져갔다.
     
    이명박-박근혜 갈등으로 여권이 분화한 18대 당시에도 한나라당(8)과 친박연대(3)로 몰표에 가까운 지지가 결집했고, 19대(새누리당 12석), 20대(새누리당 8석), 21대(미래통합당 11석)에도 보수당이 압도적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역대선거 때보다 표의 결집도가 더 강력했다. 단 1석의 무소속도 허락하지 않았다.

    대구경북지역 총선 유권자의 투표행태는 보수당이 자체 분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표가 보수쪽으로 집중되는 경향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고착화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묻지마 투표' 내지 '텃밭투표'라며 보수정당으로 쏠린 투표성향을 비판한다. 그러나, 반론도 없지는 않다. 한 30대 유권자는 "야당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이런 사람이 출마했나 싶을 정도로 자질이 떨어진다. 선택하고 싶어도 인물이 없다. 표를 몰아준 걸로 보면 전라도도 똘똘 뭉친 건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바보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지민수 기자지민수 기자
    즉, TK지역의 여야 후보를 자질측면에서 비교했을 때, 진보진영에서 내세운 후보들의 자질이 떨어져 막상 투표장에 들어서고 보면 보수 후보외엔 찍을 선택지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지지쏠림현상이 고착하되는 영남과 호남지역에서는 선거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그 지역의 소수정당 후보자에겐 반드시 피해야할 '험지'로 분류돼 출마를 꺼려온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선거의 본질은 선택이고 선택의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누가 지역의 대표로서 지역의 이해를 가장 잘 대변해줄 것인가이다. 그러나. 선거를 거듭할수록 이른바 '진영투표' 경향을 보이고 있는 영호남의 경우는 지역 대표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지하는 정치세력 전체의 정치적 입지를 우선 선택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의 대표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사람'을 기준으로 역대선거 때마다 표를 던졌다면 정당의 공천작업은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정당의 긴장감을 떨어트려 공천이 산으로 갈 소지는 커진다.

    보수정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도 표를 가진 유권자의 선택이니 대놓고 잘못된 일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정권은 우리가 지켜야한다는 관념적인 생각이 선거 뒤에는 유리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나 유형이든 무형이든 부담해야 할 청구서로 되돌아 온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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