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 공장 화재 당시 진압하고 있는 119소방대원들. 경북소방본부 제공지난 1월 말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시 냉동식품 공장 화재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화재 주요 가연물인 식용유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한 채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구획 화재 진압 때 지켜야하는 일방향 진입 수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당시 현장 지휘계통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소방청이 13일 발표한 '문경 공장화재 관련 합동사고 조사단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불이 난 공장은 돈가스 등 튀김용 냉동식품을 만드는 곳으로 전자 튀김기의 과열을 방지하는 온도제어기가 작동 불량을 일으켜 식용유가 발화온도(383도씨) 이상으로 가열되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화재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을 강제로 정지시켜 불이 난 뒤에도 곧바로 소방 당국에 화재 사실이 전달되지 못했다. 불은 3층까지 번진 뒤에서야 119로 신고가 들어갔다. 공장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급격히 연소가 확대된 점도 불을 키운 요인이 됐다.
당시 화재 현장. 경상북도소방본부 제공소방관 2명이 순직한 피해를 낳은 것은 구획화재 진압 전술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구획 화재를 진압할 때는 그 안에 연기나 가연성 가스를 한쪽 방향으로 배출하면서 화재 진압을 하고 그 다음에 인명 검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경 공장화재 당시에는 먼저 화점 확인을 하러 들어간 팀의 반대쪽으로 인명구조팀이 들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소방청은 보도자료에서 "3층으로 진입했던 구조대원 4명이 인명검색을 위해 개방한 출입문으로 공기가 유입되며 체류된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적으로 연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원 2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지만 순식간에 밀려나온 강한 열과 농연, 붕괴된 천장 반자 등의 장애물로 구조대원 2명이 고립되었고, 탈출한 2명의 대원은 동료 대원을 구하기 위해 재진입하려 했지만 화염과 열기로 진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식용유에 대한 정보 전달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식용유가 발화하면서 가연성 가스가 실내에 차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기반으로 화재진압을 해야하는데 정보 전달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식용유 자체가 현재 소방법에서 관리하고 있는 위험물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실로부터 현장으로 식용유에 대한 정보가 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이번 분석결과를 토대로, 소방대원 안전 중심으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를 전면 개정하고, 기존 샌드위치 패널 화재에 대한 재난현장표준절차(SOP)를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대책을 밝혔다.
또 대상물 정보가 현장으로 쉽고 빠르게 전달되도록 예방정보시스템을 개선하고 현장 소음과 개인보호장비 착용에 무전이 용이하도록 송수신 기능을 개선하는 한편, 화재 위험성이 큰 식용유 취급 기계·설비에 대해 제조 단계부터 안전기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소방수요를 고려, 효율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실종과 고립 등 대원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즉시 신속동료구조팀이 운영될 수 있도록 별도 RIT팀을 동시에 편성하도록 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그러나 사고당시 주요 가연성 물질인 식용유에 대한 정보가 현장과 공유되지 않았고 화재진압 과정에서 일방향 진압이라는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서, 이번 재발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휘계통의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