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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팔이' 드라마 이대로 괜찮나…화제성만 잡으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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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마약팔이' 드라마 이대로 괜찮나…화제성만 잡으면 'OK'?

    '마약팔이' 뛰어드는 드라마들 위험수위 <상>

    마약을 소재로 다루는 드라마들 행태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자극과 흥미만 좇는 겉핥기식 접근법 탓에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마약에 관한 인식을 왜곡시킨다는 겁니다. CBS노컷뉴스가 단순 '마약팔이'에 머무는 드라마의 한계를 짚어보고 그 대안 찾기에 나섭니다. [편집자주]

    일상 생활에 퍼져나간 마약…장르물 단골 소재·에피소드로
    방송·OTT 드라마서 마약 범죄 재현할 때 자극·흥미에 치중
    "민감한 이슈가 오락 소재나 익숙한 범죄로 머무는 부작용"

    마약을 제조·유통하는 10대를 그린 드라마 '하이쿠키' 스틸컷. U+모바일TV 제공마약을 제조·유통하는 10대를 그린 드라마 '하이쿠키' 스틸컷. U+모바일TV 제공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란 수식어도 옛말이 된 시점에 콘텐츠 속 마약 소재·에피소드는 여전히 '흥미 본위'로 다뤄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TV 드라마 '7인의 탈출'과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을 보면 가장 규제가 강한 방송에서 '마약' 소재가 어떻게 다뤄지는지 엿볼 수 있다. '7인의 탈출'에서는 마약에 취한 주인공들이 집단 학살을 벌인다. '강남순'에서는 모녀 히어로가 신종 마약 관련 범죄를 뿌리뽑는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앞서 방송된 '모범택시' 시리즈 역시 시즌2에서 마약·성범죄에 얽힌 버닝썬 사건을 모티브로 '블랙썬 게이트'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방송법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 OTT 콘텐츠들은 보다 노골적이다. 드라마 속 일부 에피소드가 아니라 아예 마약을 소재 전면에 내세운, 청소년이 주인공인 드라마도 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U+tv '하이쿠키'는 한 입만 먹어도 꿈과 욕망을 이뤄주는 신종 마약을 치열한 입시 전쟁이 치러지는 학원물에 접목시켰다. 디즈니+ '최악의 악'은 한 형사가 한중일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강남 조직에 잠입 수사를 벌이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인기작 '수리남'도 수리남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어 마약왕이 된 조봉행의 실화를 그렸다. 이밖에도 마약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장르물을 따지면 셀 수 없이 많다. 이들 OTT 드라마는 해당 장면 표현에 있어서도 방송 드라마보다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지난 3월부터 OTT에 자체등급분류가 도입되면서 규제는 더욱 자유로워졌다.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OTT 업체들이 직접 자사 콘텐츠 등급 분류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지난 9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받은 'OTT 영상 등급분류 현황'에 따르면 OTT 콘텐츠의 청소년관람불가 비율은 도입 이전 25.5%에서 14.7%로 10.8%포인트 급감했다. 이에 영등위는 1926건을 모니터링해 141건에 대해 부적절 판정을 하고 19건에 대해서는 OTT에 등급상향 권고를 내렸다.

    자체등급분류 도입 당시 OTT 업체들이 마약, 폭력, 음주 등 유해하거나 선정적인 내용의 콘텐츠들에 있어서 시청 편의와 흥행을 위해 낮은 등급을 매길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이러한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마약 소재, 주인공 '사이다 서사' 위한 도구 한계 드러내


    디즈니+, JTBC, U+tv 제공디즈니+, JTBC, U+tv 제공이런 가운데 최근 각계를 휩쓴 마약 스캔들과 맞물려 마약을 다룬 드라마들에 일반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중의 관심도에 따라 마약을 주요 소재 또는 에피소드로 다루는 콘텐츠들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중이다.

    불과 몇 년 전이라면 일상과 거리감을 느꼈을 이야기가 현실에서 유효한 힘을 발휘하게 된 셈이다.

    물론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약이 주요 에피소드가 됐던 '강남순'은 서울 주요 번화가에 '마약 검사 포스터'를 배포, 캠페인을 진행해 작품 외적이나마 시대 변화에 발맞추도록 노력했다.

    다만 여전히 플랫폼을 불문하고 마약 범죄는 현실에 기반한 고민을 거치기 보다는 주인공의 '사이다 서사'를 위한 도구 혹은 흥미 유발을 위한 자극적 양념으로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마약 범죄가 일상에 밀접하게 다가온 시대에 이러한 소재는 과거 방식 그대로 다뤄져도 좋을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사실 상업적인 장르물이기 때문에 마약 등 범죄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재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대중이 마약 범죄에 관심이 많으니 콘텐츠에서 많이 차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경각심 형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하나의 오락 소재로 받아들이거나 친숙한 범죄 카테고리가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오락 영상물의 한계"라고 짚었다.

    이어 "버닝썬 사건을 거치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클럽에서 마약이 만연했다는 게 드러났고, 그 이후로 마약이 생활공간에서 광범위하게 퍼져간다는 인식이 생겨났다"며 "과거에는 '마약 범죄'라고 하면 일반인과 거리가 먼 그들만의 세계였는데 이제는 피부로 느껴지는 위협이라 더 민감한 이슈가 됐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안의 표현도 논의가 이뤄지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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