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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갈등 전선, 산재보험으로 확대



경제 일반

    노·정 갈등 전선, 산재보험으로 확대

    정부·여당 "'산재 카르텔' 문제 근절"에 노동계 "일하다 다치거나 숨진 노동자 모욕"

    연합뉴스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기금 재정 부실화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산재 카르텔' 주장을 하고 나선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이주환 의원은 "산재 환자가 근로복지공단 직영 병원 돈벌이 수단으로 비치고 있다"며 산재 환자와 공단 그리고 직영 병원으로 이뤄지는 카르텔 의혹을 제기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 각종 견제 장치가 사라져 '나이롱' 산재 환자가 급증하면서 공단과 직영 병원은 과잉진료로 잇속을 챙겼지만, 산재보험기금은 누수가 발생했다는 게 이 의원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대대적인 근로복지공단 감사 필요성을 강조했고 노동부가 즉각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지난 12일 "공단 감사 인력을 기존 8명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5명으로 대폭 증원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감사 범위도 '산재 발생 경위 조작'이나 '요양 급여 부정 수령' 등에서 '산재 승인 및 요양 업무 전반의 제도·운영상 적정성'으로 넓히며 "산재 카르텔 문제의 뿌리를 뽑겠다"고 강조했다.
     

    산재 피해자들의 울분 "나는 나이롱 환자가 아니다"

     
    노동부가 공단 감사 강도를 이처럼 한껏 끌어올린 배경이 바로 다음 날인 13일 연합뉴스를 통해 드러났다.
     
    "전 정부 방기로 산재 나이롱 환자가 급증해 조 단위 혈세가 줄줄 샌다"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인용 보도였다.
     
    산재 카르텔 주장에 대통령실까지 가세하자 노동계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일하다 다치거나 생명을 잃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까지 산재 카르텔로 몰아가며 모욕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지난 21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규탄 긴급 증언 대회 '나는 나이롱 환자가 아니다'에서는 삼성전자 뇌종양 산재 환자 한 모 씨 등이 울분과 설움을 쏟아냈다.
     
    산재로 인정받기까지 과정은 '산 넘어 산'으로 까다롭기 그지없고, 어렵사리 산재 판정을 받더라도 치료와 보상은 실제 요양과 생계에 아주 미흡하다는 등이 이들의 증언이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재 신청 후 질병과 업무 연관성을 따지는 역학조사 소요일 수가 매년 길어지고 있다.
     

    산재 인정받는 게 다친 노동자들 유일한 희망인데…

     
    연합뉴스연합뉴스
    2019년 206.3일이던 역학조사 평균 소요일 수는 올해 8월 기준 581.5일로 무려 세 배 가깝게 늘어났다.
     
    '역학조사 장기화'는 곧 '산재 승인 지연'을 의미하는데 산재 피해자들 대부분이 저임금 노동자여서 이들이 산재로 맞닥뜨리게 되는 생계 위협 강도는 한층 클 수밖에 없다.
     
    역시 윤건영 의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산재를 당한 노동자 4명 중 3명 이상은 월평균 임금이 전체 노동자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피해자들이 "그나마 산재 인정을 받는 게 일하다가 다친 노동자들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오동영 부지회장은 "그런데 어떻게 대통령이 산재로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를 나이롱 환자로 인식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산재 승인과 보상 범위 등을 놓고 여전히 날카롭게 대립하는 산재 피해자와 공단을 어떻게 카르텔로 한데 묶을 수 있느냐'는 반문이기도 하다.
     
    실직자들의 버팀목인 실업급여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시럽급여'니 '명품쇼핑'을 운운해 "실직자를 조롱한다"는 공분을 샀을 때와 흡사한 상황이다.
     

    나이롱 환자 양산? '추정의 원칙' 실제 적용 3.7%뿐

     
    윤석열 정부 들어 악화 일로인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의 전선이 산재보험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인데 재계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0일 노동부에 '산재보험 업무상질병 제도운영 개선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의서에서 경총은 "'불합리한' 산재 승인 증가로 경영 활동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며 한층 엄격한 산재 승인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경총은 특히, 근골격계 질환에 적용되고 있는 '추정의 원칙'을 전면 재검토 또는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추정의 원칙은 이전에 축적된 자료와 통계에 근거해 특정 질병의 경우 근무 업종 및 직종과 기간 등 기준을 충족하면 현장 조사를 생략하고 업무와 질병 관련성을 인정하는 제도다.
     
    대통령실과 이주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추정의 원칙을 나이롱 환자 급증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9년 제도 도입 이래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 사례는 전체 산재 신청 건수의 3.7%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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