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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 선별 인상안, 묘수인가 악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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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반

    '산업용' 전기요금 선별 인상안, 묘수인가 악수인가

    핵심요약

    4분기 전기요금 '산업용'만 소폭 인상 가닥
    전력 중 54% 육박 산업용 전기 타깃…내년 총선 민심 이반 우려
    소비 절감‧한전 정상화 등 실효성 의문 지적…추가 인상 불가피 지적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정부가 주택‧일반용을 제외한 산업용 전기요금만 4분기에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근본 원인을 외면한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역마진 구조' 개선 없이 선별적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전 정상화와 소비 절감 등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7일 정부와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4분기 전기요금은 주택용과 일반용을 제외한 '산업용'만 선별적으로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한전채 추가 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기로 결정하고 최종 검토 중"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으로 방향을 잡아서 가스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전체 전력 판매량 중 산업용 전기가 과반을 차지하는 부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전체 전력의 54%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용은 약 15%, 소상공인 등 업체에서 사용하는 일반용은 약 23%에 불과했다.
     
    '산업용(을)' 요금은 광업과 제조업 등 통상 사업체 소비자들에게 적용되는데, 주택용 전기와 달리 300킬로와트(㎾) 이상 계약 구조로 이뤄진다. '역마진 구조' 속에서 부채 감소와 한전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선 가장 비율이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주택용이든 산업용이든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전기는 기본적으로 석유, 석탄, LNG 등 수입 에너지 원자재를 활용해 생산한다. 사실상 에너지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도매 전기요금이 오르는 셈이다. 다만, 소매 전기요금 결정권을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정부 '방침'에 따라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실적이 요동치는 구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잠잠해지던 와중에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영향으로 인해 국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은 재차 꿈틀대고 있다. 두바이 원유는 배럴당 지난해 9월 90달러에서 지난 1월 80달러, 지난 5월 75달러 등으로 하락했지만, 지난 6일 기준 86.3달러로 오른 상태다. 동북아시아 LNG 시장 기준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현물 가격은 백만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지난해 9월 50달러를 돌파한 이후 지난 5월엔 9.8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6일 기준 17.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이번 중동 전쟁이 길어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주택용과 일반용, 산업용 등 모든 전기요금이 재차 역마진 구조에 빠지면서 소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형성된 것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선별적으로 산업용만을 인상하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가 인상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인상이 공공요금 인상을 자극해 연쇄적인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연준이 여전히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전기요금 인상이 고물가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주택용 전기를 사용하는 대다수 시민들 입장에서는 높은 이자 부담과 함께 고물가가 더해질 경우,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면 여권에는 총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전기요금 수준을 고려해도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저렴한 편에 속한다. 다만, 산업용은 주택용 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2022년 OECD 회원국 주택용 및 산업용 전기요금' 통계(시장 환율 기준)를 보면, 전체 38개국 중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35위를 기록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106.8 달러(MWh당)로 평균인 196.1달러의 54%였다. 같은 기준으로 산업용 요금은 30위였다. 평균 95.3달러로, 평균치인 144.7달러의 65.8%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선별 인상은 근본 처방을 외면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 정상화와 소비 절감 등 복합적 효과를 노린 것인데, 산업용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필수 소비로 인해 수요가 비탄력적이라 소비 절감 효과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산업용 전기는 고압 전기를 쓰기 때문에 애당초 원가가 더 저렴하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기 때문에 향후 주택용 등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전기요금을 인상해서 소비 절약에도 도움이 되면서 부채 감소를 하자는 것인데 이런 방식이면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자칫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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