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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 60주년, 정체된 국내 넘고 수출 효자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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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K-라면 60주년, 정체된 국내 넘고 수출 효자 등극

    핵심요약

    우리나라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이 출시된 지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체 식품으로 출발했던 라면은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이제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에 이르러,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는데, 제조사들이 K-컬처 열풍을 타고, 해외 소비자 입맛 공략에 열을 올린 결과 10년 사이 수출 규모가 4배 급증하는 등 한국 라면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우리나라에 인스턴트 라면이 출시된 지 60년이 흘렀다. 라면은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일상 속에 자리잡은 대표 서민 먹거리로 자리잡았는데, 이제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을 홀리는 K-푸드의 대표주자가 되고 있다.

    환갑 맞은 한국 라면, 기호식품 넘어 생활필수품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은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이다. 보험회사를 경영하던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이 1960년대 초 남대문 시장에서 5원짜리 꿀꿀이죽을 먹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국민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하고, '라멘'을 떠올렸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전 명예회장은 당시 국교도 설립되지 않았던 일본에 건너가 묘조식품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기계와 기술을 전수받았다. 보안 사항인 수프 배합까지 비밀리에 전달받았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이 출시됐다.

    출시 당시 삼양라면의 가격은 10원으로 5원인 꿀꿀이 죽보다는 비쌌지만, 30원 정도였던 식당 김치찌개 백반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초기에는 낯선 제품 이름과 모양새에 봉제용 실을 뭉쳐놓은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고질적인 쌀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혼분식 정책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1969년이 되면 삼양라면은 월평균 1500만 봉지가 팔릴 정도로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

    국내에 첫 출시된 삼양라면. 삼양식품 제공국내에 첫 출시된 삼양라면. 삼양식품 제공
    1980년대에 접어들며 삼양라면의 성장을 지켜본 경쟁 업체들도 연이어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경제 자체가 발전하며 식품업계의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던 시기였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 1983년 안성탕면, 1986년 신라면을,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는 1984년 팔도비빔면을, 오뚜기는 1988년 진라면을 선보이는 등 현재까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라면들이 이 때 출시된 제품들이다.

    이제 인스턴트 라면은 우리 국민 1인당 한 해에 77개의 라면을 먹을 정도로 생활필수품에 준하는 존재가 됐다. 1989년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긴다는 '우지 파동'이나 2000년대 MSG 논란 등은 따지고 보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당시에는 전국민적 관심을 넘어 공분을 샀다. 라면이 단순한 기호 식품 너머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정부가 라면값을 두고 제조업체에 인하를 압박했던 일도 마찬가지다. 들썩이는 소비자물가를 잡아야 하는 정부에게 '서민 음식' 라면은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까지 오른다면 다른 가공식품들도 줄줄이 인상되고, 최소한 라면만큼은 저렴한 한 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업체들이 100원 안팎의 소폭이라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6년 출시한 농심 '신라면' 의 이쇄 광고. 연합뉴스 1986년 출시한 농심 '신라면' 의 이쇄 광고. 연합뉴스

    K-컬처 인기 타고 전세계 공략, 라면 원조 닛산이 베끼기도

    이처럼 60년 동안 우리나라 소비자 입맛에 부응해 온 라면이지만, 국내 라면 시장은 정체된 지 오래다. 대신 제조사들은 해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10년 가까이 2조원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지만, 라면 수출액은 지난 2011년 1억 8600만달러에서 지난해 7억 6500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매년 최고 수출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올해는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미 전세계 143개국에서 K-라면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라면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문화·음식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각 업체들이 트렌드와 현지 입맛을 고려한 상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제공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해외 수출액이 2019년 2400억 원에서 지난해 4800억 원으로 3년새 2배 늘어났다. 전세계 최초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 닛산에서 '베끼기 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175억원 중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특히, 미국 법인에서만 전년 상반기보다 556% 급증한 3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신라면 등 주력 제품이 월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망에서 인기를 끈 덕택이다. 농심 관계자는 "한류 스타들이 SNS에서 한국 라면을 즐기는 모습을 올리면, 눈에 띄게 판매량에 반응이 온다"고 전했다.

    오뚜기 제공오뚜기 제공
    오뚜기도 BTS 진을 모델로 내세우며 해외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라면 소비량 세계 1위 베트남에 주목해 다양한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용기면 '도시락'이 점유율 60%에 달할 정도로 국민 컵라면에 등극했는데, 마요네즈가 들어간 제품을 출시하거나 포크를 동봉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가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라면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이기에 히트 상품을 내놓는 것 외에는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에서는 K-라면의 경쟁력을 부각시킬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전세계로 향하려는 라면업계의 움직임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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