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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선봉에 선 '이념전쟁'…총선 대비 전략인가, 늪인가



국회/정당

    尹 선봉에 선 '이념전쟁'…총선 대비 전략인가, 늪인가

    尹, 연찬회서 "사기 이념 아닌 분명한 철학 필요"
    "1더하기1을 100이라는 사람들, 싸울 수밖에" 강경 발언
    '홍범도 흉상' 논란 이어 尹이 선봉에 선 '이념 전쟁'
    "소신 보여주는 지지층 결집 행보" 전통적 총선 전략
    "수도권 위기인데 중도층은 손 놓나" 우려 목소리도
    집토끼 잡고 산토끼로? "내년 초 지지층 확장 승부수 띄울 것"

    윤석열 대통령.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 박종민 기자
    여권이 때아닌 이념전쟁에 휩싸였다. 선봉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선 모양새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이 앞장선 '보수층 결집' 전략과 국민의힘이 고민하는 '수도권‧중도층 포섭' 전략이 상충하면서 총선을 앞둔 여당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尹 "사기 이념 아닌 분명한 철학 필요" 면전서 이념투쟁 설파

    이념전쟁에 불을 지핀 건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연찬회 만찬 자리에서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우리가 매몰됐고, '우리 당은 이념보다는 실용'이라고 하는데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 없이 실용이 없다"고 말했다. 100명이 넘는 당 소속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이 모인 앞자리였다.
     
    전임 정부와 야당, 언론을 망라한 강도 높은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여소야대 국회에다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세력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며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돈은 없는데 사장이 어디 '벤츠 600' 이런 고급승용차 막 굴리고 이런 식으로 해서 안 망한 기업이 없지 않느냐.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전임 정부의 재정운영을 공격했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선전포고는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중도‧실용보다는 선명한 이념노선을, 협치보다는 강경한 대야투쟁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박수와 함께 '맞습니다'를 외치며 호응했지만, 윤 대통령의 수위 높은 발언에 당황한 의원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국방부를 중심으로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이 불붙은 것도 윤 대통령이 앞장선 이념전쟁과 맞닿아있다. 색깔론 확산을 우려하며 흉상 이전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던 친윤계 인사들도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홍범도 장군의 공을 알맞은 곳(독립기념관)에서 기려야 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당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다. "철거가 아닌 이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국방부와 육사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발을 빼는 모양새다.
     

    "진영논리로 대결해야 총선 승리"VS"중도층 포섭은 손 놓나"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총선을 앞두고 진영논리를 앞세워 보수층 결집을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이념적으로 좌파 쪽으로 너무 치우쳤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고, 파괴적인 전략이나 리액션이 없이 정상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설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이해득실을 떠나 소신과 철학을 강고히 보여주는 건 보수 지지층에서 박수 받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다만 수도권이 '공인된 약점'이 되어버린 국민의힘 입장에서 윤 대통령의 이념전쟁이 총선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외연확장이 필수적인데,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중도층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가능성이다.
     
    당내 난감한 기색도 감지된다. 한 초선의원은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 '싸울 수밖에 없는 세력' 이런 표현을 현장에서 들으면서도 세다고 생각했는데 당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싶었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서 야당이 총공격하는 상황에서 전선이 하나 더 그어져서 좋을 게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연찬회에서 윤상현 의원은 청년‧중도‧수도권에 소구할 공약 발굴을 위한 혁신위 발족을 공개 제안했고, 이에 앞선 지역별 분임토의 자리에서는 중도층을 포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총선 전략을 두고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이 정반대의 방향에서 답을 찾고 있던 셈이다.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공천권과 '승선'을 떠올리며 열심히 박수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나 큰소리치는 건 방구석 여포나 할 일"이라고 일갈했고 안철수 의원도 "합리적인 성향의 중도층이 떠나면 총선에서 승리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CBS라디오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반대하며 "충청권과 수도권이 같이 맞물려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을 어떻게 갈 것이냐, 방향과 목표 비전을 제시를 제대로 안 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윤 대통령의 이념전쟁이 '선(先) 지지층 결집, 후(後) 중도층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민주당 또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 강조는 지지층 결속을 위한 내년 총선 전략의 일환"이라며 "이것만 가지고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고 내년 초 정도에는 지지층 확장과 중도‧부동층을 잡기 위해 한미일 공조와 3대 개혁과 관련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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