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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뒤 '폭탄 고지서' 날아오나…전기요금 누진제 영향



생활경제

    폭염 뒤 '폭탄 고지서' 날아오나…전기요금 누진제 영향

    핵심요약

    지난 7~8일 폭염에 여름철 전력사용 최대치 기록
    냉방기기 사용 급증…누진제 대상 전기요금 폭탄 우려
    실시간 전력량 체크 가능 위한 AMI 설비 확대 필요성도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최근 폭염에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며 전력 소비량이 역대 여름철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전기요금 폭탄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용량에 따라 정비례하지 않고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는 전기요금 특성을 고려하면 실시간으로 소비자가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능형전력계량시스템(AMI)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전력과 전력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7~8일 폭염으로 인해 전력 소비량이 기존 역대 여름철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전력거래소 기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최대전력은 93.3GW(기기와트)를, 지난 7일 오후 5시엔 93.6GW 등을 기록했다.
     
    기존 여름철 전력 사용량의 최대치는 지난해 7월 7월 오후 5시 기준 92.9GW였다. 그러나 해당 기록들은 전력거래소 시장 내에서 거래된 부분만 집계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이 대부분인 한전 직접구매계약(PPA)와 소규모 자가용 태양광발전 등을 포함하면 최근 양일 간 피크 시간대인 오후 3시쯤 평균 100GW를 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폭염을 이겨내기 위해 평상시보다 냉방기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자칫 전기요금 폭탄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은 가스요금 등과 달리 사용량에 따라 비용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전기요금엔 기본적으로 누진제가 적용된다. 절약을 도모하기 위해 적게 사용한 소비자들에겐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를 적용하지만, 일정 구간이 지날 때마다 단가를 높이는 등 대용량 사용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다.
     
    서울시내 한 주택 우편함 전기요금 고지서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한 주택 우편함 전기요금 고지서 모습. 황진환 기자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는 3단계 구간으로 구성됐다.
     
    냉방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7~8월에는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지만 구간을 지날 때마다 요금 단가는 약 2배 정도 뛴다. 7~8월의 누진 구간 1단계는 0~300kWh(킬로와트시)까지, 단가는 120.0원이다. 2단계는 300~450kWh, 단가는 214.6원이다. 451kWh 이후 구간인 3단계에선 1kWh당 307.3원이 적용되는데, 1단계에서 적용되는 요금에 비해 약 2.5배 비싸다.
     
    여름철인 7~8월을 제외한 나머지 1~6월, 9~12월의 누진 구간 1단계는 0~200kWh까지, 2단계는 200~400kWh까지다. 3단계는 401kWh 이상에 해당된다. 선풍기와 에어컨 등 전기 사용 제품의 집중도 등을 고려해 여름철에는 다소 누진 구간을 넓혀 요금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지만, 구체적으로 계산해보면 말 그대로 '폭탄급' 요금 고지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4인 가구의 2개월 평균 전력 사용량은 427kWh로, 요금을 매월 6만6690원에 달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똑같은 전력을 소모한다면, 전기요금은 8만530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20% 증가한다.
     
    지난해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쓸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4인 가구 기준 지난해보다 전기를 10% 더 쓴다고 가정하면, 사용량은 470kWh으로 비용은 3만3600원이 늘어난다. 지난해 대비 전기요금이 약 50%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사용량을 더 늘려 전기를 20% 가량 더 사용하면 요금은 4만8950원을 더 내야한다. 금액이 지난해 대비 70%가량 늘어 총 전기요금은 11만5640원에 육박한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에 설치된 전력 수급 현황 전광판에 현재 전력 사용량과 금일 예상 최대 전력수요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에 설치된 전력 수급 현황 전광판에 현재 전력 사용량과 금일 예상 최대 전력수요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 선례를 고려해 전기요금의 '빅 스텝' 인상을 통해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지난 5월 2분기 전기요금을 5.3%가량 인상에 그쳤고, 3분기에는 아예 동결했다.
     
    2분기 인상 발표 당시 전기는 kWh당 8원을 올렸는데, 월 평균 332㎾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 가구 기준으로 매월 3020원(부가세 등 포함)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소폭 인상에 그친 데다가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기요금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 여름철이 지난 후 예상보다 많은 요금 고지서를 받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휴대폰에서 데이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사용량을 소비자들이 자율적으로 조절하듯이 전력 사용량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한 지능형전력계량시스템(AMI)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해외에선 AMI가 많이 보급되면서 실시간으로 사용량을 확인하고 조절한다"며 "우리나라는 실시간 사용량 체크 시스템이 부족해서 개별 가구에선 매월 고지서를 받거나 수동으로 계량기를 확인하지 않고선 사용량이나 예상 요금을 알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한전에 따르면 실시간 전력사용량 체크를 위해선 주택이나 아파트에 AMI 설비가 마련돼야 하고, 동시에 개별 고객은 '파워플래너'라는 앱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AMI 설비는 고층 아파트 단지 등 현재 설치 비율은 현저히 낮은 편이고, 전국 일반 주택에는 총 893만호에 구비됐는데 이 중 '파워플래너'를 설치한 고객은 40만호에 불과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실시간으로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인 이른바 '스마트 그리드'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왔다"며 "대단지 아파트 등 설비를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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