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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 100%' 경선 후유증…당대표 대신 극우 쳐다보는 국힘



국회/정당

    '당심 100%' 경선 후유증…당대표 대신 극우 쳐다보는 국힘

    김재원·태영호, 각각 5·18 4·3 관련 극단적 발언
    극단적 우파 세력에 보내는 충성 맹세…'당심 100%' 경선의 부작용
    김재원 비판하는 홍준표 "제명하라" VS 전광훈 "공천주지 말아야"
    당권이 자기 주도 '당심'에 있다는 듯한 행태…김기현 당권, 영 안 서는 '구조'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대표(왼쪽)와 김재원 최고위원.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대표(왼쪽)와 김재원 최고위원.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가 초반부터 당내 공세에 부딪히고 있다. 직접적인 비판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일이 돌아가버린 과정을 재구성하면 관련된 인사들 모두가 당 대표의 권위를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우선 김재원 최고위원의 행보가 그렇다. 최고위원회의를 세 차례나 빠지면서 전광훈 목사를 치켜세웠다. 그런 김 최고위원을 "제명하라"고 홍 시장이 비판하자, 전 목사와 홍 시장 간 거친 설전으로 비화됐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징계를 추진하거나, 논박을 이어간 홍 시장과 전 목사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양쪽을 두루 비판하는 길을 택했다.

    전광훈 예배에 참석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의원. 유튜브 너알아TV 캡처전광훈 예배에 참석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의원. 유튜브 너알아TV 캡처
    김 최고위원과 전 목사가 불러온 당내 갈등은 당 안팎의 극우적인 지지 세력에 소구하는 행태다. 이는 결국 일반적인 국민 여론을 배제한 채 '당심 100%' 룰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 규정을 바꾼 것이 불러온 결과다.

    상식적인 여론보다 당을 향한 무조건적 '맹신'이 당내 세력을 규정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김 대표 역시 당권을 잡기까지 일반 여론의 지지를 얻은 것이 아니라, 김 최고위원이나 전 목사가 추구하는 세력에 의해 당선된 것이라 이들의 노골적인 당내 분란 행태를 적극적으로 제어하기 힘든 입장이 돼 버린 것도 그에겐 딜레마적인 상황이다.

    김 최고위원이 5·18과 관련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면 태영호 최고위원은 제주 4·3사건 관련, 극단적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그럼에도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는 전혀 살펴볼 수 없다.

    그저 자신을 강하게 밀어줄 '극단적' 지지 세력을 위해 강성 발언만 목소리를 키워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도-무당층 공략이 절실한 총선에 있어 악재가 김 대표 체제 초반부터 불거지는 형국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시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 통해 "전 목사에게 무슨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에겐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오히려 니는 지방 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라며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스스로 추켜세웠으니 그 밑에서 잘해 보시라"고 밝혔다.
     
    최근 전 목사가 홍 시장을 비판하며 '광화문 운동'의 정권 교체 기여도와 내년 총선 공천권을 언급했는데, 김 대표가 이에 전 목사와 홍 시장 사이 양비론을 편 데 대한 불만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관련 질문에 "별로 바람직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돼서도 안 될 그런 일"이라고 답하며 "우리 당의 공천권을 갖고 제3 자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지만, 또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에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제3 자'인 전 목사와 '지방자치행정을 맡아 전념해야 하는' 홍 시장 모두에게 자중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홍 시장은 "참 어이없는 당 대표 발언"이라며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 고문이다.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도부 출범 뒤 3차례나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면서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거나 "전 목사가 우파 진영 천하 통일을 이뤘다"는 식의 평가를 한 데 대해 김 대표가 한발 늦은 경고만으로 넘어가면서 이번 사태에 불이 붙은 셈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브루클린 제주 카페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브루클린 제주 카페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4·3사건 추념식을 계기로 오랜만에 공개 행보에 나선 이준석 전 대표의 타깃 역시 김 대표다. 표면적으론 태영호 최고위원이 4·3사건의 '북한 김일성 지시설'로 논란을 빚은 데 대한 비판이었지만, 결국 지도부의 책임을 추궁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자신이 지원한 이른바 '천아용인' 인사들과 함께 제주를 찾아 태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제주도에서 열심히 정치를 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힘의 다른 당원들이나 지지자들도 많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며 "만일 이것이 교정되지 않는다면 국민들께서 선거로서 따끔하게 교정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인‧이준석 지도부 때는 이런 역사의 아픔 속에 함께 하겠다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할 이유가 없었다"며 "최근 김기현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에 여러 가지 복잡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정부를 대표해 헌화와 분향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정부를 대표해 헌화와 분향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김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까지 여권 내 주요 인사들이 일정상 이유로 추념식에 불참하면서 야당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졌다.
     
    앞서 4·3 추념식에 2020년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2021년 주호영 원내대표가 제주를 찾고, 2022년엔 이준석 당시 당 대표가 직접 나서는가 하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간 보수정당의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의식은 결국 김 대표의 선출 과정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 목사가 당원들을) 실제 어느 정도는 쥐고 있는 것 같다. 수십만 이런 단위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한 1만 명 이상 정도의 당원은 전 목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결국 이런 게 당원 100%로 하겠다고 하는 것의 위험성"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다선 의원은 "대표 선출 과정에서부터 민심을 배제했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당심에 집중한 스탠스가 이어지지 않겠나"라며 "당심이 곧 윤심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견제할 장치가 살아 있었다면 김 대표도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여론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또 다른 다선 의원은 "극우 인사와 손을 잡은 김 최고위원의 행보나 4·3사건에 대한 우리 당의 명확한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김 대표 체제에선 우선순위가 모호하니 전선도 제멋대로다. 홍 시장과 이 전 대표의 말이 계속해서 주목을 받는 것도 사실상 김 대표 스스로 공간을 열어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 역시 "지도부가 그때그때 상황에 대한 면피만 하고 있지 않나"라며 "김광동 진실화해과거사위원장의 역사 인식 논란에서부터 4·3사건까지 악재가 계속되는데, 알맹이 있는 주장이나 반론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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