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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아버지" 75년 만에 가족 품 돌아온 4·3유해



제주

    "꿈에 그리던 아버지" 75년 만에 가족 품 돌아온 4·3유해

    제주도, 28일 4·3희생자 유해 3구 신원 확인 보고회 가져

    4·3 희생자 유해-유족 상봉 모습. 고상현 기자4·3 희생자 유해-유족 상봉 모습. 고상현 기자
    "아버지 일주일 뒤에 돌아온다고 하셨는데, 왜 이제 오셨어요." "꿈에 그리던 아버지가 돌아오셨습니다. 70여 년이 지나서야 딸의 품으로 돌아오신 아버지…." 

    누군가의 아버지, 삼촌이었던 제주4·3희생자 유해들이 7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자리에서 유가족은 울음을 토해냈다.
     
    제주도는 28일 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신원이 확인된 4·3희생자 유해 3구에 대한 보고회를 진행했다. 유가족과 오영훈 제주지사, 김창범 4·3유족회장, 고희범 4·3평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유해 운구, 유해-유족 상봉, 헌화와 분향 등이 진행됐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 3구는 2008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발굴된 유해 중 일부다. 신원 확인 결과 故 김칠규 씨, 故 강창근 씨, 故 김두옥 씨의 유해로 확인됐다. 이들 모두 4·3 광풍 당시 행방불명되거나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사형당한 뒤 지금껏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희생자다.
     
    지난해 4·3 희생자 유족 279명이 참여한 채혈분에 대해 제주공항 발굴 유해와의 유전자 대조 작업을 벌여 신원이 확인될 수 있었다. 신원 확인 작업에 서울대 법의학연구소가 참여했다.
     
    이날 희생자 유가족들은 우여곡절 끝에 70여 년 만에 만난 가족의 유해가 담긴 유골함을 마주하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유해-유족 상봉 내내 장내에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故 김칠규 씨의 딸 김정순(80) 할머니는 "집에 가있으면 곧 돌아오신다고 했던 아버지, 왜 이제 오셨나요. 이제라도 (아버지를) 찾았으니깐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34살의 나이에 총살돼 암매장당한 김씨는 지금은 자신보다 훨씬 늙어버린 딸 앞에서 말이 없었다.
     
    2살의 나이에 아버지 강창근 씨(당시 20세)를 잃은 강술생(77) 할머니는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버지를 영영 볼 수 없다는 생각이 평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꿈에 그리던 아버지가 돌아오셨습니다. 이 애통함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요"라고 토로했다.
     
    4·3희생자 유해 운구 모습. 고상현 기자4·3희생자 유해 운구 모습. 고상현 기자김창범 4·3유족회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야속하게도 75년이 흘러서야 차디찬 어둠 속에 갇혀 있던 3분의 영령에 대해 가족들이 유해로나마 모실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가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처절한 아픔으로 목 놓아 울지 못 했던 유족들께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이 고령화돼 시간이 지체되면 희생자 신원 확인이 영원히 밝혀지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4·3희생자 유해 발굴 유전자 감식에 더 많은 국비를 정부에 요청 드립니다. 70년 넘도록 가족을 찾아 몸부림치는 유족의 한을 풀어주십시오"라고 강조했다.
     
    4·3 당시 희생돼 암매장당한 뒤로 행방불명 된 희생자만 수천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06년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을 시작으로 제주공항 활주로, 표선면 가시리 등 도내 곳곳에서 유해 발굴이 진행돼 모두 411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141명으로 집계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한국전쟁 전후 대전 골령골 학살터와 광주형무소에 암매장된 유해 가운데 4·3 수형인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발굴된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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