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수익·성과 보수 체제를 둘러싸고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고객이 맡긴 예탁금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들이면서도 예탁금에 대한 이자는 '찔끔' 지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30개 증권사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4년 동안 고객 예탁금으로 벌어 들인 수입은 모두 2조 4670억 원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5965억 원에 불과했다.
증권사에 맡겨진 고객 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전액 신탁 또는 예치되며, 한국증권금융은 해당 예탁금으로 투자한 뒤 수익금을 증권사에 배분하는 구조다. 양 의원은 "증권사는 고객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 또는 예탁하는 것만으로 안정적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증권사 수익은 고객 예탁금 규모가 크고 금리가 높을수록 유리한 구조로, 고객 예탁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이 고객 예탁금으로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벌어 들이는 수익률은 최근 4년 동안 최저 0.80%에서 최고 1.94%였다. 수익금은 △2019년 4513억 원 △2020년 4410억 원 △2021년 5012억 원 △2022년 1조 735억 원으로 합산 액수는 2조 4670억 원이다.
해당 기간 증권사들이 예탁금을 맡긴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연도별로 △2019년 1739억 원 △2020년 1235억 원 △2021년 1020억 원 △2022년 1970억 원으로 합산액은 5965억 원이었다. 예탁금으로 거둬들인 수익금의 약 4분의 1 수준만 이자로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이자는 개인별 예탁금 금액과 당해연도 금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탁금 금액이 △50만 원 미만일 경우 평균 0.1~0.2% △50~100만 원 미만은 평균 0.2~0.3% △100만 원 이상은 평균 0.2~0.4%로 전체 평균은 0.2% 수준에 머물렀다.
연합뉴스양 의원은 "이 같은 구조가 수십년 동안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증권사의 누적 수익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증권사들은 IMF 사태를 계기로 1998년부터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고도 2018년까지 고객에게 단 한 푼도 되돌려 주지 않았고 불로소득으로 자기 배 불리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익금을 예탁금 주인인 고객에게 적정하게 돌려주도록 이익 배분에 관한 가이드라인 또는 증권사별 공시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의 2017년~2021년 영업이익은 38조 3868억 원에 달했고, 작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이익이 5조 6385억 원이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위기를 겪는 증권사들에 대해 정부 주도로 유동성 지원 조치가 이뤄진 가운데 금감원은 부실 논란을 일으켰던 일부 증권사들에서 직원 성과급이 적정 수준으로 지급됐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