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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청소년 출입 무방비"…전주 '도박 홀덤 펍' 성행



전북

    [르포]"청소년 출입 무방비"…전주 '도박 홀덤 펍' 성행

    일반 음식점 등록…청소년 출입 무방비
    싸이렌 소리에 판 돈 2배…"사행성 조장"
    친분관계 통해 게임이용권 1장 만 원 교환
    사행행위규제법 위반에도 경찰 "단속 어려워"

    서울 소재의 한 홀덤 펍 입구.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황진환 기자서울 소재의 한 홀덤 펍 입구.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황진환 기자
    "'순공(순수하게 공부한 시간)' 몇 시간인데?."

    지난 12일 오후 10시쯤 전북 전주의 번화가인 효자동 신시가지 사거리를 찾았다.

    100m 내외에 '텍사스 홀덤', '홀덤 펍', '포커' 등 화려한 불빛 3개가 연달아 불을 밝히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후 불법 운영되며 직접 현금까지 벌어갈 수 있는 MZ세대의 새로운 도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일반음식점=홀덤 펍?


    매장 초입부터 '우리는 합법이다'고 적힌 당당한 안내 문구를 찾을 수 있다. '합법적으로 술을 마시며 현금 교환이 없이 게임을 즐기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골자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테이블 1곳에서 7명의 손님이 홀덤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른 한 테이블은 인원이 차길 기다리며 5명의 손님이 맥주를 마시는 등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장 안을 서성거리는 기자에게 총괄 직원은 "족보 정도는 알지 않냐"며 "'뉴비(새로온 사람)'도 얼마든지 쉽게 즐길 수 있다"고 자리로 안내했다.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된 탓에 청소년의 출입 역시 자유로웠다.

    게임을 기다리던 한 참가자는 '순공(순수하게 공부한 시간, 수험생들이 자주 쓰는 표현)' 시간을 언급하며 앞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이야기도 친구와 나누고 있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신분 확인을 따로 거치지 않는 탓에 미성년자의 출입 역시 자유로웠던 탓으로 보인다.

    홀덤 펍 게임 장면. 딜러가 5개 카드를 깔고 이후 각 플레이어에게 2장의 패를 나눠준다. 김대한 기자홀덤 펍 게임 장면. 딜러가 5개 카드를 깔고 이후 각 플레이어에게 2장의 패를 나눠준다. 김대한 기자

    정신 차려보니 없어진 칩…게임이라 쓰고 도박이라 읽는다

    게임이 시작됐다. 게임 참가비는 5만 원. 칩은 총 만 원짜리 칩 1개와 천 원짜리 칩 19개, 백 원짜리 칩 10개를 받았다.

    칩을 모두 잃어도 다시 5만 원을 내면 칩을 그대로 다시 받고 게임 진행 중에 참여가 언제든지 가능하다. 얼마든 현금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앉자마자 게임이 시작됐다. 게임 방식은 각 플레이어에게 2장의 카드를 주고 테이블에 5장의 카드를 오픈한 결과 승자가 배팅한 칩을 모두 가져가면 된다.

    7명이 각자 판 돈 백 원씩 걸고 족보상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판 돈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생각보다 적은 금액에 의아해하고 있을 때쯤 싸이렌 소리가 울리며 판 돈이 2백 원으로 뛰었다.

    1분에 2배씩. 판 돈이 순식간에 뛴다. 30여 분도 안 돼서 돈은 만 원으로 뛰었고 그때쯤 기자는 가지고 있는 칩을 전부 잃었다.

    다시 5만 원을 내고 게임에 재참여했다. 딜러는 옅은 미소를 띄며 다시 칩을 제공했다. 남아있는 플레이어 6명은 웅성거렸다.

    소위 말하는 '호구'를 잡았다는 생각에 내가 참여하는 게임에는 모두 따라 들어왔다.

    곧이어 승자 3명이 추려졌고 1등, 2등, 3등에게는 낡은 게임이용권이 각각 30장 20장 10장씩 뿌려졌다.

    우승자는 "이 종이 하나당 만 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수수료 10%를 떼고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질 나쁜 애들은 다 여기 온다"며 "다들 돈이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실제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온 우승자는 문자로 계좌 이체된 것을 보여줬다. 해당 문자에는 28만 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칩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은 모두 사행행위규제법 위반이다.

    '판 돈'이 뛰는 것을 알려주는 모니터. 2배씩 뛴다. 김대한 기자'판 돈'이 뛰는 것을 알려주는 모니터. 2배씩 뛴다. 김대한 기자

    경찰 "홀덤펍은 100%로 도박"…계좌 추적 어려운 탓에 단속 쉽지 않아

    홀덤 펍을 불법과 합법으로 나누는 기준은 칩을 현금으로 바꾸는 게 가능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경찰에 따르면 칩을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쿠폰 등을 제공한 업체 대표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홀덤펍 도박을 한 사람 역시 형법 제246조에 의해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습성이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될 수 있다.

    또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한 뒤 경품 제공 등으로 사행행위규제법을 위반했다면 영업소 폐쇄 및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경찰 역시 최근 성행하고 있는 홀덤 펍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바지사장(필요한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는 운영자가 아닌 사장)을 내세워 현금을 교환해주는 등 법망을 피하고 있어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홀덤 펍 내에서 현금이 오간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계좌 추적이 막히도록 제 3자를 개입하는 등 추적의 혼선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돈을 많이 잃어 자신을 포함해 처벌해달라고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전주에만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홀덤펍은 30여 개로 알려졌다. 카카오톡 오픈 카톡을 통해서도 7개가 넘는 전주 홀덤 펍 관련 채팅방이 운영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최소 일주일 이상 홀덤 펍을 이용하는 등 '신뢰' 관계가 있어야 환전이 가능하다.

    홀덤 펍을 운영하는 업주는 기자에게 "아무나 게임 이용권을 현금으로는 바꿔줄 수 없다"며 "자주 오는 사람만 이용권을 바꿔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에서 논다하는 사람은 모두 우리 가게에 온다"며 "자주 와서 다음에 꼭 현금을 가져가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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