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은행 연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한편 가계부채 증가세도 둔화되는 추세지만 '착시 효과'일뿐, 다중채무자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의 '6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20%로 전월말 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 수치다.
부문별로 살펴봐도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전월보다 하락했다.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22%로 전월 말보다 0.05%포인트 내렸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전월 말보다 0.02%포인트 내린 0.17%였다.
스마트이미지 제공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줄어든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주도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코로나 금융지원책을 시행한 결과로 해석된다. 코로나 금융지원으로 부실이 뒤로 미뤄졌을 뿐이란 얘기다. 실제 다음 달부터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환 시점이 되어야만 정확한 부실 규모를 알 수 있다. 장기간 적지 않은 규모로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가 진행돼 왔기 때문에 부실 규모도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가계대출 잔액(1060조 5천억 원)은 전월에 비해 3천억 원 줄었다. 은행 가계대출은 4월(1조 2천억 원), 5월(4천억 원), 6월(3천억)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지난달 들어 소폭 감소로 전환했다.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7월만 따지면 관련 통계 작성(2004년 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수치였다.
이 또한 가계대출 관리의 청신호로 여겨질 수 있지만 빠른 고금리 태세 전환에 대출 수요가 줄었을 뿐 가계대출의 건전성 자체가 개선된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가 소상공인 대출에 이자상환 유예 등 정책을 펴며 '아직 부실화된 것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실채권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부가 시중은행의 양호한 건전성 지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충당금을 쌓아달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대출채권이 늘어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경우 이미 부실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은행에 비해 취약차주들에게 내 준 대출 비중이 높다. 대출 금리가 빠르게 뛰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차주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하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다수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경고등'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 상 약 100만 명 패널의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자 가운데 22.4%가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말(22.1%)보다 0.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업권별로는 저축은행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 1분기 말 저축은행업계 대출잔액 및 차주 기준 각각 76.8%, 69.0%가 다중채무 상태였다. 지난해 말 대비 0.9%포인트, 1.5%포인트씩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오히려 추가 대출이 필요한 차주들이 많은데 이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대출 갈아타기 등으로 부실을 줄이려 유도하고 있지만 비율을 보면 위험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상황이 좋지 않고 특히 다중채무자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이건 건전성에 있어 좋지 않은 신호다. 현재 연체율 지표가 좋아진 것을 두고, 전반적인 대출 건전성이 좋아진 것으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