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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올릴테니 너희는 참아'···중기중앙회의 이중잣대



산업일반

    '우리는 올릴테니 너희는 참아'···중기중앙회의 이중잣대

    중기중앙회 제공중기중앙회 제공
    국내 중소기업은 대표적인 '을'로 인식돼 왔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특정 대기업에만 납품하는 '전속 거래'가 많다 보니 대기업의 갑질 횡포에 많이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대표적인 횡포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다. 이익은 고사하고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납품하도록 중소기업에 각종 압력을 넣는다. 거래 중소기업의 회계 장부를 뒤져 이익이 발생하면 납품 단가를 깎는 대기업도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중소기업은 이익이 나도 기업 홍보보다는 쉬쉬하기 일쑤였다.

    중소기업의 기술 자료를 빼내 다른 중소기업에 건넨 뒤 똑같은 제품을 납품하도록 하기도 한다. 납품단가를 올리려는 낌새만 보여도 대기업은 거래를 중단하고 유출된 기술을 전달받은 다른 중소기업과 전속 거래를 한다.
     
    단가 후려치기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여력을 쌓지 못했고, 값싼 임금에 기댄 채 국제 경쟁에서 뒤쳐져왔다.
     
    이같은 악순환을 막고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요구해온 것이 '납품단가 연동제'다. 생산 원가가 오르면 납품단가도 이에 연동해 자동인상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는 더욱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고, 정부도 하반기 시범 실시할 방침이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결정했으나 중소기업계의 끈질긴 요구로 이를 번복했다. '원료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도 오르는 것이 상식'이라는 중소기업계의 주장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의 이같은 '상식'은 다른 이들이 요구하면 '비상식'이 되고 만다. 화물연대의 '안전 운임' 요구가 대표적이다. 화물연대의 안전 운임 요구는 올들어 유가가 폭등하면서 촉발됐다. 사실 화물연대의 안전운임 주장은 '원자재(유류) 가격이 오르니 납품단가(운임)도 올려야 한다'는 중기중앙회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중기중앙회는 이번주 들어 경총, 전경련 등과 함께 공동 성명을 내고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대해 '자신들의 일방적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집단 행동' '국가 물류를 볼모로 한 극단적인 투쟁'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15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업무 개시 명령' 등 정부가 공권력을 발동해야 한다고 촉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달 전만 하더라도 중기중앙회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려 주지 않으면 생산 중단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기중앙회의 이중 잣대는 최저임금에서도 나타난다. '물가가 올랐으니 납품단가는 올려야 한다'는 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동결 내지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라고 주장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생활 물가가 급등한 올해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더욱 야멸차게 들릴 수 밖에 없다.

    OECD 등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물가 인상률은 4%를 넘는다. 여기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까지 합치면 적어도 7%의 임금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물가가 올라 경영 환경이 악화됐는데 임금마저 오르면 버틸 수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납품단가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납품단가는 지난해에 비해 이미 평균 10.2%가 올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임금 상승은 물가 상승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며 "이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납품단가 인상도 물가 상승을 불러 오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납품단가 반영률은 현재 5%가 되지 않는다"며 "납품단가를 올리면 최저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대답했다. 반영률인 낮더라도 납품단가를 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최저임금 반영률이 낮으니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을 내려야 한다'는 중기중앙회의 평소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중기중앙회가 이처럼 '내로남불'에 빠져 다른 '을'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조합 정신'을 상실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중기중앙회의 본래 명칭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다. 그러다 지난 2006년 협동조합을 빼고 '중소기업중앙회'로 이름을 바꿨다. 명칭 변경 탓인지는 몰라도 중기중앙회가 점점 '을들의 연대 정신'을 상실하고 '경영자'들의 모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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