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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저지선 '순천만정원' 바로 옆에 아파트가?[판읽기]



전남

    개발저지선 '순천만정원' 바로 옆에 아파트가?[판읽기]

    편집자 주

    전남노컷의 '판읽기'는 전남CBS 기자들의 전남동부 지역의 이슈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이슈파이팅이 강한 언론, 깊이 있는 해설과 대안을 제시하는 지역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향뜰 개발사업 행안부 투자심사 통과 '속도'
    '공동주택' 부지 포함 변경된 계획안 '논란'
    순천시 "수익성 이유 공동주택 추진 불가피"
    전문가들 "생태·공공성 고려한 사업 진행 필요"

    순천만국가정원 항공사진. 순천시 제공순천만국가정원 항공사진. 순천시 제공겨울 철새 도래지이자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진 순천만.

    전남 순천시는 2013년 4월 도시 팽창을 막고 순천만 습지를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순천만 북쪽 4km 떨어진 곳에 논밭을 갈아엎어 커다란 정원을 조성했습니다.
     
    국내외에서 440만 명이 다녀간 2013순천만국가정원박람회는 순천을 세계적인 생태도시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정원박람회는 지금의 순천을 생태도시 브랜드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셈입니다.

    당시 순천시가 도심 끝자락에 커다란 정원을 만들면서 내세운 '개발저지선'이란 개념은 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를 생각해보게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연향뜰은 바로 당시 박람회장, 지금의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 옆 넓다란 공터입니다. 연향뜰이 순천만국가정원의 정체성인 개발저지선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향뜰 도시개발사업 어디까지 왔나  

    순천시는 '연향뜰 도시개발사업'을 당초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했습니다.

    현재 순천에는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낙안읍성 등 특색 있는 관광지들은 있지만 관광객들이 며칠 간 순천을 여행하기 위해 머물만한 대형 숙박시설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순천시는 국가정원 인근 약 14만 8천 평에 총 사업비 2559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6년까지 체류형 관광지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는 호텔, 콘도, 근린생활시설, 공원 녹지, 도시기반시설 주차장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연향뜰 유원지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순천만랜드'를 짓도록 했지만 특혜 시비와 의회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후 2018년 순천시가 직접 공공개발 형태로 다시 추진하게 된 겁니다.

    재시동 건 연향뜰 사업, 공동주택 포함 변경된 계획안 '논란'

    순천만 연향뜰 사업은 지난 8월 20일 행정안전부 주관 투자심사를 통과하면서 속도가 났습니다.

    그러나 행안부 투자심사를 거치면서 기존 계획안에 아파트와 타운하우스, 단독주택 용지 등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공동주택 용지가 전체 면적의 29.1%에 해당하면서 당초 사업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다는 겁니다.

    순천시의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위한 특색있는 관광지 조성이 아닌 지나치게 일반개발계획에 가까워 진다는 겁니다. 또 건설사만 배부르게 하는 형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공주택 용지가 포함되지 않은 순천시 연향뜰 도시개발사업 최초 계획안. 순천시 제공 공공주택 용지가 포함되지 않은 순천시 연향뜰 도시개발사업 최초 계획안. 순천시 제공 공동주택 용지가 포함된 순천시 연향뜰 도시개발사업 변경된 계획안. 순천시 제공 공동주택 용지가 포함된 순천시 연향뜰 도시개발사업 변경된 계획안. 순천시 제공 반면 순천시는 경제성·수익성·재무성에 따라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3월 행안부는 투자심사 과정에서 아파트 공동주택 없이는 재정 악화가 우려돼 사업이 어려울 수 있다며 재검토를 주문했습니다.

    이에 순천시는 선분양 가능성이 높은 공동주택 용지를 포함시킨 겁니다.

    이후 시는 행정안전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외부 전문가 자문, 연향동·해룡면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사업계획을 수정해 투자심사서를 작성, 중앙투자심사를 최종 통과했습니다.

    신길호 도시과 과장은 "지방채 발행에 따른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경제성 등을 고려해 공동주택 계획이 포함된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선분양이 가능한 공동주택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동주택 개발로 정주여건이 생기면 비수기 때도 연향뜰에 마련된 상가나 관광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순천시는 시의회에 의견 수렴을 요청한 상탭니다.

    그러나 허유인 순천시의회 의장은 공동주택은 절대 안된다며 수 개월째 관련 안건을 상임위원회에 배정하지 않고 사업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면에 나서 문제 제기를 한 허 의장은 당초 콘도와 펜션 등이 들어설 부지를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용지로 변경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허 의장은 지난 9월 3일 열린 제25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연향뜰 도시개발사업과 관련 "시가 추진하는 사업배경과 컨셉 자체가 잘못됐다. 이의 전면 재검토 및 수정을 시에 촉구한다"며 "연향뜰은 땅값 차익을 노린 투기로부터 저를 비롯한 제7대 순천시의회에서 사투 끝에 막아내 보존한 시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허 의장은 "지난 8월 19일자로 제출된 '연향뜰 도시개발사업 도시관리계획(용도지역) 변경 결정안에 대한 의견청취안'을 보면, 이와 관련해 진지한 토론이나 협의도 없이 전체 면적 중 기반시설 46.5%를 제외한 53.3% 중 절반이 넘는 지역을 공동주택 등이 들어서는 주거용지로 만드는 안으로 가져 왔다"며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연구해 좋은 방안을 찾자는 의미로 지방자치법이 부여한 의장의 권한으로 회부를 늦추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하지만 순천시는 허 의장이 관련 안건을 '의장 권한'이라 명목으로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의회의 의견 전달이 없을 시 '의회의 의견 없음'으로 갈무리하고 다음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회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30일 이내에 집행부에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허 의장은 "30일 이내에 집행부에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건 의장이 상임위에 회부한 이후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또 반대하는 시민이 많고 당초 취지에 맞게 개발을 하라고 요구하는 건 의장이 권한으로 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 "'생태'· '공공성' 맞춰 사업 진행해야"  

    순천 연향뜰은 순천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동천의 끝자락으로, 남쪽으로는 순천만갈대밭이 있고 서쪽으로는 순천만국가정원과 생태문화교육원 등이 조성돼 있습니다.

    또 그 주변으로 팔마체육관과 잡월드가 자리하고 4차산업혁명 체험 클러스터와 목재문화체험장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여수·광양·보성과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에 고속도로 나들목도 가까이 있어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이 잘 갖춰진 점이 순천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현재의 연향뜰 개발 사업 계획안은 순천에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순천시 연향뜰 도시개발사업 공청회. 순천시 제공 순천시 연향뜰 도시개발사업 공청회. 순천시 제공 지난 1일 국가정원내 습지센터에서 열린 '연향뜰 도시개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이명규 광주대 교수는 "연향뜰 개발계획이 공익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이나 상징물이 없고 일반 개발계획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용도배치에서 아파트를 지을 공동주택지를 남쪽에 배치해서 해를 볼 수 없게 하고 있고 화이트존(유보지역)도 중앙에 배치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종민 건축사는 "남승룡로 남측에 위치한 연향뜰에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툭 트인 경관을 가로막는 장벽을 치는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어 정 교수는 "순천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인 이곳 만큼은 수익성 보다 공공성에 치중해서 50년 뒤를 내다보는 미래적 가치를 강조해야 하며 한번 이뤄진 개발은 되돌릴 수 없으니 시행착오가 없도록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날 참석한 한 시민은 "순천시에 공공주택 공사가 이곳저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연향뜰 만이라도 건설업자들 배불리는 형태로 가지 않고 시의 본래 목적대로 체류형 관광지 조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순천은 순천만 골재 채취 사업에 맞서 개발을 저지하고 보전을 택한 결과 지금의 생태도시를 만들어왔습니다.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고 생태존을 만들겠다며 조성된 순천만국가정원, 그리고 그 인근에 체류형 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추진된 연향뜰 사업.

    전문가들은 수익성에 치중된 사업이 아닌 미래적 가치가 있는 사업들로 채워야 한다며 생태도시 순천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방 제정 악화를 우려하는 행안부의 개발 논리와 순천시가 스스로 만든 순천만 보전을 위한 개발저지선 개념이 상충하는 상황.

    순천시가 순천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연향뜰에 순천만을 지켜온 '순천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발을 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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