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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렁스' 제작진 "탄소발자국 줄이기 위한 작은 시도죠"



공연/전시

    [EN:터뷰]'렁스' 제작진 "탄소발자국 줄이기 위한 작은 시도죠"

    연극 렁스

    두 남녀, 환경·사랑·관계 삶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해
    제작 과정에서도 '탄소 발자국 줄이기' 적극 고민
    초연 무대 재활용하고 배우들이 평소 입던 옷 활용

    박소영 연출, 남경식 무대·조명 디자이너 서면 인터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서 9월 5일까지

    연극 렁스 무대. 연극열전 제공연극 렁스 무대. 연극열전 제공
    연극열전 레퍼토리 '렁스'가 공연 중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객석 정면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무대 대신 흰색의 긴 박스 모양 무대가 놓여 있다. 세트 전환도, 무대 장치도 없다.  배우들의 의상도 평범하기 그지 없다. 청바지와 티셔츠, 남방, 그리고 운동화가 전부다.

    좀 지루하지 않을까? 기우였다. 심심할 틈이 없다. 두 남녀는 90분 내내 환경, 사랑, 관계, 삶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했다. 이러한 고민과 대화가 서로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거라는 기대감을 품으며.

    박소영 연출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연극을 보고 난 후 어떤 문장이 꽂힌다면 그 문장이 지금 각자의 삶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내가 길의 어디쯤 서 있을까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열전 제공 연극열전 제공 
    "우리 아이 가질까?" 대화의 물꼬를 튼 건 남자의 제안이다. 하지만 지구환경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여자는 난색을 표한다. "아이 한 명이 나고 자라는 동안 배출하는 탄소 양이 1만 톤이야. 그건 에펠탑 무게라고. 상쇄하려면 1년에 아이 한 명당 플라타너스 나무 762그루를 심어야. 돼."

    기후변화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대중들도 기후행동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환경 문제를 다룬 연극 '렁스'가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하며 1년 만에 재공연하는데 관객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작품 주제 뿐만 아니다. 창직진과 배우들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아끼지 않았다.

    우선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연 무대를 재활용했다. 연극열전 관계자는 "공연이 끝나면 무대는 폐기하거나 보관하는데 보관비도 만만치 않다.이번 무대는 서울 공연 종료 후 지방 공연에서 계속 쓸 생각"이라고 했다.

    두 남녀의 평범한 의상에도 환경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번 시즌에는 의상을 새로 제작하거나 구입하지 않고 배우와 제작사가 보유한 옷을 활용했다.

    박 연출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배우들에게 먼저 제안했다. 단 한 명의 배우라도 불편해하면 없던 일로 하려고 했는데 다들 흔쾌히 좋다고 했다. 홍문기 의상 디자이너도 허락해줘서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각자 배역에 어울리는 옷을 가져오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제가 그날 입고 간 옷을 벗어서 바로 입어보기도 했죠. 다들 그만큼 열심히 찾았던 것 같아요. 작지만 꽤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렁스'는 한 커플의 일생에 걸친 희로애락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길고 좁은 흰색 박스 모양 무대는 길을 형상화했다. 박 연출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길을 걷지만 그 길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지 않나. 삶이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연극열전 제공연극열전 제공
    남경식 무대·조명 디자이너는 "남녀의 이야기와 감정, 숨소리를 관객에게 가잘 잘 전달할 수 있는 공간과 빛을 콘셉트로 잡았다"며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그리고 공간과 인물간의 호흡을 신경 썼다. 환경이라는 주제를 자극적인 디자인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나타내기 보다는 인물의 감정이나 서사에 스며들도록 했다"고 말했다.

    남 디자이너는 "무대를 간결하게 만들려면 섬세함이 더 많이 요구된다. 길고 좁은 박스 모양 무대가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못 자국 하나, 붓 자국 하나까지 드러나니까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마감작업이 필요했다"며 "손이 많이 가는 만큼 무대제작비도 늘어난다. 그럼에도 이러한 무대를 제작한 건 이 공연의 메시지와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연 후 배출되는 폐기물을 줄이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렁스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보여진다. 공연 제작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지금보다 활성화되려면 공연계 전반에 걸쳐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

    박 연출은 "무대 뒤쪽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상당하다. 두 달만 쓰고 버리기 아까운 것들도 꽤 많다. 서로 보유하고 있는 품목을 다른 제작사에게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남 디자이너는 "공연계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다.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전반적인 공연 시스템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했다. 연극열전 제공연극열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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