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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준석 따라하기' 아닌 '집권 여당의 게임'을 해야



칼럼

    [칼럼]'이준석 따라하기' 아닌 '집권 여당의 게임'을 해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앞서 목을 축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준석 신드롬'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일 긴장하고 있다. 대선을 앞에 두고 보수 야권이 '색깔론'.'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극우 이미지를 버리고 중도층과 2030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다 가져갈까 봐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이대로가면 필패라는 위기감이 여권을 휘감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젊은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안팎에서 크게 들리고 있다. 대선기획단 단장에 '0선'의 정치 신인을 앉히자는 논의도 시작됐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40대·0선' 발탁에 청년특임장관 신설 얘기도 나온다. 당청이 모두 이준석 대항마 찾기에 나선 형국이다.

    하지만 '이준석 따라하기'가 현 여권의 위기를 돌파할 무기가 될지는 의문이다.

    피상적으로만 봐도 '이준석 닮은꼴'은 여권에 없다. 이준석이 누구인가. 나이는 36살이지만 결코 '정치 신인'이 아니다. 2011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에 발탁된 이후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하고,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국민의힘 재보선 선대위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다. 국회의원 선거에도 3번이나 출마하는 등 배지만 못 달았다 뿐이지 10년 동안 여의도 정치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인물이다.

    또 2012년 tvN '대학토론배틀 3' 심사위원을 시작으로 JTBC 썰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 '뉴스닥' 등 당대표 경선 직전까지도 TV, 라디오 방송 등에서 맹활약하면서 존재감을 각인시켜왔다. TK 본산인 대구에서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는 강단도 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제1야당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어 유력인사들을 압도적으로 제친 인물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신인', '참신'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준다고 해서 이준석에 견줄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기에 민주당이 대선기획단장에 당장 신인급을 앉힌다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는 어렵다.

    집권 여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있지도 않는' 이준석 대항마를 찾는 게 아니라 2030은 물론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던 40대까지 왜 등을 돌리고 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분석하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임대차법, 검찰개혁 등 여러 민생-개혁 과제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거칠었고 유능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쟁점이 많은 법안-정책 하나하나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서 생각지도 못한 다른 부작용이 우려되지는 않는지 등을 세밀하게 점검해서 추진해야 한다. 부처 공무원들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호기롭게 내세운 정책들이 대부분 실패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답은 '구호'가 아니라 언제나 '현장'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 윤창원 기자·이원욱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런 점에서 최근 나온 이원욱 의원의 반성문은 한 글자도 버릴 게 없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보여준 유일한 혁신은 '이준석 당대표 당선', 오직 그것 하나다. 그런데 그것을 무기로 국민의 마음을 얻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며 "우리는 우리 일을 해야 한다. 맘 떠난 국민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에게 기꺼이 주었던 지지를 다시 불러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기 성찰과 반성이다. 86세대는 민주당의 주류이지 않는가, 주류인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며 "성찰과 더불어민주당의 벗이었던 2030이 떠난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해답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오랜만에 경청할만한 글을 올렸다. 추 전 장관은 "그런(이준석) 현상 자체를 우리가 우리 당의, 하나의 자극 요소로 보긴 해야 되겠지만 젊은이 정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정치 자체가 젊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30 정책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한, 구호가 아닌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180석을 의미 있게 활용해서 기존의 좌절 실망 분노하고 있는 20, 30대가 호응할 수 있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자꾸 꺼내고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대표도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2030 청년들이 생각하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고 '청년 재난 시대'가 됐다"고 다시 한번 자성했다.

    송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민주당은 민심 이반 현상을 인정하는 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집권 여당으로서 잘 할 수 있는 게임을 해야 한다. 그것은 '유능한 정책'으로 승부하는 일이지 '이준석 따라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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