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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선희 엥겔스토프 "입양, 엄마만의 선택 아님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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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EN:]선희 엥겔스토프 "입양, 엄마만의 선택 아님을 알게 됐다"

    다큐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기자간담회
    생후 4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된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
    韓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기록한 미혼모들 이야기 담아내
    "내 영화로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하길"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의 연출자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2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디 제 어머니께서 이 영화를 꼭 보시면 좋겠어요. 이 영화는 엄마에게 보내는 저의 편지이자 사랑이기도 하거든요." _선희 엥겔스토프 감독

    선희 엥겔스토프. 한국 이름은 '신선희'.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덴마크 가족에게 해외 입양됐던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한국에 와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과 함께하며 내린 결론은 바로 '엄마에게 쓰는 편지'였다. 얼굴조차 모르는 친엄마에 대한 사랑을 담아서 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감독 선희 엥겔스토프·Sun Hee Engelstoft)는 덴마크 해외입양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한국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경험한 아주 특별한 시간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1982년 부산에서 출생, 그 후 4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된 해외 입양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은 한국에 와서 친생모를 찾는 한편, 한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은 영화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 놨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의 연출자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입양 당시 사진. 커넥트픽쳐스 제공

     

    ◇ 자신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던 엄마들에게 보내는 감독의 고백

    엥겔스토프 감독은 시작에 앞서 영화를 본 후 촬영 당시 기억들이 떠올랐다며 "한국에서 만난 많은 엄마가 아이를 키우고 싶어 했지만 여러 상황으로 키우거나 지킬 수 없었던 것이 내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만들면서 우리 엄마, 모든 여성, 자신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던 여성과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을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감독은 다른 입양인들처럼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2002년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한국의 문화, 음식, 역사, 언어 등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한국에 온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은 당시 "태어나서 난생처음으로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는 것, 그러한 소속감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느꼈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해외 입양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민과 충격 중 하나일 터다. 또 하나, 그들은 비슷한 질문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무엇이 미혼모 엄마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직접 양육하는 걸 포기하게 만들었는지'말이다. 영화 역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

     

    이를 위해 감독은 제주도에 위치한 미혼모보호시설 애서원을 찾아 미혼모들이 출산하고 양육이나 입양을 결정하는 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그 과정은 자신의 과거를 어렴풋이 들여다보는 작업이기도 했다. 감독은 "애서원에서 머물며 엄마, 아기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 시간 자체가 힐링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엄마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처음에는 엄마들이 많이 부끄러워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밤에는 내 방문을 두드려 아이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고, 내 입양과 관련해 질문하기도 했다"며 "엄마들을 도울 수 있었던 이런 여러 순간이 내게도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영화 속 감독은 관찰자이자 기록자라는 입장에서 벗어나 카메라를 내려놓고 아이를 떠나보낸 한 엄마를 꼭 끌어안아 준다. 감독은 "사실 영화를 만들면서 엄마들이 주인공이라 생각했고, 내가 화면에 나올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그런데 내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그곳에 갔지만 그것만을 위해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아주 작은 노력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속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모습. 커넥트픽쳐스 제공

     

    ◇ "미혼모들을 결코 비난할 수 없었다…엄마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돼"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미혼모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찾은 자신만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찾은 것은 하나의 명확한 답이 아닌 이해와 사랑이었다.

    "사실 영화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절 입양보내기로 한 게 엄마의 결정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서 아기를 포기하는 건 엄마만의, 어느 한 사람만의 선택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죠. 결정에 여러 사람이 관여한다는 걸, 모두의 비밀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애서원에서 만났던 엄마들을 결코 비난할 수 없었어요. 그들이 혼자 내린 선택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그걸 통해 제 엄마의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영화 속 미혼모들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키우고 싶지만 그의 부모는, 그의 친척들은, 그의 주변인들은 자신의 자식을 위해 자식이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키우고 싶지만 키울 수 없는 현실에 끊임없이 흔들리고 괴로워한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감독은 자신을 입양 보낸 엄마의 선택이 오롯이 엄마만의 선택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감독은 "수많은 입양인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하는 거로 안다. 또 많은 입양인이 한국을 방문하지만 한국에서 결코 어떠한 해답도 찾을 수 없다"며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또 다른 새로운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들이 원하는 건 해답인데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한국은 입양인이 돌아오질 않기 바라는 것 같다. 수천 명의 입양인이 한국에 와서 해답 찾으려 하는데, 이 문제는 덮거나 침묵할 수 없는 문제"라며 "모든 입양인을 수용하는 것, 그들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

     

    ◇ 침묵 강요받는 미혼모, 그들을 위해 사회가 나서주길 바라는 감독

    이날 시사회에는 미국으로 입양됐던 카라 보스도 참석했다. 그는 지난 22일 방송한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조작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증거-16.8% DNA 증언' 편을 통해 친생부모를 찾는 여정이 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카라 보스는 "사실 많은 미혼모가 사회에서 그들이 아이를 지키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기에 아이를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와 진실, 비밀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하나의 원처럼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나와 같은 입양인과 수많은 미혼모를 도와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러한 입양 관련 서사가 바뀔 수 있도록 꼭 도와주면 좋겠다"며 "수많은 입양인과 입양 보내야 했던 많은 부모가 평생 상처를 갖고 살아가고 있는데, 한국 사회가 조금 더 그들을 향해 열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공감하고 도와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감독 역시 카라 보스와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많은 한국 관객이 영화를 보고 공감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너무나 많은 미혼모가 한국 사회에서 침묵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잘 듣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비밀로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죠. 제 영화가 사회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국은 출생률이 낮은 국가라고 알고 있는데, 한국 입양인을 한국에서 직접 돌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 드리는 호소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포스터. 커넥트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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