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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산 팔거산성서 대구 최초 '집수지, 목간' 발견…사적 승격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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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지산 팔거산성서 대구 최초 '집수지, 목간' 발견…사적 승격 기대감

    대구 북구 함지산 팔거산성 발굴 조사 현장. 류연정 기자

     

    대구 북구 함지산 정상을 700m 남겨둔 산 중턱.

    이곳에선 지난해 10월부터 문화재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구시 기념물 제6호인 팔거산성이 있었던 곳으로 칠곡 지역이 내려다보는 위치다.

    화랑문화재연구원은 지난달 발굴 조사를 진행하던 중 이곳에서 특별한 신라 유적을 발견해내고 28일 현장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었다.

    발굴조사의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국내에서 잘 발견되지 않는 목재 집수지(물을 모으는 시설)의 확인, 그리고 그 중 한 집수지에서 목간이 확인된 것이 대표적이다.

    대구 북구 함지산 팔거산성 발굴 조사 현장에서 발견된 목재 집수지. 류연정 기자

     

    이번에 발견된 집수지는 총 두개로 모두 대구 지역 최초로 확인된다.

    규모가 작은 1호는 보통의 집수지와 비슷하게 석축으로 만들어졌고, 1호보다 훨씬 큰 2호 집수지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집수지가 발견된 것은 희귀한 일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100여개의 산성 집수지 중 99%는 돌로 만들어진 사례다.

    이 목재 집수지는 길이 7.8m, 너비 4.5m, 높이 약 3m의 구덩이 형태로 나무를 기둥과 지지대 삼아 건축했다.

    저수 용량은 약 10만5300L로 추정되며 성벽 보, 화공의 소방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조사됐다.

    집수지 발견을 통해 이곳이 삼국시대 대구, 경북의 군사 방어선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구 북구 함지산 팔거산성 발굴 조사 현장에서 발견된 목간. 류연정 기자

     

    이 2호 집수지에서는 대구 지역 최초의 목간도 발견돼 역사적, 학술적으로 매우 가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무를 깎아 만든 목간은 특정한 의미를 남기기 위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발견된 목간은 총 7점으로 일부 목간에는 목간과 집수지 제작 시기를 유추할 수 있는 '간지'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1호 목간에서 602년을 의미하는 임술년 추정 글씨가 발견됐고, 6호 목간에는 606년을 뜻하는 병인년이 새겨져 있었다.

    이와 더불어 보리, 벼, 콩 등의 곡식 이름이 새겨진 목간도 있었는데 이는 해당 곡식을 세금이나 징수 물품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신라 지방 거점이 대부분 산성이었다는 점으로 보아 이곳 역시 곡물 거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신라 목간이 출토된 곳이 대부분 군사 및 행정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팔거산성도 마찬가지로 지방에서 군사적으로 중요하면서 물자가 집중되던 거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기는 백제 무왕 시대로 신라에 큰 압박이 있었던 때다. 신라로서는 서쪽 지방 방어가 중요했기에 서쪽 진입로이자 낙동강과 금호강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이곳을 거점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목간에서 천 년 전 당시의 문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으로 평가 받는다.

    이외에도 발굴 현장에선 다수의 토기, 와편이 발견됐다.

    발굴조사를 맡아온 화랑문화재연구원은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에 주요 유구가 확인된 만큼 팔거산성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될 가능성이 높다.

    국립경주문화재 연구소 이종훈 소장은 "국가지정문화재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청 역시 "아직 발굴조사가 절반 정도 진행된 상황으로, 발굴 조사가 끝나고 향후 절차에 따라 사적으로의 승격이 추진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경북대 주보돈 교수는 "팔거산성과 구암동 고분군 등 주요 문화재가 위치한 이 일대 전체를 사적으로 지정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팔거산성 발굴조사는 최대 올해 연말까지 계속 추진될 예정이다.

    이후 대구 북구청이 연구용역을 통해 보존, 정비 계획을 세우고 사적 승격, 보존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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