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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보석강도단 신화 낳은 극단의 시대 '스매시 앤 그랩'



영화

    [노컷 리뷰]보석강도단 신화 낳은 극단의 시대 '스매시 앤 그랩'

    다큐멘터리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감독 하바나 마킹)

    다큐멘터리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 스틸컷. 독포레스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하바나 마킹 감독은 "범행을 용서하지 않고 갈등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세계적인 보석 강도단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 '핑크 팬더'(1963)에서 이름을 따온 보석 전문 국제 절도 조직 '핑크 팬더'는 가장 성공한 다이아몬드 도둑이다. 그들은 인터폴도 인정한 역대 최고의 국제 보석강도단으로, 2000년대 전 세계 최고급 보석상만 골라 수천억원에 달하는 보석을 털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평균 1분도 채 안 된다.

    '인명 피해는 없게 한다'는 그들만의 수칙과 실제로 사망 또는 중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 그리고 외국 부자들의 보석을 턴다는 점에서 핑크 팬더는 그들의 고향 발칸 반도에서 '로빈 후드'라 불린다.

    다큐멘터리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 스틸컷. 독포레스트 제공

     

    감독은 인터폴조차 쫓기 힘든 핑크 팬더 실제 조직원들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핑크 팬더의 정체와 배경, '가장 성공한 다이아몬드 도둑'으로 불리게 된 그들의 범행 계획과 실행 과정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동시에 이들을 통해 국제 다이아몬드 거래의 어둡고 위험한 세계를 다뤘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핑크 팬더의 범죄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감독은 핑크 팬더에서 경보장치와 전기장치를 담당한 노박, 금고털이 마이크, 유일한 여성 멤버 렐라, 운반책 럭키, 장물아비 미스터 그린을 만났다.

    또한 오랜 기간 핑크 팬더를 쫓은 국제경찰, 담당 형사, 핑크 팬더 전문 탐사보도 기자 밀레나 밀레틱을 만나 핑크 팬더에 대한 모든 것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핑크 팬더는 단순히 보석을 훔치는 것만 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들은 훔친 보석을 운반하고 판매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물론, 훔친 다이아몬드를 깨끗한 다이아몬드로 세탁한다. 다이아몬드를 재가공해 원산지 증명서까지 위조하면 다이아몬드는 더 이상 도난당한 다이아몬드가 아니게 된다.

    다큐멘터리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 스틸컷. 독포레스트 제공

     

    재밌는 것은 영화가 보여주는 핑크 팬더의 절도 행각, 그리고 영화의 스타일은 마치 케이퍼 무비를 보는 듯 느껴진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범행에 성공하는 모습, 핑크 팬더의 수칙 등이 어우러지며 오락 영화나 드라마 속 상황과 인물처럼 보인다. '로빈 후드'라는 그들의 별칭까지 더해지면 할리우드 케이퍼 무비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다.

    또한 중간중간 로토스코프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핑크 팬더 조직원들의 인터뷰까지 더해지며 누아르 장르의 분위기도 더한다. 덕분에 범죄적 사실과 영화적 스타일이 가져오는 미묘한 긴장이 이어진다.

    그러나 영화는 시작부터 우리가 마주할 것이 현실에서 일어난 범죄 사건임을 똑똑히 알린다. 두바이 와피몰에서 벌어진 대규모 강도 사건의 실제 CCTV 영상으로 시작한 영화는 이후에도CCTV 영상, 다양한 자료 영상 등을 보여준다.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우리가 진짜 보고 이해할 것은 그들의 범죄가 갖는 케이퍼 무비적인 매력이 아니라 범죄의 시작과 맥락이다.

    감독은 조직원과 그들을 취재한 기자 인터뷰를 통해 핑크 팬더의 시작을 찾아간다. 1980년 유고슬라비아 지도자 티토가 사망한 이후 나라는 분열되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민다. 혼란을 틈타 밀로셰비치 정권은 무법이 된 나라를 점령하려 하고, 결국 내전과 함께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자 유엔 등에서는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유고슬라비아는 완전한 고립 상태가 된다. 고립된 국가, 붕괴한 산업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이 짊어지게 된다.

    다큐멘터리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 스틸컷. 독포레스트 제공

     

    혼돈의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각자 선택을 하는데, 그 중 일부는 범죄의 길을 선택한다. 균열과 폭력의 상황에서 누군가는 다이아몬드 절도를 택했고, 이는 핑크 팬더의 시작이다.

    이 같은 과정을 보여주며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핑크 팬더와 범죄가 가진 위험성에 대한 경고다. 영화를 보면서 어떤 관객들 마음에는 발칸 반도 사람들이 그들을 로빈 후드라 부른 데 동조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신사적인 조직처럼 보이려 했지만, 실제 핑크 팬더가 범죄 과정에서 보인 면은 폭력적이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단지 그들의 범죄 행위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기에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른다. 영화가 실제 영상과 애니메이션적인 재현 사이를 오가는 것 역시 사건의 중심과 바깥에 있는 이들의 시선이 갖는 차이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영화는 끊임없이 말한다. 현실의 범죄 사실들, 세계를 속인 범죄가 가진 이면 등을 통해 매력적일 껍데기를 쓴 불온한 범죄 신화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이다.

    89분 상영, 3월 11일 개봉, 12세 관람가.
    다큐멘터리 '스매시 앤 그랩: 보석강도단 핑크 팬더' 포스터. 독포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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