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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제주 예멘 난민은 다 어디로 갔을까…고역



공연/전시

    [노컷 리뷰]제주 예멘 난민은 다 어디로 갔을까…고역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소재 연극
    상반된 시각의 인물 통해 타인을 받아들이는 문제 사유
    옳고 그름 이분법적 논리 지양, 등장인물 사연 통해 깊은 공감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2월 28일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깊은 공감.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고역'은 여운이 짙은 작품이다. 관극 내내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관극 후에는 연극이 던져준 여러 가지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게끔 한다.

    '고역'(苦域)은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 찬 인간 세계를 의미한다. 극에서는 사회학자 '상요'가 운영했던 게스트하우스 이름이기도 하다.

    이 곳에 일간지 기자 '규진'이 상요를 인터뷰하기 위해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요는 2018년 여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을 때 이들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터.

    당시 우리 사회는 제주 예멘 난민을 배척하는 분위기였다. 규진은 상요에게 묻는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상요는 힘주어 대답한다. "젊은 남성 비율이 많다는 이유로 예멘인을 '가짜 난민'으로 몰아붙였던 사람들의 시각에는 인종주의적 편견이 자리잡고 있었죠."

    이때 정체 모를 남성 '민기'가 불쑥 찾아와 상요에게 모호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인터뷰를 방해한다. 민기는 난민, 나아가 낯선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타인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방식에 있어 상요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연극은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긋는 상요와 민기를 통해 '타인의 삶을 위해 나의 불이익을 감내할 것인가, 나의 삶을 위해 타인을 배척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두 사람의 첨예한 논쟁을 옳고 그름, 선과 악의 이분법적 논리로 바라보지 않는다.

    극이 진행되면서 상요와 민기의 가슴 아픈 가족사가 하나씩 드러난다. 이들 가족의 비극은 모두 난민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관객은 이내 깨닫게 된다. 두 사람은 각자 슬픔을 감내하며 살고 있고, 그저 아픔을 대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또한 나름의 선택으로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사유하게 만든다.

    김성배가 쓰고 신동일이 연출했다. 이동준이 상요, 이종무가 민기 역을 맡았다. 이주영, 우상전, 서병철, 김선아, 김성욱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연극 보는 맛을 더해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선정작이다.

    2018년 당시 제주도로 입국한 500여 명의 예멘인 중 2명은 난민 인정, 412명은 인도적 체류허가, 56명은 단순 불인정, 14명은 직권 종료 판정을 받았다.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 중 상당수가 그해 겨울 제주도를 떠나 대한민국 각지로 흩어졌다고 한다. 그 많던 제주 예멘 난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2월 28일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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